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집에서
-카메라는 놓고 가.
-안돼. 핸드폰 사진 별로야.
-그것만 없어도 훨씬 가뿐하겠는데.
-그건 그렇지.(죽어라 노트북도 들고 다닌다) 내 카메라가 무거워서 그렇지 사진은 핸드폰이 아니라 카메라로 찍어야 돼.
(그렇게 ‘잘’ 찍은 사진으로 나는 무얼 하려는 걸까?)
*** 엄마집에서2
-소주는 놓고 가.
-그럴까 말까 고민이야. 15킬로 미만으로 챙기는 게 쉽지 않네.
(체중계에 캐리어를 올려보니 18킬로다. 터키-그리스 항공이동 수하물 제한에 맞춰서 짐을 챙기라고 여행사에서 당부했었다)
-어차피 여행 초반에는 사람들하고 친해지지 않으니 같이 마시는 건 후반일 텐데 그동안 계속 들고 다니려면 무겁잖아.
-혼자 마시려고 가져가는 건데?
-......
-거기도 술 팔긴 할텐데 혹시나 해서. 비상용으로.
-술을 빼고 김치를 더 가져가는 게 낫지 않을까? 고추장을 볶아 줄까?
-김치는 이 정도면 됐어. 없으면 안 먹겠지. 고추장도 뭐어... 라면 국물 먹으면 되겠지.
(지지난주 제주도 이마트에서 ‘제주도푸른밤’이었나? ‘제주의푸른밤’인가? 휴대용 팩소주 4개 사왔었다)
*** 엄마집에서3
-그 옷은 별론데.
-그래? 낡아 보여?
-어, 엄청 후져 보여.
-심한가? 나 지난주 서울 갈 때도 입고 갔었는데.
-거지 같거든?
-(캐리어에서 다른 점퍼를 꺼내) 이건?
-그건 더 별론데?
-헉!!!(그 정돈 아닌 것 같은데...)
-가져갔다가 버리고 와. 거기서 괜찮은 옷 팔면 사 입고.
-터키에서 무슨 겉옷을 사 입어... 브랜드밖에 없겠지. 그건 비싸겠지.
-(옷장에서 지난번에 내가 엄마한테 ‘버린’ 옷을 꺼내와서는) 이게 더 낫겠는데?
-이게?
-응, 그나마 젤 나아.
(엄마한테 ‘버린’ 옷을 엄마가 “옜다!” 다시 내게 주었고 지금 내 가방 안에는 죄다 버리고 와도 아깝지 않은 옷만 들어있다... 제주도 갔을 때도 티 2개 버리고 왔는데, 내 ‘의복의 현재’, 대체 뭘까?)
*** 트위터에서
누구랑 가?
혼자 가요.
정말?
K언니와의 대화는 다르다.
“왜 혼자 가지를 못하니 왜.”
여행은 혼자, 를 강조하는 언니.
“나는 혼자 있고 싶당께.” “혼자 혼자!!”
-여기서도 혼잔데 여행지에서도 혼자라니요... 외로워요. 최소한 낯선 타인이라도 있어야...흑흑
“생긴 건 냥인데 개과네.”
*** 공항 가는 지하철 안에서
“올 겨울에는 여기저기 좀 다녔어요. 전 자유의 몸이니까요.”
애인 없음, 남편 없음, 자식 없음=자유의 몸?
나를 억압하는 사람도 없는데 나는 왜 이런 가정을 만들어 보는 걸까?
누가 나를 구속하는가? 우리는 누구에게 구속당하면서 사는가?
상투적 관용구. 자유의 몸이라니. 마치 죄수처럼.
*** 지하철 안에서
인천공항행 지하철을 타자마자 열이 나는 것 같았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고 나만... 급 목도 마르고. 기분 탓인가. 나도 가방에 황사 마스크가 있지만... 편의점 앞에는 ‘마스크 없음’, 공항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블랙앤화이트로 입을 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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