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술 생각이 간절하다.
토요일에 약속이 없는 것에 대한 편안함 때문일 수도 있지만
사실 두 차례의 수업에서 받은 눈맞춤, 시선, 떨림을
취함의 방식으로 내 몸에 스며들게 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내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다
내가 준비한 자료를 유심히 본다
나를 신뢰하며 질문한다
고생했다고 박수를 쳐준다
자료를 메일로 보내준다고 말했는데도 왜 그렇게 필기를 열심히 하시는지.
오늘 알았다.
수업이 끝나면
사진방 바로 옆에 있는 아벨서점에 들러
내가 언급한 책이 있나 물어보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지금 적어놔야 집에 가서 인터넷서점에 바로 주문할 수 있으니까.
“그 책이랑 그 책을 읽었는데 나는 그 책이 더 좋았어요.”
수업이 끝난 뒤 10분도 안 돼
아벨서점에서 득템했다는 책 표지가 올라온다.
히야, 다 찾아 읽고 계셨구나.
오늘은 한 선생님이 점심을 사주시겠다고 해
오랜만에 라온에서 토마토 카레라이스를 먹었다.
기타
그림
피아노
서예
배우는 데 열성이었지만
“끝까지 한 건 없었다”고 하신다.
“하나를 꾸준히 붙잡았다면 뭔가를 이루지 않았을까요?”
나도 그랬다.
배우고 싶고 알고 싶은 게 많았다.
수업이 끝난 후의 박수
그 눈빛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나는 알았다.
“수고하셨어요.”
라고 말하고 있다는걸.
집에 와서 술을 마신다.
후두둑
비가 온다
바람이 차다.
차서
너무 좋다.
식탁에서 창가로 자리를 옮겨
창문을 열고 앉는다.
약한 불빛 속에서, 빗속에서 와인을 마신다.
얼마 전 고민고민하다 구입한.
금요일 밤의 술은
혼자 마시는데도
누군가에게 대접받는 느낌이다.
돈, 세금, 다 잊고
오늘도 잘했어, 톡톡.
내가 내 어깨를 친다.
편안이 오래가지 않겠지만
지금은,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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