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소설 읽기 #스케이트 타는 남자의 침묵 <침실로 올라오세요, 창문을 통해>(문학동네, 2008)

제목 #스케이트 타는 남자의 침묵
지은이 #후안 마누엘 데 프라다(스페인, 1970~)


스케이트 타는 일에 남다른 열정과 집착을 갖고 있던 남자가 어릴 때 알고 지내던 여자를 만나러 간다. 몇 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여자는 남자의 생각과 달리 외모가 변했고 남자는 험한 말을 내뱉는다. 여자도 그런 남자를 곱게 봐줄 리 없지. 독자는 이제 남자를 달리 보게 되는데 설상가상 집에 돌아오자 엄마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자신은 미혼이며 아들도 없다고. 썩 꺼지라고. 남자는 이제 스케이트를 탈 수 없겠다며 낙담하는데.
스케이트에 관한 묘사가 좋았고, 그걸 남자의 인생과 연결한 것도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나는 남자가 정신이상자고, 스케이트를 진짜 탄 게 아닌 머릿속의 공상에 불과하다고 여겼으나 그건 아닌듯. 스케이트 종류가 롤러냐 아이스냐에 대한 논쟁 아닌 논쟁도 있었는데("마치 찌르기 직전의 칼처럼 급격히 경직된 채 금속으로 된 앞부분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는 문장 때문에) 결론은 롤러였던 걸로. 길거리를 마구 누비거든. 날카로운 금속은 그 시절 그 나라에 있던 특별한 스케이트였던 걸로.ㅎㅎ 별 네 개.

"스케이트는 나에게 후광과 힘을 주었으며, 아무도 나에게 주지 못한 위안을 주었다. 한마디로 말해, 스케이트를 타면 내 자신의 중요한 사람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고, 심지어 왠지 인간적이라고까지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