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뒷면을 본 여자들>
원화+시 전시회
_최규승 시인, 이석구 작가
북토크에 다녀왔다
_2024. 2. 17. 토요일 대학로 이음갤러리
북토크에서 담아온 말로 남겨보는 후기
1. 남겨진 자들
이석구 : 작가의 학창 시절이 궁금하다는 사회자(작가이자 만화가인 도대체 님)의 질문에 대답하며. 자신은 교실에 남겨지는(남는?) 일이 많았고 -미술실에, 혹은 미술학원에- 그렇게 남은(자발적으로 또는 예술을 하거나 하려는 인간으로 남겨진) 동창과 능동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친구가 됐다고 한다. 적극적으로 뭘 하기보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거기에 시간을 많이 썼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2. 도로로록
최규승 : (역시 작가의 학창 시절이 궁금하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답하며.)
시인이 될 재목이었지, 암, 그렇고 말고,를 주장하기 위한 무엇은 크게 생각나지 않고 다만 학창 시절에서의 예술가의 기미? 같은 걸 기어이 찾아보자면 책 귀퉁이에 ‘도로로록 넘기면’ 움직임이 느껴지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고. ‘도로로록’ 한 번 발음했을 뿐인데 경쾌함이 느껴지면서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했는데 고등학생 때 김민기 노래를 듣고 가사가 너무 좋다고 감탄했었다 하심. 대중가요 가사는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게 많은데 김민기 노래는 묘사가 잘 된 가사들이 많다고. 풍경. 사람들.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들.
3. 세 개의 완성태
최규승 : 시는 시로, 그림은 그림으로, 이게 각자 하나씩의 완성태이고 ‘시와 그림이 같이 있는 것’이 또 하나의 완성태.(이번 시집이 그런 경우)
사회자가 물었다. 지금 책에는 시와 그림이 붙어있는데(?) 각각 따로 돌아다니면 어떨 것 같느냐고. 그 물음에 ‘세 개의 완성태’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이 멘트도 무척 좋았다.
에피소드 하나 더. 이석구 님 그림 중 하나를 스위스에서 오신 외국인이 구매했고 전시 종료 후 보내드릴 텐데 그분에게 말하진 않았지만(못했지만) 시도 슬쩍 넣을 거라고. “원 플러스 원이죠.” 이런 이야기 너무 즐겁잖아ㅋㅋ
박스 열었는데 시랑 그림이랑 같이 있으면 진짜 행복할 듯…
4. 독경을 외는 것처럼
시를 어떻게 읽길, 읽어주길 원하냐고, 읽을 것 같냐고(?) 사회자가 물었다.
최규승 : 독자의 자유죠. 재미있게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멍하게 볼 수도 있고… 뭐, “독경을 외는 것처럼” 무심히 보다가 뭔가 발견할 수도 있고…
문학 필사에서 시를 소개하면 이따금 “시는 이해하기 어려워요” “요즘 시는 어려워요” 사람들이 말하고, 나는 “그냥 경험하세요!” “감각하세요. 느끼세요!” 대답하곤 하는데 그래서 최 시인 님의 대답이 더 마음에 쏙 박혔는지도. 그냥 읽으면 돼요!
하지만 덧붙여진 시인의 말도 있다.
5. 의무감
최규승 : “약간의 의무감으로,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시 읽기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한 구절이라도 발견하게 되거든요. 저는 의무적으로 하는 글 읽기 좋아합니다.”
오오, 저도요! 강의 준비 하면서 더 많이 배우게 되는. 확실히 그렇다.
6. 변방의 변방
최규승 : “예전엔 문학이 변방의 중심이었는데 요즘은 변방의 변방이에요. 시를 쓰려는 사람들만 시를 읽고… 뭐 그렇죠.”
“시로 이름을 날리고 돈을 많이 벌기는 어렵죠. 소수라도, 그러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됩니다.”(미소)
“그저 시를 쓰겠다는 것뿐 저한테 어떤 목표가 있고 그런 게 아니에요.”
7. 속초 영랑호
최규승 : 이곳에 다녀와서 ‘흐르다 말,’ 이라는 시를 썼다고. 이쪽을 보면 밝고 해가 뜨는 것 같고 저쪽을 보면 어둡고 해가 지는 것 같은 풍경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대충 이런 느낌으로 이해했는데 속초에 호수가 있구나, 궁금해서 기록해둠.)
***
전시와 북토크 너무 좋았고
액자에 담긴 그림을 완성태!로 볼 수 있어 좋았고
시인이 직접 시를 옮겨 적어 두신 것도 넘넘 좋았고(필체 너무 멋지고)
그림 사고 싶었고
가난뱅이라 마음에 넣어두고 가격조차 확인하지 않았고
팔렸다고 빨간 점 붙어있는 거 빼고 고른다면 이거? 하고 찜한 그림은 ‘비 온 뒤‘였고
북토크 시작 전에 출판사 대표이자 편집자이자 시인인 박은정 님 세 번째 출간 기념 케이크를 준비한 것도 좋았고
작은 케이크에(케이크에 시집 제목을 새겼대) 3이라는 숫자를 꽂았는데
세 번째 시집이라는 말에 어? 나도 새 책 내면 세 번째이고 나도 저런 거 받고 싶다는 꿈을 꿨고
그나저나 저 조만한 케이크에 일곱 글자를 새겼다고? 저런 케이크 주문은 인스타 정보가 있나? 역시 시대에 뒤떨어지는군, 하는 자학을 했고
아무튼 주연이면서도 주연되기를 지연시키고 누군가에게 박수를 건네는 최규승 시인 님 모습이 따듯하고 멋졌고
북토크 끝나고 박은정 시인 세 번째 시집을 샀고(마사토의 거짓말)
포스터에 모집 인원 40명 내외였는데 40명 넘게 온 것 같았고
참여비가 있는 북토크는 처음 가봤는데(차 제공 같은 것도 없었다. 10,000원 중 5,000원은 현장에서 시집 구매 시 쿠폰처럼 사용 가능) 인천에서 이런 걸 하면 아주 아주 인기 작가 아니곤 안 올 텐데… 하는 생각을 했고
2022년에 공저 내고 북토크 할 때 참여비 당연히 없고 책도 주고 굿즈도 그냥 줬는데 객석에는 지인들 뿐이었지...
집에 오는 전철 안에서 시집도 들춰보고 북토크 후기 메모도 하고 라디오도 듣고 좋았네
화이트와인 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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