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실 샘 원고를 열었다가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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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벽,

오후에 보내온 세 분 선생님의 글을 차례차례 보고 있다.


이OO 샘 글은 여러 번 봤으니 다시 한 번 빠르게 훑어보고

연실 샘 글을 열자

목차에 이어 '서문'이라는 글이 나온다.


마지막 '하오체'에 푸핫! 웃음이 나서,

이 기분을 어디에다 알리고 싶어서,

여기에... 전문을 싣는다.


진짜...

너무 너무 짠하고 기분 좋다.

오늘 읽은 프루스트의 문장 "질베르트가 어찌나 아름답게 보였던지, 나는 되돌아가서 어깨를 으쓱 추켜세우면서 '참말 묘하게 생겨 먹은 밉상이구나, 보고 있자니 메스껍구나!' 하고 외치고 싶었다." 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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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사진공간 배다리 <손바닥 책 만들기> 수강신청을 했다.

책 만들기라니 호기심이 일었다.


글과 사진을 묶는 거면 못 찍은 사진이라도 3년여 모아 놓은 거랑

그 사진에 대한 감상글 정도면 뭐 해 볼만하지 않을까하는

만만함도 있었다.

착각이었다.


글은 글대로 ‘당신에게’ 주제 정해서 써나가고

사진은 글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가면서 또한 통일감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재은 샘은 내 글과 어울린다며 오래된 앨범 사진을 다시 찍어 실기를 자꾸 권유한다.

난 나름 그동안 찍어놓은 사진을 정리 겸 써 먹어야지 했는데...

글도 내 개인사가 잔뜩 담긴 글인데

사진마저 옛날 가족 앨범 사진을 다시 찍으라니

홀딱 벗고 서 있는 느낌이었다.


억지로 고향에서 앨범을 택배로 받아 내 카메라로 찍기 시작했다.

에고... 도무지 재미가 없다,


이리도 찍어보고 저리도 찍어보고 하면서 몇 번의 작업을 거치던 어느 날

사진이, 사진속의 풍경과 인물이 내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나도 모르게 사진 속으로 들어가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빠 환갑잔치에 아~ 이양반도 오셨었네?’

‘울어매, 나랑 같은데 서서 사진 찍었었네, 이때는 허리가 이리 꼬장했는디...’

‘둘째 언니 결혼식에 흐미 강원도 그 먼데를 정룡이 오빠가 갔었네?’

‘치매 걸려 딸도 못알아 보는 90넘은 울 고모 이때는 색시 같았네...’


엄마의 삶이 아빠의 삶이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

성실하게 이쁘게 살아낸 가족들의 모습이 들여다 보이는 거다

이 개인사가 챙피한 게 아니라 너무나 소중한 거였구나.

어떻게든 잘 깨끗하게 찍어서 길이길이 간직 해야겠다.

가슴이 따뜻해져 왔다...


이재은 선생님,

이렇게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 줘서 감사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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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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