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본 공연 #고도를 기다리며 #세르게이 말로프 #이설아 #브루크너 교향곡 제7번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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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동탄 반석아트홀

다녀와서 포스팅하기도 했지만 '남들 다 보고 나만 안 본 것 같았던' 연극을 드디어 관람해서 좋았다.
20대 때는 연극 보러 자주(?) 대학로에 갔는데 30대, 40대에는 1년에 한 번도 못 볼 때가 많았다. 싼밥으로 목숨을 유지하면서 겨우 숨쉬며 견뎠던 30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악했던 40대... 기회 되면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인천에서 하는 것도 많이 봤는데 인천시립극단 공연은 웬만하면 안 보기로.ㅎ 최근 5년 인천 안팎의 관람을 생각해보면 박근형 작, 연출극은 전부 좋았다. 지난해엔 역시 명작이라고 소문난 <관객모독>도 봤는데 극본의 난해함만큼이나 연극도...ㅎㅎ 배우들 암기력에 감탄하다 물벼락 맞고 나온 게 끝인 듯한?

엄마와의 연극 관람은 처음이었는데 가기 전에 <고도를 기다리며> 일독하고 연극 본 후 재독한 엄마는 여러 번 감탄을 전했다. 연극 보고 와서 다시 책 펼치니 배우들이 정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원작 그대로를 읊었다면서. 여러모로 멋진 경험.

https://theredstory.tistory.com/1670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고도를 기다리는 일을 넘어 다른 세계를 상상“

한창 서울에서 공연 중일 때 소식을 접하곤 뒤늦게 정보를 확인했는데 서울은 전부 매진. 세종 대전 대구는 너무 멀고. 동탄 정도는 갈 수 있겠다, 티켓 오픈일을 체크하고 알람을 맞춘 뒤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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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말로프 내한공연 <21세기 바흐의 음악을 만나다> 서울 예술의전당

과거와 현대를 넘나드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수식되는 세르게이 말로프. 
아닌게 아니라 공연에서 그가 연주한 악기는 세 개.
1)비올론첼로 다 스팔라
2)전자 바이올린
3)바이올린
***그리고 '루프 스테이션'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라는 악기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고, 당연히 처음 보았고.
다른 것처럼 턱 밑에 바치고 연주하는 게 아닌 스트랩이 달려있어 어깨에 크로스로 메고 연주. 보통의 첼로보다 작고, 비올라보다 큰 악기라고 한다. 일명 '어깨첼로'.

루프 스테이션은 소리 일부를 녹음해 반복 재생하는 장치. 연주자가 그 자리에서 직접 바닥에 놓인 기기를 발로 작동시키며 또 다른 화음을 만들어낸다. 혼자 연주하는 경우 두 팔, 열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게 전부일 텐데 한 사람의 연주에 다른 소리를 쌓을 때 사용한다고 한다. 한 번에 연주할 수 없는 여러 소리나 성부를 동시에 연주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고. 
이런 게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고, 처음 보았고. 세르게이 말로프는 1)번과 2)번 악기를 쓸 때 루프 스테이션을 사용했는데 2)번 전자 바이올린에 아주 적절하게 쓰인 것 같았다.

말로프는 300년이 지난 바흐의 음악에 새로운 해석을 더해 연주하는 음악가라고 하는데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을 혼자 차지하고 서서 70분 동안 쉬지 않고 자기 세계를 들려준다. 우리가 흔히 들어본 바흐가 아닌 아주 낯선 곡을 연주했는데(문외한인 나는 특히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아무렴 무대 위의 연주자에게 빠져 나는 나대로 호흡을 고를 수 있어서 좋았다. 공연 디톡스랄까. 공연 보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중(...은 아니고 딴 생각도 너무 많이 하지만)하는 시간, 사랑한다.



#이설아 <살롱콘서트 휴> 인천문화예술회관

살롱콘서트는 올해 5년차. 첫 회와 그다음 해는 못 본 것 같고 이후에는 그래도 한 번은 가려고 하는데 이번에 '김목인'만 예매했다가 어제 이설아도 보게 됐다.(김목인은 5월 첫 주 공연) K pop이나 한국 인디음악 큰 관심이 없고, 찾아 듣지 않는 편이라 이설아라는 싱어송라이터도 몰랐다.(그래도 좋아하는 가수 몇 명은 있고 김목인도 그중 하나) 

팸플릿에서 소개된 정보와 이미지로 상상하길 '내 취향'이 아닐 것 같았다. 가기 전에 유튜브에서 노래 찾아봤는데 음색이 독특하길래 오, 좋은데? 하곤 취향을 접고 살짝 기대하는 마음으로 공연장에 갔다. 그런데... 유튜브에서랑 목소리가 다른가? 별로 안 독특한데? 앞가르마 탄 머리를 두 손가락으로, 마치 한밤에 커튼 열듯 조심스레 넘기는 습관이라든가 살짝 혀 짧은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 흰색 상의에 풍성하게 퍼지는 흰색 스커트를 입은 패션 역시 내가 호감 가질 스타일은 아닌 걸로..-_-;;; 

2019년에 1집 내고, 작년에 2집 앨범 냈다고 한다. 1부에 5곡 2부에 5곡 불렀는데(1부와 2부 중간은 인터뷰 타임) 1부 1집에 실린 노래, 2부 2집에 실린 노래 부른 듯. 2부가 조금 더 좋긴 했다. 노래 한 곡 끝나고 말하고 또 한 곡 끝나고 멘트 치고 웃고... 휴 공연에 말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 이 가수가 특이한 건가? 박수 치고 웃는 거 피곤... 난 안 웃어도 되는 교향악이 체질이다. 박수만 치면 되잖아. 그게 넘나 좋은 것...(응? 그치만 이문세 콘서트는 가보고 싶다. 가면 미친 듯이 박수칠 듯? 요즘 전국 투어 하던데 비싸서 못 가)

아닌게 아니라 내가 왜 이리 지루함을 느꼈나 생각해보면 원래도 나긋나긋 감성 돋는 노래 안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얼마 전 희대의(???) 민희진 기자회견이 화제였잖아? 실시간으로 보진 않고 그밤에 sns에 올라온 글과 짧은 영상 모조리 싹 봤는데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것. 세상에, 미친, 이런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의 놀라움과 쾌감. 본인 말로도 억울함과 분노를 욕 없이 어떻게 표현하느냐고 하는데 동감. 사람들은 뭐라 말할지 몰라도 나도 결핍 덩어리, 콤플렉스 덩어리고 여전히 불안을 끌어안고 살기 때문에 인류와 평화를 사랑하세요, 같은 메시지 시전하는 모든 걸 끔찍해 한다. 답답해서 심장 막 터질 것 같고. 

가수는 죄가 없고, 자기 노래 열심히 부르고, 자기의 예쁨 잘 어필했는데 거짓으로라도 호응해주지 못해 미안...(하긴 뭐가) 2부에서 피처링 따라해달라고 부탁한 건 들어줬다. '친구야'라는 노래였다.



#인천시립교향악단, <브루크너 교향곡 제7번> 아트센터인천

공연 시작 전 지휘자가 먼저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이병욱이었다.
오늘, 그리고 다음 달에 연주할 브루크너 교향곡은 연주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고 한다. 곡이 어렵다는 사실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단원들과의 충분한 교감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했단다. 인천시립교향악단을 맡은 뒤 인터뷰할 기회가 있을 때 언젠가 브루크너를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내비쳤는데 그 말속에는 '인천시립교향악단과 오래 연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있었던 것.

올해가 브루크너 타계 200주년이라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한다. 브루크너는 당대에 크게 인정받은 작곡가가 아니다. 교향곡 2번인가 3번 연주할 때는 악장이 끝날 때마다 관객이 빠져나가서 이병욱 왈, "곡이 끝나자 남은 사람이 스무 명 정도였다고 해요.". 교향곡 7번은 60세에 만들었는데 그제야 비로소 대작이 탄생했다며 사람들이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가 들은 교향곡 7번은 약 70분. 네 개 악장으로 돼 있는데 당연히 쉬지 않고 한 곡이 연주돼 시작부터 끝까지 박수 한 번 치지 않고 앉아 있었다. 게다가 1열 직관. 캬.

음악 들으면서 이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렇게 남긴 메모를 여기에 옮긴다.

1악장은 바닷가 몽돌해변을 거니는 느낌이었다. 고운 모래가 있는 백사장이 아닌 맨들맨들하지만 딱딱한 몽돌. 물에 젖으면 찰랑한 색감을 띠지만 밀물 후 해를 받으면 뜨거워 집었다 내던지기도 할 그런 조약돌. 

2악장은 조금 다채롭다. 바닷가 어딘가에서 귀 기울이니 파도 소리도 들리고 새 소리도 들리고 풀벌레 소리도 들리고. 대체 어떤 바다이기에 그런 소리가 다 들리냐 하신다면 글쎄요. 브루크너가 만든 바다는 그렇던데요, 라고 대답할 수밖에.

3악장은 웅장하고 화려하다. 마치 왕이 등장해 갑작스레 열린 마을 축제처럼. 둥둥 북이 울리고 튜바, 트럼펫도 뿜뿜. 왁자지껄한 소리들은 현악기의 줄을 손톱으로 뜯고 활로 퉁퉁 치는 것으로 표현. 브루크너도 나름 매력있다고 생각했다.

4악장은 파티가 끝난 뒤의 여운을 즐기는 시간. 소곤소곤. 간지럽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나름 이야기를 만들면서 들으니 더 재미있었다. 내 맘대로 즐기는 공연.ㅎㅎ 다음 달에는 브루크너 교향곡 제8번 연주한다고.(나는 못 감) 환호를 받고 안으로 들어갔다가 금세 무대로 돌아온 지휘자는 관객석과 멀리 있는 연주자들부터 한 명 한 명 소개하고 격려하고 지지하고. 관객도 함께 소리지르며 박수로 응답. 그렇게 몇 분 동안 단원 인사가 계속되었다... 손바닥에서 불이 나는데 그건 너무 행복하고 따듯한 일이잖아... 

저녁 안 먹고 가서 배 고프길래 집 근처에서 막걸리 사와 마심.(교향악과 막걸리가 어때서? 내 맘이지.) 4월 공연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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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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