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트레버 소설 읽기 #욜의 추억 #탁자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728x90
반응형

이성과 감성의 조화,
깊이와 기교의 만남,
인간의 본성을 윌리엄 트레버보다 잘 들여다본 작가가 있을까.

소재에 한계가 없고,
그 시대만의 사조가 아닌 시대를 넘나드는 세계를 보여주고,
다양한 캐릭터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들여다보며 품어줄 줄 아는 작가.

개인적으로는 혼자 사는 사람이나 미혼과 비혼, 사별 등으로 1인 가구인 인물이 많이 나와서 좋음.
그들의 외로움이 느껴질 때마다 내 얘기 같고 나는 언제쯤 저런 걸 흉내라도 내볼까 싶고.ㅎ

2020년에 한 번 읽고
올해 봄에 다시 한 번 읽었기에 간단히 정리해보기로.

#욜의 추억

만약의 세계를 굉장히 잘 보여주는 작품. 체험해보지 않고는 쓸 수 없을 듯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첫 문단이 무척 흥미로웠다. 뭐냐 하면 이런 것.

"그는 당시에 5개월 된 아기에 불과했기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가장 오래된 기억은 까만 철문과 그 문에 얹고 있던 자신의 손, 그리고 포드 모델 T를 몰고 문밖으로 나가던 숙부의 모습이었다. 이 영상은 땀에 흠뻑 젖은 숙부의 안경 쓴 얼굴과 더불어 햇살 속에 잠겨 있었다. 그는 햇빛이 자동차의 흐릿한 검정색 페인트칠 위에서 여전히 빛나고 있는 것만 같다고 미스 티처에게 말했다. 뜨겁게 달궈진 좌석 시트에 앉아 있던 숙부는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화가 난 언짢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만약 부모님이 죽지 않았다면.
만약 숙모 숙부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만약 낯선 이에게 납치 당해 사랑받고 컸더라면.
만약 그때 결혼을 했더라면.
지난 인생은 고통과 괴로움일지도 모르지만 좋아하는 요리를 먹으며 때때로 기뻐하고 만족하는 일상을 보내는 게 행복.

미스 티처와 미스 그림쇼는 오래된 친구인데 그들 사이에 자신을 탐정이라고 소개한 남자가 나타나고, 티처와 그림쇼의 관계에 묘한 균열이 생긴다. 인물을 삼각형 구도 안에 넣고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준 스토리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별 두 개.

#탁자

이 작품은 훨씬 문제적이다. 
중고 가구를 매매해 재판해하는 일을 하는 유대인이 탁자 하나를 사고 파는 과정에서 어떤 부부, 혹은 어떤 가정의 삶에 균열을 낸다. 의도적이었든 무지에 의해서든. 혹은 지나친 상상에서든. 
윌리엄 트레버는 인물을 정말 잘 형상화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랬다. 악한 사람처럼 보이는 이를 등장시켜 누가 거짓말쟁이인지, 진실 혹은 거짓은 얼마나 한끝 차이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첫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의 남자도 사랑받지 못하며 성장한 것처럼 보이는데 작가가 소설의 주인공에게 부여한 '결핍' 가운데 하나겠지. 마음껏 미워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열렬히 호응할 수도 없는 존재.(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별 세 개.

아래는 결말의 일부.

"그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는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둠이 내려앉는 것이 보였다. 그는 단 한 번도 불을 피운 적이 없는 집에 돌아왔다.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가구들은 그를 보면서 미소 짓지 않았다. 그의 집에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728x90
반응형

이미지 맵

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소설,글쓰기강의/요즘 읽는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