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3개국 여행 후기_헝가리, 체코, 오스트리아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이현수 인솔자님과 함께 한, 아름다웠던 동유럽 7박 9일
(노랑풍선)

1. 짧게 전하는 말

동유럽은 겨울에 가세요. 크리스마스 시즌에요.
달빛 금빛 별빛이 마음을 사르르 녹여줍니다.

음식은 대체로 먹을 만했고, 어떤 건 특별히 맛있었어요. 호텔식, 특식, 한식, 중식 등. 컵라면이랑 볶음김치 가져갔는데 먹을 일이 거의 없었어요. 다른 유럽 여행에서처럼 생수를 사 먹지 않아도 돼서 좋았어요.(500미리에 약 1400원이 작은 돈은 아니잖아요) 조식 먹을 때 호텔에서, 대부분의 식당에서 밥 먹을 때 제공되는 물로 충분했습니다.

숙소 전부 괜찮았습니다. 두 사람이 캐리어의 배를 갈라 쫙 펼쳐놓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은 곳은 없었어요. 뜨거운 물 잘 나왔고, 프라하 숙소에는 욕조도 있었고요. 첫날 헝가리 숙소가 조금 추웠지만 전기담요 가져오라는 인솔자 님의 팁으로 챙겨가서 잘 썼습니다. 화이트 풍으로 깨끗했던 곳, 우드 느낌으로 고풍스러웠던 곳, 공항 근처라 비행기 지나가는 걸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호텔 등 다양한 곳에서 밤을 보냈어요.

날씨, 괜찮았어요. 우리나라 겨울이랑 기온이 비슷하다고 해서 바짝 긴장하고 갔는데 2일차부터 영상으로 오르더니 내내 8도, 어느 날은 10도. 물론 손 시린 날도 있었지만 핫팩 하나 주머니에 넣어놓으면 욕하지 않고(?) 룰루랄라 버틸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일정 아주 빡세지 않았고, 어느 날은 총 여덟 시간 버스를 타기도 했지만 중간중간 내려서 도시 구경하고 밥 먹고 쇼핑하고(중요!) 해서 그런지 다신 못해! 하는 기분 전혀 없었습니다. 저녁 7-8시에는 호텔 도착했고, 쉴 시간도 충분했어요.

2. 패키지에 빠질 수 없는 선택관광

1) 비엔나 음악회
당일 일정 및 저녁식사 종료 후 비엔나 음악회 감상
약 1시간 30분 소요. € 80
2) 잘츠캄머구트 유람선&케이블카(또는 푸니쿨라)
약 3시간 소요. € 80
3) 프라하 클래식카(엔틱카)
클래식카(엔틱카)에 탑승하여 프라하 시가지 관광
약 1시간 소요. € 40
4) 벨베데레 궁전
구스타프 클림트의 ‘연인(키스)’가 전시되어 있는 건물 내부 관광
약 1시간 소요. € 40
5) 호엔잘츠부르크 성 푸니쿨라
푸니쿨라 탑승하여 요새 잘츠부르크호엔성에 올라 잘츠부르크와 알프스 조망
약 1시간 소요. € 40

인솔자에게 설명 들을 때는 다 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흔들렸지만 가기 전에 정한 대로 비엔나 음악회랑 미술관(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작품을 볼 수 있는 벨베데레 궁전)만 신청했어요. ‘탈 것’보다 ‘걷기’가 좋아서요. 후회 없고, 음악회랑 미술관은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같은 곡이라도 누가 지휘/연주하느냐에 따라, 어디서 듣느냐에 따라,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그런 면에서 비엔나 음악회 최고였고, 구경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을지언정 ‘키스’를 비롯한 클림트의 여러 그림과 에곤 실레 작품 감상할 때의 가슴 벅참은 오래오래 남을 것 같아요. 참고로 벨베데레 궁전과 쇤부른 궁전의 기념품, 멋진 거 진짜 많습니다.^^

3. 우리는 이런 곳에 갔습니다(주요 도시)

<부다페스트_헝가리>



<그라츠_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_오스트리아>



<비엔나_오스트리아>



<체스키크룸루프_체코>



<카를로비 바리_체코>



<프라하_체코>

4. 이현수 인솔자 님을 칭찬합니다

다른 분들이 올린 걸 보니까 인솔자의 선행을 많이 알리셨던데 그런 것에 관해서라면 저는 기억이 흐릿합니다.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요.
미처 챙겨오지 못한 약을 구해주고, 실수를 이해해주고,
먼저 권하고, 때로는 앞장서고, 얼마간 뒤에서 지켜보곤 했던 모습이,
춥지 않으세요? 맛있게 드셨어요? 힘들지 않으세요? 했던 물음들이,
‘그래, 저건 인솔자가 해야 할 역할이야. 기본이지.’ 하기에도
그 이상으로 따듯하고 자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이현수 인솔자 님과 여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농담’이었어요.
아마도 자연스럽게 몸에 밴 말솜씨 같았는데, 인솔자 님이 직접 밝힌 대략의 나이로 유추해 보건대 젊은이들은 ‘뭐야, 아재 개그’ 했을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특별히 개그에 주목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저는 나름 즐거웠어요.
이건 별론데? 하면서 피식-
이건 좀 웃긴데? 하면서 피식-
낯선 이와의 짧은 만남에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었거든요.
이런 여유(빈틈?) 없이 인솔자 님이 정보 전달, 일정 소개, 여행 시 주의사항 등만 들려줬다면 이번 동유럽 여행이 훨씬 밋밋하고, 시시했을 거예요.

현실에 안주하는 농담이 있고, 현실을 초월하는 농담이 있습니다.
저만의 구분인데요, 전자는 이런 겁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쇼핑한다고 하면 사갈 건 딱 하나입니다. 자동차! 한국에서 파는 벤츠도 오스트리아에서 수입해서 파니까 여기가 훨씬 사겠죠.”
“배부르게 드셨죠? 지금 보니까 다들 살쪄서 눈이 안 보여. 여행하면서 찌는 살은 안 빠집니다. 한국 가서 살 빼려면 30년 걸려요. 왼쪽 뱃살은 동유럽에서 찐 것, 오른쪽 뱃살은 서유럽에서 찐 것.”

이번엔 후자.
언젠가 식당에서 테이블 위를 주욱 훑던 인솔자가 혼잣말처럼 한 말. “왜 음식을 남겼지? 남기면 안 되는데. 살찌셔야 하는데.” 저는 이 말이 왜 이렇게 웃기던지요.ㅋㅋ 현실을 초월하는 농담 같았어요. 이게 현실적인 ‘말’이 되려면 “음식을 왜 이렇게 남기셨어요? 맛이 없었나? 아까 군것질 하셨어요?”여야 하잖아요. 그다지 웃긴 말이 아닐 수 있고 실제로도 그 자리에서 웃은 사람은 별로 없었던 듯하지만 ‘여행 와서 잘 먹는 게 즐거운 일!’이라고 믿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광경을 보고 서운함을 느꼈고, 실망을 감추려다 튀어나온 말이 겨우 ‘살찌셔야 하는데...’인 것 같아서 별나게 유쾌했어요.
 
또 하나 재미있었던 농담.
“이제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갑니다. 국경은 폐쇄돼 있어요. 유럽연합 가입국가는 검문소만 지나면 바로 통괍니다. 자, 가방에서 여권 꺼내서 사진 나오는 페이지 펼치세요. 창문에 대고 있으면 위성으로 찍어서 신분 확인합니다.”

여기저기서 여권 꺼내는 와중, 손을 번쩍 든 손님 한 분. “여권 캐리어에 실었는데 어쩌죠?”
아놔... 농담을 너무 진지하게 하셨잖아요, 인솔자 님! 쿡쿡, 피식, 혼자 엄청 웃었네요.

그리고!! 상품 기획하신 노랑풍선의 권은지 님, 그리고 찰츠부르크의 황성혜, 프라하의 정소진, 비엔나의 김경섭, 부다페스의 홍순원 현지 가이드 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이 이름들은 제가 현장에서 기억한 게 아니고 마지막 날 이현수 인솔자 님이 말씀해주신 거 기록했어요)
비엔나 음악회에서 김경섭 님이 찍어준 사진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초점이 맞지 않아 흔들렸는데 진짜 잘 나왔어요(응?)ㅋㅋㅋ)
 

5. 일행과 솔로 넷 우리 팀은 서른 명이었고, 처음에는 너무 많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현수 인솔자 님의 깔끔한 안내와 모두의 배려 덕에 어수선한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일행’이라는 단어에는 join, chain, group, connect, ring의 뉘앙스가 배어 있잖아요. 한 마디 대화를 나눴든 나누지 않았든, 눈빛을 마주했든 하지 않았든, 잠시나마 연결돼 있고, 낯선 나라의 무사한 테두리 안에 함께 있었던 것, 고맙게 생각합니다. 7박 9일 지나면 다시 볼 사이도 아닌데 같이 있는 동안 왠지 친밀하게 느껴졌어요.

일행 중 ‘솔로’로 온 사람은 네 명. 저와 저의 룸메이트, 또 다른 남자 두 분.(이름을 알지만 적지 않겠습니다) 너무 감사했어요.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니 조직으로 엮일 일이 없고, 관계에서의 스트레스도 직장인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한편으로는 언제나 ‘혼자’인 것 같아요. 그게 익숙하고, 코로나 시기의 거리두기조차 불편하지 않았던 사람이라 잘 몰랐는데, 조금 외로웠나 봐요. 한 테이블에서 밥을 먹고, 술잔을 기울이고, 사진을 주고받는 동안 참 행복했습니다. 거주지역과 이름, 나이 정도만 알고 “당신 뭐해? 뭐 하는 사람이야? 어떻게 사는데? 누구랑 사는데?” 묻지 않아서 좋았어요. 결국에는 조금씩 알게 되었지만 그걸 말하기까지 서로 예의를 지켰다고 믿습니다.

9와 숫자들 노래 중에 ‘커튼콜’이라고 있어요.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전개, 위기, 절정은 간데없고 발단과 결말뿐인 만남-” 우리가 그랬던 것 아닐까요?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친한 사이처럼 맥주와 콜라를 나눠 마시고, 감자칩 봉지를 내밀고, 핫팩을 건네고, 샴푸를 빌려주고, 다정한 포즈를 제안하고, 어깨에 손을 올리기도 하고(접니다... 이건 조금 과했죠-_-;;;), 오픈채팅방을 만들어(전화번호는 교환하지 않음ㅋㅋ) 매일 수백 장의 사진을 전송하고, 굿나잇 인사를 하고... 공항에서 우리는 손을 흔들며 안녕, 하고 작별했습니다.

‘약한 연결’, 일상의 9일과 여행의 9일. 밀도 높은 nine days를 맛보게 해준 ㅇㅈㅇ님(룸메이트), ㅇㅈㅇ님, ㅅㅇㄱ님 진심으로 고마워요!

***모두 건강하세요.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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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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