소설,글쓰기강의/문학필사 · 2021. 3. 20. 12:36
나는 이렇게 필사했다
이십 년 전쯤의 일이다. 정해진 시간에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다. 강의 시간까지는 늘 한 시간에서 두 시간이 남았다.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책을 꺼내고, 책을 펼쳤다. 책상에 엎드려 잤다. 매번 그랬다. 책을 꺼내고, 펼치고, 자고, 일어나서 다시 책을 읽었다. 글을 쓰고 싶었다. 잘 쓰고 싶었다. 독서는 즐겁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지만 글쓰기는 언제나 괴로웠다. 쓰는 일이 막막할 때마다, 쓰지 않는 삶에 불안을 느낄 때마다 작가의 문장을 살폈다. 정돈된 글을 왼손으로 펴누르고, 오른손으로 한 자 한 자 옮겨 적었다. 신경숙, 김승옥, 이승우가 있었다. 시집은 한 권을 통째로 적었다. 풋사과의 주름살(이정록)과 어두워진다는 것(나희덕)을. 뒤늦게 입학한 나이 든 문창과 학생. 필사를 가장 많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