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전국장애인문학공모전 심사 후기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비대면 심사 먼저, 그리고 대면 심사로 이뤄졌다.
운문과 산문 중 나는 산문 분야를 맡았고 단편소설, 동화, 수필, 수기 등 총 96편의 작품을 받았다. (전년도에 비해 아주 많이 줄어든 숫자라고 한다)

비대면 심사 기간은 2주. 심사표에는 총 4개 분야로 총점(100점 만점)을 매기게 돼 있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많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몇 번의 심사 경험이 있는데 장애인문학공모전은 확실히 힘들었다. 압도적으로 수필이 많았던 탓일까. 모든 글쓰기가 그렇지만 문장을 보기 전에, 기교를 평가하기 전에 마음이 무너졌고, 분노가 치밀었다. 작가에게 끌려다녔다.
심사위원이 이래도 되나… 하, 어쩔.ㅜㅜ 독창성, 창의성, 주제 등을 제각기 판단해 숫자로 적으라고? 이런…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정말 감탄했다. (웬만하면 모두에게 상을 주면 안 될까.)
기억에 남는 글이 너무 너무 많지만…

-고속도로가 잘 발달한 나라여서 그런가 우리나라는 옆길이나 샛길을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고. 그래서 장애를 터부시하는 것 같다고. 다른 길을 내주려 하지 않는 것 같다는 어느 응모자의 말. 힝.
-목발을 짚고 있는 학생에게 100m 달리기를 시킨 후 체력장 점수에 0점을 준 선생님. 결국 고등학교 입시 탈락. 조금이라도 점수를 줄줄 알고 뛰듯이 걸었는데, 다들 그걸 봤는데… 그 시선, 그 눈빛… 하!

이런 내용이 한둘이었겠냐고… 마음을 쓰는 게 쉽냐고…
시각 청각 발달 장애인… 그들의 가족…
어렵게 어렵게 쓴 글에 점수를 매긴다는 건 진짜.

어찌어찌 비대면 심사 자료를 넘기고 대면 심사일에 다른 심사위원 분들을 만나고 나의 무능과 무지를 깨닫곤 너무 부끄러웠다. 감정에 휘둘려 작품을 제대로 평가(그러니까 그놈의 평가! ㅠㅠ)하지 못한 것 같았다. 실제로 나는 다수의 작품에 80점 이상을 줬는데 그건 호오를 뚜렷이 드러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 나는 장애인문학공모전 심사가 처음이었고 역시 여러 번 하신 선생님들은 달랐다…(산문 부문 심사위원은 세 명이었다) 그들은 특정 작품들을 압도적으로 지지하셨고 그 주장은 진실돼 보였다.(그렇다고 당선되지 않은 작품들이 별로라는 건 아닙니다, 진짜)
연륜과 경험으로 작품을 헤아릴 줄 아는 안목이 있으셨던 것. 휴우. 고맙습니다.

대상은 운문 부문에 돌아갈 것 같다.
그다음이 금상 은상 가작… 시상은 5월 31일(금)이다.
축하드립니다.


*이후에 나 혼자 한 생각.
글쓰기의 우선은 뭘까. 문장일까 이야기일까. 기본일까 감동일까.
장애인문학은 뭐가 달라야 할까. 왜 달라야 할까. 우리는(독자는) 무엇을 원할까. ‘어떤’ 심사위원은?

공교롭게도 오늘 sns에서 운칠기삼이라는 단어를 봤는데, 흐음… 세상사 ’운‘도 영향력이 막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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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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