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학기에는 줌을 이용해 온라인 수업을 했는데
마지막 날 4학년 여학생이
“대면으로 했다면 진로 관련해서 교수님께 상담도 하고 그랬을 텐데 아쉬워요.” 했다.
그때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첫째, 내가 그런 상담을 나눌 자격이 있나?
둘째, 수업 진행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이따금 여유를 만들어서 “질문 있어요?” “하고 싶은 말 있나요?” 물었어야 했는데 너무 급했군.
올해는 3월은 비대면, 4월부터 대면이어야 학교에 나가고 있고
월요일 강의라 이제까지 세 번 갔다.
첫 대면 날, 내가 학위 과정을 하며 수업 들었던 바로 그 교실에서
학생들과 마주하니 감개가 무량하기도 했다.
컴으로 네 번이나 만났는데 ‘마스크 페이스’라 낯설기도 하고,
내 개인적인 위치 때문에 어색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씩씩한 척 하느라 긴장하고.
“안녕하세요, 여러분! 다들 오셨나요? 여러분도 학교 오랜만이죠? 저도 그래요!
거리두기가 완화돼서 학교 분위기도 조금 달라졌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네요.
여전히 옆문 뒷문 다 닫혀있어서 예전에 기억했던 길 따라갔다가
돌아오느라 1분 늦었어요. 미안합니다.
자자, 가운데를 중심으로 책걸상을 돌릴게요.
여기 왼쪽 두 줄, 저쪽에 오른쪽 두 줄로 자리잡고
합평자와 발제자는 앞쪽에 앉습니다.”
학생들은 말을 잘 안 하니까 나 혼자 반갑다느니, 여러분도 그러냐느니 떠들다가
“그럼 시작해볼까요?”
수업 시간이 2시간 45분인데, 보통 1시간 남짓하고 쉬는 시간을 갖는다.
놀라운 것은, 그날부터 주욱, 매번,
쉬는 시간에도, 강의 종료 후에도 학생들이 찾아와 내게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이게 왜 놀라웠냐면 나는 살면서 선생님한테 질문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모르는 거, 궁금한 거, 이해 안 되는 거, 잘 못 들은 거, 다시 확인하고 싶은 거,
아무튼 모든 걸 다 친구한테 묻거나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내게 선생님은 늘 어려운 사람...)
아무튼 쉬는 시간에 나는 강의실 옆 창가에 서서 텀블러에 담아온 차를 마시는데
바로 그 자리가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곳이다.
(교실에 멀뚱히 앉아있긴 뭐하니까... 핸드폰을 들여다봐도 카톡 하나 오지 않았으니까... 목이 말라서라기보다는 소품으로(?) 텀블러 챙겨간다... 물론 차가 담겨있긴 하다...)
(올해 입학한 1학년 남학생이)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소설 읽을 때 지문 속의 ‘나’와 자신을 동일시하라고 했거든요. 여전히 그렇게 보게 되는데 그런 방법 말고 어떻게 소설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소설 읽는 방법 같은 걸 알려주실 수 있나요?”
(시 전공인데 본인 소설 합평 후 다음 주에)
“지난주 합평 후에 제가 산문의 형식을 잘 모른다는 걸 알았어요. 시적 문장이 익숙해서 아직은 어색한 것 같아요. 산문을 쓸 때는 시적 문장을 버려야 할까요? 소설에는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지, 내 이야기를 하면 너무 나 같으니까 숨기려고 하다 보니 어려워요. 소설에 나올만한 등장인물을 생각하는 것도요.”
(2학년 남학생이 본인 소설 합평 당일에)
“입시 준비할 때 한 장짜리 글을 많이 연습해서 그런지 그 분량에 맞춰진 것 같아요. 긴 글을 못 쓰겠어요. 어떻게 하면 길게 쓸 수 있을까요?”
(또 다른 학생) “긴 문장을 쓰는 게 좋을까요, 짧은 문장을 연습하는 게 좋을까요?”
(또 다른 학생) “재능과 노력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급하게 진로를 결정해서 입시 준비를 별로 못 했거든요. 운 좋게 학교에 들어오긴 했는데 다른 친구들보다 못 쓰는 것 같아서...”
(또 다른 학생) “저는 실기가 아닌 일반 전형으로 들어왔거든요. 그래서...”
나는 잘 들어준다.
잘 대답해주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강의 후 교통체증을 피해 도서관 열람실에 앉아 있으면서도,
운전하고 집에 오면서도,
잠자리에 누워서도,
그들의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학생들이 고민이 많구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구나... 인정 받고 싶어하는 구나...
잘하고 싶은 게 당연하지. 칭찬받고 싶은 게 당연하지.
다음에 이 얘기를 보태야겠다, 이런 방법도 있다고 말해줘야겠다, 이 책을 추천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려면 내가 할 일이 많다고, 그러니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고 다짐한다.
이런 기회가, 이런 시간이 참 고맙다.

'작가의일상 > 여행과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쓰는 디자이너_포트폴리오 (0) | 2022.05.13 |
---|---|
화요일은 월든 선생님 (0) | 2022.04.20 |
연극 <붉은 낙엽> (0) | 2022.04.18 |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