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났습니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집중적으로 표출되는 시기. 어느 날 밤 핸드폰으로 kt 시즌seezn에 접속했다가 우연히 영화 <국가대표>를 보았어요. 2009년에 개봉한 그 영화 맞습니다. 인기도 많고 화제성도 높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전 안 봤더라고요.
기대하는 이가 별로 없는 스키점프 국가대표팀 이야기잖아요. 팀원들의 사이도 좋지 않고 지원도 충분치 않아 마음껏 연습할 수도 없죠. 그런 그들이 눈 대신 비를 재료 삼아 점프대에 오르고, 나무 꼭대기에 거꾸로 몸을 매달고, 승합차 위에서 스키점프 자세로 질주하는 걸 보고 멋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훈련이 험난하고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여겼겠지만 제게는 그게 ‘다른 방법’으로 보였거든요. 언제나 좋은 조건으로 연습하고 완벽한 결과물을 낼 수는 없잖아요. 다른 감각을 경험하면서 최종적으로 자신이 가야 할 곳을 찾은 것은 아닐까요.
필사도 그런 거예요. 무수한 글쓰기 공부 중 하나죠. 필사가 최고라고,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 이런 것도 있어? 한 번 해보는 거죠.
옥주연이 <인생술집>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핑클 때랑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지금이랑 성대 쓰는 법이 다르다고요. 핑클 때는 내지르는 창법으로 노래했는데 이후에는 공부를 많이 해서 최대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쪽으로 연습한대요.
흔히 작가에게는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죠. 자기만의 문체가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그 작가’의 글체가 등단할 때부터 5년, 10년, 20년 계속 비슷할까요?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어떤 세계관을 그리느냐에 따라 글쓰기는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20대 때 신나게 쓰던 작가가 30대엔 그러지 않을 수 있고 40대에 시작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어느 순간 북극성을 만난 카시오페이아처럼 자기 자리를 잡을 수도 있잖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문체로 쓰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아니,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니까, 인간이므로, 인간이라서 변하기 마련이죠. 의도적이든 의식하지 않은 변화든 말이에요.
타고난 장점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적어도 글쓰기 분야에서는 노력으로 자기 스타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시도하는 수밖에요. 그럴 때 다양한 이야기, 다양한 장르, 다양한 감정, 다양한 묘사를 만나는 건 중요합니다. 그래서 함께 하는 겁니다. 혼자서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내 관심 분야, 내 성격에 매몰될 수 있으니까요.
문학 필사에서는 국내외 작가의 시와 소설, 희곡을 소개합니다. 5주 동안 23~25명의 작가와 작품을 만날 수 있어요.
'소설,글쓰기강의 > 문학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취미는 필사(3) 안도현과 신경숙 (0) | 2022.03.15 |
---|---|
취미는 필사(1) 취미 (0) | 2022.03.13 |
필사, 쓰는 시간이 아닌 채우는 시간 (0) | 2022.02.21 |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