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터뷰 단상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728x90
반응형

2014년 지역의 인터넷 신문사에서 일할 때 처음 ‘인터뷰’라는 걸 했다.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별별 멋진 사람들을 만났던 것 같다. 정치인, 시민단체 상근자, 가수 이용, 독립영화 감독, 사진가, 음악가, 교사 등등.

경험이 적을 때는 막연하고 어려웠는데 금방 익숙해졌다. 원고 정리가 피곤하긴 했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았고 만나고 나면 늘 ‘사람’에 감동받았다. 저 사람은 저렇게 살았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내향적인 성격인 나는 인간관계 폭이 좁았고 이래저래 교류도 많지 않았다. 친한 친구들과만 만났고 무리(모임)를 선호하지 않았다. 책을 통한 간접경험 외에 눈을 마주치며 소통의 순간을 경험한 순간도 매우 적었다.

아무래도 직업이었기 때문에 내가 인터뷰이를 정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필요에 의해, 이슈에 따라 만났기에 부담스러운 상대도 많았다. 그래도 마주 앉으면 ‘이제부터 우리는 대화하는 사이’라는 게 공유됐기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하진 않았다. 타인의 삶을 듣는 일은 내게 자산이 되었고 나를 조금은 변화시켰던 것 같다.(등단작에도 인터뷰 이야기가 들어있다)

기자를 그만두고 소설가로 데뷔한 뒤에는 ‘프리랜서’로 인터뷰 일을 했다. 인천문화예술회관 ‘아트인천’에 실리는 글이었고 주로 예술인을 만났다. 연극 연출가, 작가, 지휘자, 성악가, 명창, 가수, 배우, 연극단체 대표 등등. 이런 분들은 인터넷의 바다에서 정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그걸 바탕으로 질문지를 작성했다. 책을 내신 분들은 책을 읽고 갔고, 공연을 하는 분들은 공연을 보고 갔다. 이야기거리는 풍부했고 대체로 막힘 없이 진행되었다.

얼마 전 인천문화재단에서 인터뷰 의뢰가 왔다.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는 일반인을 만나는 콘셉트였다. 인터뷰이는 결정되어 전달된다고 했고 나는 ‘문화예술교육 참여 전후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질문하면 되었다. 어려울 것 없다고 예상했는데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인터뷰는 실패했고, 재단에서 원고 수정을 요청했다. 요지는 “문화예술교육 참여 후의 변화가 많이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원고를 다시 보니 ‘사람’은 보이는데 ‘마음’이 없었다. “그림 배우는 거 좋아요. 시간도 잘 가고 삶의 활력소가 되죠.”라는 대답에서 더 파고들어가지 못했다.

좋으면 좋은 거지 좋은 걸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명하겠어? 지레짐작한 탓이었고, 그랬기에 깊이있게 파헤치지 못했던 것이다. 변화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서서히 느끼는 것 아니겠냐고 넘겨짚었던 것 같다.
원고를 수정해야 했으므로 인터뷰이에게 전화를 걸어, 이러이러해서 글을 보충해야 한다고 말하고 몇 가지를 더 물었다. 그는 우울함을 느끼고 불면증도 있었는데 교육 후 그런 게 사라졌다고 했다. 그리고, 칠하고, 본인 솜씨로 만든 생활용품을 쓸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런 반응이 인터뷰 콘셉트라면 참여자들의 대답이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좋아요. 행복해요. 생활에 도움이 되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고요.”

이걸로 충분한가. 이런 언어 외에 어떤 게 더 필요할까? 감정을 뭉뚱그리지 않고 언어로 설명하기 위해 나는 어떤 질문을 했어야 할까? 모르겠다. 그리고 어렵다. 너무 쉬운 만남만 가졌던 건 아닌지, 물어볼 게 확실한 사람들과만 인터뷰한 건 아닌지 돌아봤다.

그때 만난 그 분은 자기표현 욕구가 강했고, 생활이 넉넉한 편에 속했다. 만 50세에 명예퇴직하고(올해 51세) 부동산 수입으로 가정을 꾸린다고 했다. 이혼한 얘기도 서슴없이 하셨는데 그 내용은 나중에 원고에서 삭제했다. 주식 얘기, 종교 얘기도 했는데 그것도 짧게 쓰거나 글에 포함하지 않았다. “그림을 그리면 뭐가 좋은가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진 않으세요?”
-시간이 잘 갑니다. 누가 잘한다고 말해주면 기쁩니다.
-사람들과 같이 밥도 먹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독자는 어떤 걸 기대할까? 어떤 걸 읽고 싶어할까?
인터뷰:조사하고, 질문하고, 듣고, 마음을 나누고, 쓴다…. 이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또 한번 배웠다.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IFVvmUCl_y3EIGZ78uVE0t1e-NHvDAM=

 

🎨 회사 밖에서 만난 ‘내가 그린 그림’

 

stibee.com


*그러고 보니 얼마전에 초등학교 2학년 조카가 학교 숙제로 인터뷰해야 한다고 날 찾아왔던 게 생각나네. 그때 사진을 찍어두었지.



김철민 님이 그린 그림

 

728x90
반응형

이미지 맵

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작가의일상/인터뷰랑 전시리뷰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