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 듀오 소리새 "통기타 음악은 사라지지 않는다"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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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 듀오 소리새_황영익, 한영

소리새는 역사가 30년이 넘는다. 1981년 김광석(고인이 된 김광석과는 동명이인)과 한정선, 황영익이 모여 ‘솔개트리오’를 결성했고, 1988년 한정선이 빠지고 한영이 가세하면서 황영익, 한영, 김광석의 ‘소리새’가 탄생했다. 20여년을 함께 했던 김광석과 황영익이 2001년에 헤어진 뒤 김광석은 김광석 나름으로, 황영익은 신성철과 또 다른 ‘소리새’로 음악 활동을 계속하다가 2018년 원년 멤버 황영익, 한영이 다시 만났다.

‘그대 그리고 나’
“푸른 파도를 가르는 흰 돛단배처럼/그대 그리고 나/낙엽 떨어진 그 길을 정답게 걸었던/그대 그리고 나...”

사십 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노래. 서정적 가사에 감미로운 음성을 더한 ‘그대 그리고 나’는 1988년 황영익과 한영의 ‘첫 소리새’가 부른 노래다. 시작이 순탄한 건 아니었다. 푸른 파도와 흰 돛단배가 나오는 가사도 썩 멋있게 들리지 않았고 음반사에서는 조영남의 ‘지금’과 너무 비슷하다고 퇴짜를 놨다. 전주가 1분이나 돼 김기표 선생의 도움으로 짧게 편집했는데 음반을 녹음할 때만 해도 잘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앨범은 소위 ‘대박’이 났고 판매량이 100만장을 넘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황영익과 한영은 선인재단 내에 있던 효열초등학교 동창이었다. 이십 대 어느 날 우연히 대기실에서 만났을 때 황영익이 한영을 기억해냈다. 4학년 때부터 효열초교에 다녔던 한영과 달리 황영익은 6학년 가을에 전학 왔는데 선생님은 한영의 뒷자리에 앉으라고 지시했다. 한영은 사방을 둘러보며 친구를 사귀는 타입이 아니었고, 황영익은 매일 자기 앞에 앉아 있던 한영의 얼굴을 잊지 않았다.

소리새 결성 후 두 사람의 활동 기간은 일 년 남짓밖에 안 됐지만 김응천 감독의 영화 <그대와의 마지막 춤을>에도 출연하는 등 추억이 많았다. 최민수와 신혜수가 주인공이었는데 록커로 나온 최민수의 음악하는 친구들로 카메라에 얼굴을 비쳤다.

소리새 황영익
황영익은 고등학교 졸업 후 인천에서 가장 컸던 무아 레스토랑에서 실력 있는 가수를 뽑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도전했는데 결과는 연거푸 낙방. 레스토랑의 지배인에게 부탁해 가수로 활동하던 한정선의 무대를 매일 구경하면서 한정선과 가까워졌다.

1980년대에는 연극 상연이 없는 날 관객과 노래를 부르는 ‘싱어롱’ 프로그램이 있었다. 돌체소극장의 싱어롱 기본 세팅은 피아노 반주였는데 어느 날 황영익이 그곳에서 기타를 쳤다. 그게 주목을 받았고, 멤버로 자리 잡으며 그곳 분위기에 친숙해졌다. 한정선이 만든 ‘연극 중에서’가 연극에 삽입되고, 황영익, 한정선 두 사람이 극장에서 열리는 연극의 배경음악을 연주하면서 조직한 것이 바로 솔개트리오다. 내친김에 그곳에서 콘서트까지 열었고, 운 좋게 안타음반 안치행 사장의 눈에 들어 <연극 중에서>라는 솔개트리오 1집 앨범이 세상에 나왔다.

소리새를 끝까지 놓지 않은(?) 황영익은 솔개트리오로 시작한 음악 활동이 40년이 넘는다. 지난 2013년 솔로 앨범을 발표했지만 공식 활동은 하지 않았고 그때 실은 15곡에 3곡을 추가해 지난해 ‘정식’ 솔로 앨범을 냈다. 이 앨범에는 황영익이 직접 노랫말을 쓰고 작곡한 곡들이 많다. 소리새 5집에 수록됐던 아름다운 포크 발라드 ‘꽃이 피는 날에는’을 비롯해 ‘자유의 하늘 높이’, ‘가고 싶은 그대 곁에’, ‘너, 나의 고독’ 등이 있고, ‘지난 밤’ ‘외로운 여자’ 등 한정선의 곡들도 매력적이다. 앨범의 첫 수록곡 ‘사랑하기로’는 백년해로를 다짐하는 사랑의 맹세를 그린 포크 발라드인데 나지막하고 정겨운 목소리로 “먼저 잠들지 않을게, 먼저 떠나지 않을게”라고 노래하며 아내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속삭인다.

한영과 함께하는 소리새
황영익은 2020년 9월 유튜브 <소리새 황영익TV>를 개설했다. 녹화해놓은 영상을 조금씩 올리다가 지난해 8월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밤 9시부터 2시간 동안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흔다섯 차례 라이브 방송을 이어왔다(2022.5.12.기준) 반주기와 함께 통기타를 연주하며 자신의 노래는 물론 다른 가수들의 인기곡과 팝송을 열창하며 팬들과 함께 하고 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생각하지 못했을 방식이었다. 가수의 무대 공연 기회가 전무 하다시피 해 어쩌다 하게 된 것도 있다. 팬들과 직접 만나서 눈빛과 호흡으로 교감하는 게 좋고, 이어폰보다는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는 소리를 원하지만 아쉬운 대로 어떤 ‘메마름’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팬들과 공감하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관객의 처지에서도 생생한 공연을 만날 수 없으니 안타깝고 섭섭한 점이 있었을 터. 한영은 라이브 방송에 두 번 함께 했는데 소감을 물었더니 힘들다는 대답이 먼저 나왔다. 관중 없는 데서 골 차는 느낌이라고, 같은 노래를 불러도 두 배로 수고스러운 것 같다고, 역시 현장이 좋다고 했다.

황영익을 다시 만나기 전 한영은 아내와 듀엣으로 움직였다. 비용 문제 때문인지 언제부턴가 아내의 솔로 무대만을 요청하는 곳이 많아졌고, 한영은 설 자리가 줄었다. 포크를 부를 때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는 황영익과 달리 한영은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데 편하게 부를 수 있는 것만 해도 천여 곡이 넘는다. 소리새의 색깔도 잘 알고, 발매 음반에 수록된 노래도 모두 알고 있어서 소리새 활동에 어려움은 없다.

다시 만난 ‘우리’
황영익은 이십 년째 연예인 축구단에 속해 있다. 다치기도 하고 수술도 몇 번 했지만 요즘도 일주일에 두 번은 운동장을 뛴다. 술은 십일 년 전에 끊었다. 어릴 때는 사십 대만 돼도 가요계를 떠나야 하는 줄 알았다. 선배들이 일흔 넘어서도 활동하는 걸 보고 희망을 가졌고, 무리하게 욕심내지 않고 꾸준히 자신을 컨트롤하려고 한다.

한영은 나이 들면서 소리가 달라진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힘이 부족해서인지 목의 쓰임을 강조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체력이 받쳐줘야 소리가 제대로 나온다고 믿기에 몸이 지치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

‘미사리 문화’라고 할까. 통기타 하나로 반주를 맞추며 노래를 들려주는 무대는 이제 거의 없다. 소문에 의하면 미사리 라이브카페도 서너 군데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파주에 조금 있고, 마포에 두세 개, 광화문에 몇 개……. 재결성 이후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움직임이 주춤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들은 활발하게 공연 무대에 서고, 음악 방송에서도 포크를 들려줄 수 있길 바라고 있다. 간단한 코드로도 마음을 울리고 세상을 적시는 통기타의 선율은 어디서든 부드럽게 흐를 것이다. 언제까지나.

소리새만의 달콤하고 시적인 노래는 오는 10월 커피콘서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

“가을에는 포크다!”

#인천문화예술회관 #아트인천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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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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