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필사를 5주간 하루도 쉬지 않고 진행한다고 할 때 월화수목금*5주=25작품을 소개하게 됩니다. 저는 그 많은 작품을 어떻게 선정할까요?
1.최근에 읽은 책
가장 기본적으로는 현재 읽고 있는 작품에서 필사에 넣을 만한 대목을 발견하는 겁니다. 이 방법은 매우 자연스럽고, 작품의 발표 년도와 상관없이 제게 “신선하다”는 느낌을 전해 줍니다. 저는 시간에 쫓겨 허둥대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미리 미리 다음 기수 필사를 준비하는 편인데 어떨 때는 ‘와 이 작품 대박이다. 이거 지금 기수에 넣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해요. 제가 발견한 아름다움을 빨리 참여자분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서요.
2.윗 세대의 작품
1번 사례의 경우 아무래도 ‘새로나온 책’, ‘최근 주목받는 작가’에 조금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윗 세대 작가의 작품을 의도적으로 찾기도 합니다. 그렇게 조세희의 ‘난쏘공’을 소개하고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소개하고 장용학의 ‘요한시집’ 등을 소개했죠.
3.이 작가(이 작품)는 소개해야지
2번과 비슷한 맥락일 수 있는데 ‘문학을 한다(안다)’고 말하려면 이 작가(이 작품)은 알아야지, 하는 관점도 필사 글을 발췌하는 데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박완서, 이청준, 김훈, 최인훈, 오정희 등의 작품을 열심히 찾아봅니다.
4.장르도 필수
저는 상대적으로 장르소설의 독서가 부족하지만 필사 프로그램에 다양한 작품을 공개하고 싶어서 일부러 들여다보곤 합니다. SF, 판타지, 범죄, 청소년소설, 한번은 글밥 많은 그림책의 일부를 전달하기도 했어요.
5.해외문학과 아시아 문학
국내문학과 해외문학을 소개하는 비율이 거의 반반이니까 해외문학의 비중 역시 꽤 높은데 나도 모르게 미국이나 유럽 작가에 치중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한 기수에 1-2회는 아시아 작가의 작품을 고르고 그동안 무라카미 하루키, 옌렌 커, 위화, 모옌, 히라노 게이치로, 다카하시 겐이치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등의 작품을 함께 나눴습니다.
6.완결성 있는 시
필사 프로그램을 시작한 첫 해인 2021년에는 월-금까지는 산문을, 토요일에는 운문을 소개했어요. 토요일에는 시 한 편을 음미하며 쉬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어떤 분이 피드백하길 산문은 일부만 읽게 돼 궁금하고 답답할 때가 있는데 시는 완결된 한 편을 감상해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월-금까지 운영하는 걸로 변경하면서 대신 금요일에 시 2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 작가의 시집에서 고른 시들이죠. 덕분에 저도 한동안 잊고 있던 시와 시인들을 다시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7.책장을 바라보다가
집에 있는 책장을 바라보다가 ‘이거 괜찮겠다’ 싶은 책을 꺼내 일부를 옮기며 리스트를 채우기도 합니다. 독서를 하다가 ‘이거다’ 싶은 문장을 만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매우 적극적인 프로그램 준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잊고 있던 책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새삼 문학에 대한 향수를 느끼기도 하고 과거 한때의 나를 추억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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