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작가-인천] 3차시 미래에서 온 편지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지난주에 처음 참석했던 김OO 학생과 파이디온 님은 결석했다. OO 학생이 몸살이 났다며 다음 시간에는 꼭 오겠다고 먼저 문자를 보내셨다.

그동안 OO 학생은 엄마와 함께 왔는데 오늘은 아빠도 참석했다. 결국 한 가족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셋이어서 다행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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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똥>에서 강아지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다가 민들레의 거름이 되어주고서야 가치를 발견한다. 할아버지의 달구지에서 떨어진 흙은 고추를 말라죽게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할아버지가 실수로 자신을 떨어트린 걸 알고 다시 달구지에 실리자 기쁨을 느낀다. 쓸모없는 것, 하찮은 것을 떠올려본 지난 시간에 이어 자신이 별로라고 느껴지는 순간이나 기억에 대해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OO 모는 “1. 나랑 비슷한 나이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거나 유명인이 된 사람이 많은데 나는 이룬 게 없는 것 같아서 슬프다 2. 야식을 많이 먹는 습관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기 직전에 냉장고를 연다. 딱 하나만 먹어야지 하고는 생각보다 많이 먹을 때 내 자신이 싫다. 3. 인간관계의 어려움. 상대에게 충고가 되는 얘기를 할까 싶다가도 말해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 고민해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때 슬퍼진다. 4. 상사나 권력 있는 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올 때 그런 내 자신이 싫다”고 말했다.

OO 부는 “교통사고가 나고 기억상실이 왔을 때 이전에 쌓았던 지식(능력)을 잊었고, 그때 힘들었다. 존재가 없어지는 느낌이었고 자신감도 상실, 주변에서도 나를 그렇게 봤다. 그때 내 자신이 별로였던 것 같다”고 했다. 
 
OO은 “유투브에서 본 춤 영상에서 또래가 나보다 춤을 잘 춘다고 느껴지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내가 미워진다, 정말 힘든 일이 있을 때 왜 태어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학년 때 친구들과 관계가 좋지 않았는데 숨기고 싶어서 밝게 행복했다. 그렇게 행동했던 내가 싫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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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OOO이라면?
-<강아지 똥> 속 인물, 강아지 똥, 민들레, 흙, 할아버지, 소, 말라죽은 고추 중에서 하나를 골라 ‘그것 돼보기’.

이번에는 OO 부가 ‘연필’이 되고 다른 두 사람이 질문하기로 했다.(그는 각종 브랜드의 연필이 담긴 필통을 들고 왔고 그건 꽤 근사했다. 연필 수집이 취미라고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물이 된 OO 부는 전문지식까지 동원해서(연필 길이가 18-19센티미터라는 것, 나무와 흑심, 나라별 제품에 따라 달라지는 필기감) 대답했고, 재치있는 질문과 답이 오가면서 많이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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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나 만나기
-내가 되고 싶은 것을 발표하고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내게 편지를 써본다.

OO은 서울방송예술고등학교 입학 후 연예기획사와 계약, 아이돌을 꿈꾸는 학생의 입장에서, OO 부는 성공한 건축가의 입장에서, OO 모는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은 작가의 입장에서 편지를 썼다.


OO 부의 글 중에서는 “과거보다 가능성은 줄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이룬 것이 많을수록 남은 생은 얼마 없다는 것이 연필과 닮았다”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OO 모는 어린시절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결혼, 사회생활과 시댁과의 관계 등에서 느꼈던 여자라는 성별, 남녀차별 등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했다. 할머니가 바나나우유를 오빠만 줬던 기억이라든지 항공고 모집요강에 남자만 지원가능하다고 적혀있었던 것, 대학교정 잔디밭에서 남자선배에게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고 말하지 못하며 부끄러워했던 것 등을 자세하게 기술했다.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았을 때야 자신감이 생겼던 에피소드 등이 재미있었다. 

오늘 처음 참석한 OO 부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재미있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거나 타인 앞에서 말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며 새로운 경험이라고 전했다. 
OO 모 역시 글을 쓰거나 자신의 생각을 길게 말하는 남편의 모습을 처음 봤다며 낯설어했다. 남편은 물건에 호기심이 많고, 자신은 인간관계나 세상살이에 관심이 많아서 서로 너무 다르다고만 생각했는데 단순히 ‘물건 수집’만 하는 게 아닌 그 방면의 지식도 풍부해서 놀랐다고 했다.
OO도 아빠가 이렇게 글을 잘 쓰는지 몰랐다며 칭찬했다.(OO이 아빠도 수업에 같이 가자며 졸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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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족 모두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부모자녀 그룹별로 나눠서 하는 프로그램을 짰는데 갑자기 한 가족에 맞게 변경해야 해서 당황스럽고, 힘들었다. 다음 차시부터는 두 가족이 결석하지 않고 끝까지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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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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