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사반을
“누군가 일정량의 글을 올리면 그 글을 따라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따라 쓸 글을 올려주는 게 다겠지, 하고 여길 것 같다.
노노.
필사 글 외에 ‘문장력을 키울 수 있는 정보 혹은 안목’을 짚어준다.
여기까진 진행자의 역할. 즉, 내가 할 일.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거라고, 나 역시 해보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이를테면 이런 글을 올린 분이 계셨다.
“모파상의 작품을 읽으며 감각적인 묘사의 천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스 해리엇」에는 ~라오, ~다오 등의 표현이 여러번 나타나납니다(예를 들면, 달빛 같은 것이라오 라든지 도착했다오 등) 이렇게 직접적이지 않은 어투로 완곡한 어법을 쓰면서 감탄의 효과도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한 ~지요 혹은 ~었지요, 었어요 등을 씀으로써 글이 부드럽고 친근한 어투로 다가옵니다.
묘사에 있어서 작가의 천재성을 느낀 부분은 다양한 색조를 중심으로 한 빛의 이미지를 자주 끌어다 쓴다는 점입니다. (달빛, 핏빛, 붉은 제 모습, 환한 빛, 하얀 날개, 파란 하늘, 초록빛, 갈색 돛 등) 저는 이걸 보면서 문장이 환하게 빛을 받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머지 다른 하나는 주로 시각적인 효과를 노리되 청각이나 촉각 등의 효과를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전체적으로 공감각적인 효과가 돋보인다는 점입니다.
저는 오늘 아침에 돈으로 살 수 없는 어떤 말 할 수 없는 희열을 얻었습니다. 좋은 문장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OO 님은 2기 때 필사를 시작하셨는데 1기 Again에도 참여하셨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일부를 올렸을 때는 일본어 번역판을 찾아 그 내용을 소개해주셨다.(일본에서 지내신 지 오래됐다고 하셨다)
“오늘 본문이 잘 이해되지 않아 일본어 번역판을 찾아봤습니다. 원작은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어판과 일본어판이 전체적으로 달랐습니다.
일본어 역에서는 '살이 벌어지다'를 '퍼스너로 개폐' 즉 '열고 닫기식 지갑'으로 번역했더군요.
결정적인 차이는, "한번은 믿기~일이 기억난다" 부분입니다.
우리 말 번역에 따르면, 푸딩을 '벌어지게' 한 상태로 대식가인 게리.B의 접시 위에 쌓아놓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과 상관없이 게리가 먹어댔던 기억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반해 일본어판에는, 게리가 푸딩을 세 개째 먹을 때, 식탁의 전원이 어디선가 개폐식 지갑(주머니)을 열어 '장기'(인체의)를 게리의 그릇에 쌓아 두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리는 먹는 일에 열중했고요.
일본어 번역이 개인적으로는 잘 이해되었습니다.
번역의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건 아니고요. 그냥 이해가 잘 안 돼서 ㅎㅎ”
이것 말고도 필사 글을 엮어 한 편의 글을 만든다거나
글의 일부가 아닌 전체를 읽고 소감을 남긴다든가 하면서 정말 열심히,
진행자인 내가 드리는 것 이상으로 소화하고, 새로운 글을 만드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매번 놀랐고 감탄했으며 절로 존경심이 생겼음은 물론.
어떤 분은 매일 아침
“오늘은 무슨 소설일까 궁금해서 눈 뜨자마자 콘텐츠 읽기 기능으로 듣기부터 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들으면서 느낀 리듬과 이미지가 하루종일 저를 따라다”닌다고.
30일차, 마지막 필사를 마치고 남기신 글은 아래와 같다.
“특히 <타인들의 책>을 보고, 누군가와의 추억을 간직하는 방법으로 글쓰기도 참 좋겠구나 싶었어요. 외할머니와 사진 한 장 찍어둘 걸 가끔 후회했었는데 그냥 이 마음 그대로라도 써봐야겠다 생각했지요.”
이 소감도 듣기 좋았고, 기뻤다.
이밖에도 많은 분들이 감상을 전해주셨는데 내 자랑 같아서 생략한다. ㅋ
진행하는 동안 참여자들과 주고받은 멘트를 따로 모아 정리했는데 아래한글로 옮기니 스무 페이지가 넘는다.
잘 모아두었다가 생각날 때 꺼내 봐야지. 단톡방은 곧 사라지니까.
주 6일, 5주.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비몽사몽 간에 글을 전송하고 다시 잠들곤 했는데
다음 한 주는 편히(?) 주욱 잘 수 있겠다.ㅎㅎ
한 주 쉬고 다시 시작. 새롭게 3기 개강한다.
많이 참여하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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