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예술회관 계간소식지 <아트인천> 가을호에 정태춘 선생님 인터뷰가 실릴 예정이라는 편집장님의 연락을 받은 게 2주 전. 지난번 포크 듀오 소리새 만났을 때 '음악(특히 포크)을 몰라서' 주눅들었던 경험 때문에(그렇다고 성악, 판소리 명창, 지휘자, 연극 연출가, 배우 등을 인터뷰했을 때 당당했던 건 아님......) 뭐라고? 정태춘 님??? 놀랐던 건 사실이다. 안 한다고 할 수도 없고... 편집장님에게 언뜻 불안한 감정 표현을 했더니 "괜찮아요" 한 마디.ㅋㅋㅋㅋ "제가 아는 정태춘 님은 그럴 분이 아니에요"(응???)
<아치의 노래, 정태춘>이라는 다큐가 지난 5월에 개봉했는지도 몰랐다. 인터뷰 가기 전에 봐야할 것 같아서 찾아봤는데 인천에는 상영하는 극장이 없었고, 서울 어느 극장에서 드문드문. 7월 9일 토요일 10:40분에 단 1회 상영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주말에 이대 아트하우스 모모에 다녀왔다. 다 좋은데 전날 새벽까지 술 마시며 과음하는 바람에 프리랜서로서는 드물게(강의나 약속 전날 웬만해선 술 안 마시려고 노력함) 숙취로 흔들리는 골을 붙잡고 가만가만 천천히 서울 도착. 가방에 책을 한 권 넣어갔으나 몇 페이지 읽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토요일 오전에도 불구하고 제법 관객이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역시...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알 수 있었다.(입소문 듣고 오신 거겠지) 정태춘 잘 모르고, 이름은 들어봤고, 정태춘 박은옥이 커플이라는 것만 겨우 알고, 삶은 전혀 모르고, 노래 조금 아는 정도였는데, 영화 와!!! 이렇게 지루하지 않은 다큐멘터리라니. 과장도 없고 일부러 클라이막스를 넣으려 하지 않아도 정태춘 박은옥의 목소리만으로, 노래만으로, 인생만으로(물론 고영재 감독 및 제작진의 열정적인 노력이 있었겠지요+능력도)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데 감동했다. 추천합니다.
(7.14 추가)
드디어 지난 화요일, 연남동에서 정태춘 인터뷰를 했고, 짐작처럼 솔직하고 순수한, 짐작과 달리 개구쟁이 같은 면모가 반가웠다. 질문 하나하나 귀 기울여 듣고, 눈을 마주치며 대답하는 모습도 굉장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10년 넘게 노래를 만들지 않다가 지난 3월부터 새롭게 노랫말을 쓰기 시작했고, 새벽 네 시 반이면 일어나 글을 다듬고, 다듬고, 또 다듬는다고 한다.
1978년 <시인의 마을>로 주목받은 뒤 2, 3집은 인기를 얻지 못하고, 그 실패를 딛고 다시 4, 5집을 내서 사랑받고, 그러다 또 (그분 말씀에 의하면) 세 개 앨범을 대중이 외면해 “이제 그만해야겠다, 나는 스스로 유배를 떠났다, 새로운 문명 열차에서 뛰어내렸다, 난 다쳤다, 피가 흐른다”며 노래를 내던진 뒤 사진과 가죽공예, 붓글에 빠지고... 2019년 데뷔 40주년 프로젝트를 하면서 다시 무대에 서고, 코로나로 잠시 주춤하다가 8월에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콘서트를 한다고 한다. 오!!! 보러 가야지.
인터뷰 장소는 음악 다큐 <아치의 노래, 정태춘>을 기획한 사무실이었는데 직원분에게 ‘밖에서 사 온’ 커피를 대접받았다. 아메리카노일 테지, 하고 뚜껑을 열었는데 거품이 가득했고 한 모금 머금었다가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테일러 커피라고, 연남동 꽤 유명한 집이고 커피 이름은 모카크림 뭐시기였다고 한다. 자주 쓰는 종이컵 1.5배 정도 크기의 잔도 마음에 들었고(뜨겁지 않게 컵 2개가 겹쳐 있었는데 하나 가져올 걸 그랬나? 없어 보였으려나?) 디자인도 예뻤다.
100분 정도 대화를 나눈 것 같다. 미리 써간 질문지 분량이 A4 3장이 넘었고, 받아적은 선생님 말씀은 7장이 넘었다. 두 번 세 번 되풀이하는 이야기는 거의 없었고, 수다처럼 떠든다든가 비문으로 우왕좌왕 말씀하시는 법도 없었다. 함께 간 편집장님도 작은 수첩을 펼쳐 놓고 선생님의 이야기를 메모했고, 조용히 사진을 찍다 멈춘 사진작가님도 옆에서 소중한 생각을 경청했다. 좋은 시간이었다.
정태춘 인터뷰는 <아트인천> 가을호에 실린다. 콘서트 홍보를 위한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반한 삶과 노랫말 위주로 풀어낼 예정이다.
덧1. 아치의 노래에서 '아치'는 양아치의 아치임.
덧2. 8월에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정태춘 박은옥 콘서트가 열리는데 가보고 싶어졌음.
덧3. 정태춘 님 인터뷰는 7월 12일 오후 3시 홍대에서.
'작가의일상 > 인터뷰랑 전시리뷰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태춘을 다시 듣는다는 것 (0) | 2022.09.04 |
---|---|
포크 듀오 소리새 "통기타 음악은 사라지지 않는다" (0) | 2022.06.11 |
나는 인터뷰어다 (2) | 2022.03.16 |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