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만 봤던,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던 그 눈밭을 다녀왔습니다.
눈축제 기간에 홋카이도에 방문했고,
우리가 비에이에 간 날은 2월 5일 일요일이었어요.
주말이고, 축제 기간이어선지 45인승 관광버스가 만석이었습니다.
어떤 블로그를 보니 옆좌석이 비어 가방을 올려둘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도 있던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여행이 뭐, 내가 원하는 대로 되겠습니까.
그래도 무탈하게, 안전하게 비에어 투어를 마쳤습니다.
‘여행한그릇’은 사진 촬영을 옵션으로 내걸었지만 그런 이벤트를 제외하면
투어 코스는 비슷할 것 같아요.
세븐스타로 불리는 오야코 나무 보고, 크리스마스트리 보고, 비에이역 들렀다가(점심)
탁신관->흰수염 폭포->링구르 테라스 찍고 돌아오는 거죠.
오전 8시 삿포역에서 출발,
오후 8시 40분쯤에 도착했습니다.
비에이에 펼쳐진 하얀 눈밭은 슈가파우더가 뿌려진 바다 같았어요.
한없이 반짝거렸고, 햇빛을 받아 빛나는 윤슬 같았습니다.
나뭇가지에 달린 둥그런 눈은 부드러운 거품 같고, 또 말랑한 버섯송이 같기도 했어요.
탁신관 옆 자작나무 숲에서는 두 팔을 벌리고 눈밭 위에 몸을 맡기기도 했는데,
직장에서 돌아와 고단한 몸을 눕혔을 때 나를 반겨준 매트리스 같은 포근함이 있더라고요.
어디서 또 이런 멋진 광경을 보겠어? 하고 눈을 크게 뜨고 다녔더니
거짓말 조금 보태서 아직도 제 두 눈 속에 흰 눈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ㅋㅋ





짧게는 20분, 길게는 1시간 넘게 자유시간이 있었고,
1, 2분 늦었다고 잔소리를 하거나 칼 같은 약속을 강조하지 않아 편안했습니다.
(다 오시면 그때 출발할게요! 같은 넉넉함)
자유시간이 좀 짧다 싶을 때도 있었지만
날씨가 추워선지 제시간에 차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곽기호 가이드님이 홋카이도가 생기게 된 배경과 인구수, 특징 등을 설명해주어서
단 며칠 간의 여행이었지만 지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눈 때문에 지붕을 세모로 만든다는 건 이전에 들은 적 있어서 알고 있었지만
경제력이 좋은 집은 전기로 눈을 녹이기 위한 열선을 깔아
지붕을 평평하게 건축한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은 신호등을 가로가 아닌 세로로 제작한다는 사실도 흥미로웠습니다.
전에 오스트리아에 갔을 때 현지 가이드 님이 여기는 신호등이 기둥이 아닌
전선에 매달려 있다고, 그만큼 바람이 세게 불지 않아서 가능한 거라고 말했던 것도
생각났어요. 동서남북 사방에서 신호를 볼 수 있게 사거리 가운데에 달아놓았더라고요.
나라마다 도시마다 환경과 편리를 고려해 문화를 만들어가는구나 싶었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짐작보다 컸어요.
홀로 서 있었지만 그가 있는 눈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 덕분에
쓸쓸해 보이지 않았어요. 오히려 듬직해 보였달까.
비에이의 눈밭은 모두 사유지로, 예전에는 ‘철학 나무’라고 불리는 나무도 있었으나
많은 이들의 방문과 그들의 못된 행위로
상처받은 주인이 나무를 베어낸 일도 있다고 하네요.
‘철학 나무’가 사라지고 이제는 ‘크리스마스트리’만 남은 그곳에
우리는 ‘이름’을 보러 간 거더라고요.
그 나무가 크리스마스트리가 아니었다면 그곳에 갈 이유가 없으니까요.
이름의 가치는 사람뿐 아니라 자연에도 소중하게 적용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부디 오래오래 남아 사랑받길 바라요.



저는 엄마와 여동생, 조카 두 명, 총 다섯 명이서 자유여행으로 일본에 갔고,
비에이 투어는 삿포로 도착 다음 날 했어요.
비행기 티켓과 호텔 예매, 비에이 투어를 안정적으로 해놓고
이를테면 맛집 정보 같은 건 꼼꼼히 찾아보지 못했는데
곽기호 가이드님이 전해준 정보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인생 카레였다고 하는 수프 카레도 먹었고(사무라이)
가성비 최고라고 했던 회전초밥집도 갔고(토리톤)
삿포로에 가면 꼭 먹어야 한다는 양고기도 먹었습니다(징기스칸)












약간의 반전과 압권은 신치토세 공항 국내선에 있는 푸드코트의 우동이었어요.(하나마루)
유부우동인 키츠네 우동과 오징어 튀김의 조합이 기가 막히다며
가이드님은 입출국 할 때마다 의식처럼 그곳에 들른다고 하셨죠.
(말씀하셨던 가격보다는 좀 올랐더라고요.ㅋㅋ)
오징어 튀김 말고도 야채, 감자 고로케, 치킨, 새우 튀김 등을 먹었는데 정말 다 맛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맛집 4곳을 섭렵하고 돌아왔네요.(조카들도 잘 먹고 어른들도 대만족!)


한국에서 유명 음식점 찾아다니는 성격도 아니고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라 처음에는 시큰둥했어요.
그런데 가장 처음 먹은 스프 카레가 제게도 인생 카레로 꼽을 만큼 훌륭하더라고요.
(짱짱 강추!)
이래서 맛집을 다니나 보다 하는 생각을 한 뒤
(저희는 애매하게 2시쯤 갔는데도 사무라이에서 40분 넘게 웨이팅했습니다)
그렇다면 회전초밥도 놀라운 맛이겠네? 우동도? 하면서 오픈 런도 하고,
발 빠르게 예약도 하면서 방문했지 뭐예요.
좋은 정보 알려주신 곽기호 가이드님 감사합니다.
참!
차 안에서 붙이는 핫팩과 쿠크다스 고급 버전인 시로이코이비토도 전해주셨죠.
핫팩도 붙이고, 쿠키도 바로 맛보았어요. 덕분에 더욱 따뜻하고 달콤한 여행이 되었습니다.
비에이역 앞에서 단체사진 찍어주신 것도 감사해요.
오래오래 간직할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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