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린치 장편소설, <예언자의 노래>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어마어마한 책을 읽었다. 미친 작가, 미친 문장을 만났다. 강한 언어의 힘. 미쳤다고 말해야 가장 잘 전달될 것 같은 더없는 존경의 극한.

『예언자의 노래Prophet Song)』는 2023년 부커상 수상작이다. 전체주의에 휩쓸린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시리아 난민에 대한 명백한 무관심”을 집필 계기로 밝혔다.



팬케이크 그룹에서 이 책을 다루며 초반에 우리가 가장 많이 내뱉은 단어는 '문장', 그리고 '미쳤다'(가히 압도적이고, 천재적인 문장으로 소설을 썼다는 뜻...)
단순화할 수 있는 시대 보편의 줄거리를 이런 문체로 표현하다니... 마침표를 줄이고 쉼표로 문장을 길게 쓰는 방식이야 폴 린치가 최초는 아니지만 문장 안에 의인화(인격화)와 활유법 등의 비유, 상징을 이렇게 멋지게 쓴 작가는 없었다. 누구와도 비견될 수 없는 독보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그저 경탄할 뿐...
자기 안에 갇히기 쉬운 상황에서도 주인공으로 하여금 세계를 인식하게 하는 힘을 가진 문체. 추상적이면서도 사실적이고 더없이 아름다운 문장.

어둠이 소리도 없이 벚나무를 거두어들인다. 마지막 남은 나뭇잎을 거두어들이자 나뭇잎들은 저항 없이 속삭이며 어둠을 받아들인다.

“어두어지는 정원을 보고 있자니 이 어둠과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 밖으로 나가 어둠과 함께 누워서, 낙엽과 함께 누워서 밤을 보내고, 새벽과 함께 잠에서 깨 아침이 오면 새로워진 모습으로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녀는 자기 몸 바깥에 있다, 몸이 그녀를 따라가야 한다

“겨울비가 세차고 차갑게 내린다, 지나가는 나날이 빗속에 무감각하게 붙잡혀 시간의 흐름이 감춰지는 듯하다, 매일이 얼굴 없는 날로 이어지다가 겨울이 활짝 피어난다. 낯설고 불안정한 공기가 집을 가득 채운다.


시적이면서 강렬한 이미지, 감각적인 서술로 몰입감을 높이는 수많은 문장들... 덩어리들...(오 언니 말마따나 책 전체에서 이런 문장 하나만 있어도 감동인데 이 책은 태그 붙일 데가 너무 많아서 그게 일이었어!)

결말에 대해서는 각각 다른 의견.
1. 딸만 살았을 것이다(흑흑)
2. 엄마와 막내 아들, 딸은 살았을 것이다(나의 바람)
3. 세 명 모두 죽었을 것이다(흑흑)

이 사진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고...



책 뒤표지에 <가디언>의 서평이 짧게 실려 있다.
“끔찍하게 현실적이다. 첫 장부터 우리를 단호하게 붙든다. 아주 잠깐 읽어도 어떻게든 남고, 물에 떨어뜨린 검은 잉크처럼 이 작품의 세계가 책장으로부터 흘러나온다.”


반응형

이미지 맵

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소설,글쓰기강의/요즘 읽는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