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트레버 소설 읽기 #탄생을 지켜보다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에포스라는 여인이 있다. 원기 왕성하고, 정기적으로 공연을 보고, 책을 읽고, 해마다 아테네 여행을 하고 젊은 사람과 어울리길 즐기는 사람.

어느 날 에포스는 더트라는 남자에게 전화를 받는다. 부부가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이따금 외출할 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고, 그녀가 그런 일을 한다는 얘길 들었다는 것이다. 에포스는 흔쾌히 승낙하고 더트 부부의 집에 드나드는데...

더트 부부의 이상한 부탁
" 아이는 2층에 있는데 굳이 올라가보지 않아도 됩니다. 얌전한 아이고 울지도 않아요. 1층 소파에서 쉬면서 우리가 올 때까지 계셔주기만 하면 됩니다."

몇 번의 방문 후 에포스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2층으로 올라가 아이 방문을 연다. 요람 안에 누워있는 것은...(스포일러는 쓰지 않겠습니다)

아이가 아니라면 대체 누가? 무엇이?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작가는 뒤에 놀라운 사건을 또 하나(사실상 이게 핵심) 넣었는데 처음에 읽었을 때 이게 뭐지? 뭘 쓴 거지? 무슨 얘길 하고 있는 거지? 당황했을 정도로 황당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정말 문제작 중의 문제작.

부부는 왜 그런 일을 하는 걸까?
그들은 왜 그런 일을 비밀스럽게 하는 걸까?
더트는 어떻게 에포스를 알아봤을까?
나중에 에포스와 더트가 카페에서 재회했을 때 에포스는 어떻게 더트의 마음을 눈치 챘을까?

작가는 독자에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많은 걸 돌려말하고,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여기서 독자의 역할이 커지는데 그럴수록 해석하는 재미, 생각하는 재미는 배가 됐다. 탄생을 말하고 있지만 결국은 죽음과도 깊게 연결되어 있는 소설. 별 다섯 개.

"돌이켜 생각해 보면 에포스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모두 경험했다. 그녀는 스스로를 위해 설계한, 활기 넘치지만 피상적인 일상에 안주했다. 에포스는 자신의 생활에 매우 만족했으며 더트 부부가 그녀의 삶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별다른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