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도전한 '문장 이론' + 이런저런 생각들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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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생활을 못 견뎌해서 자꾸 일을 벌인다.
약간 완벽주의 성향도 있어서 다 잘하고 싶어한다.

첫 마음과 끝 마음은 다를 수밖에 없고
어떤 순간에는 감정과 욕망만 남는다.
잘하고 싶었는데...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지난해 가을에는 '미니픽션 함께 쓰기'와 '처음 쓰는 소설'을 기획했었다.
전자는 개강하지 못했고 후자는 잘 진행했다.

늘 겨울에는 쉬었는데 온라인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변경한 이후
겨울에는 6차시로 읽기만 진행했다.

올 여름의 문장이론도
단편소설 깊이읽기와 소설창작워크숍만 반복하는 건 재미없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기획했다.

여기저기서 강의하는 것도 아니고(여기랑 동일하게 수업하는 강의는 없다는 뜻)
마음만만연구소라는 이름을 걸고 딱 한 번 수업하는 데 그토록 많은
준비와 에너지를 썼다는 게 놀랍기도 하다.

열심히 준비했다는 걸 어필하고 싶어서 강의 중에
"이런 거 어디서도 못 들어요. 문창과에서도, 대학원에서도요.
문장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말해주는 사람 거의 없어요."
잘난 척을 했다.

강사가 만족하면 뭐 하나? 수강생들이 만족해야지?
주변에 소설 쓰는 친구, 함께 소설 공부한 친구 몇 명에게 강의 자료 보여줬는데
깜짝 놀라더라...
잠시 우쭐해서,
강의 자료 보완하고, 보강해서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며칠 지나니까 그 정도로 완성도가 있나? 알맹이가 있나? 의심이 꼬리를 물었다.
성격 어디 안 간다...

뭔가를 실행하려면 오래 고민해야 하는데 내겐 즉흥적인 성격도 있고...

*

문장이론 강의를 녹화했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결석한 분에게
녹화본을 제공해줄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강의자료도 듬뿍 제공.
당장은 아니어도 두고두고 공부할 수 있도록.

영상 강의가 너무 '이론'에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피드백이 있었고
다음에 하게 된다면 알려주는 데 급급하지 말고 참여형으로 친절하게
전달하는 방식을 활용해야 할 것 같다.
그걸 몰라서 못한 게 아니고... 이번에는 진짜 욕심이 지나쳤다.

수강생이 돈을 내지 않고 무료로 듣는 수업과
수강생이 돈을 내는 수업을 진행하는 나의 자세는 조금 다른데
이번 수업은 후자이므로, 개인적인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을 빡빡하게 써야한다는...
최선을 다해서 내가 아는 걸 전달해야 한다는...

어쩌면 give&take를 너무 계산기 딱딱 두드림.
어쩌면 가난에 찌들어 좀처럼 여유를 보이지 못했던 지난날의 습관.
(술렁술렁 가르치는 교수나, 제멋대로 휴강하는 교수를 엄청 싫어했었다.
씨발 등록금이 얼만데... 하면서.)

모쪼록 자그마한 도움이 되길 바랐다.
그 마음은 다들 알아주신 것 같아서 이 이야기는 오늘로 끝!

*

중간에 떨어져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마음이 아픈데(그들의 개인사정을 듣고 나서도)
이번에는 여덟 분 모두 끝까지 마무리해서 너무 좋았다.
8차시의 한쪽 글 쓰기도 수강생이 모두 제시간에 제출해주어서 기뻤고.

종강날 수강생들의 글을 받으니,
뭔가 마음이 짠해지면서 아, 이제부터 시작인데 오늘이 마지막이라니 큰일났다,
하는 아쉬움이 컸다.
방공호 같은 원룸,
외국에서의 낯선 생활,
장편 앞부분에 대한 고민,
고치고 또 고친 누군가의 첫문장,
소설 아닌 생활글에서의 진심 등이 담긴 글을 나누고 안녕, 해버린 것이다.

수고하셨어요, 감동적이었어요, 그런 말만 할 수 있나?
또 최선을 다해 코멘트했지.
이 부분은 이렇게, 저 부분은 저렇게,
건축적인 시각에서 보기,
연결고리 잘 살피기,
들어가는 문은 하나만.

누군가 "선생님의 말씀이 다 맞는 것 같아요. 100% 맞는 것 같아요."
소감을 전하니
누군가 바로 받아친다.
"대체로 지적이 맞는데, 열 중 하나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자기 것'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풋. 나때는 그런 거 다 속으로 생각했는데 직접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당연하죠! 열 개 중 한 개가 아니라 10개 중 5개는 고집대로 하세요!
소리치고 싶었지만...흐흐

*

무한대로, 끝나지 않는, 외롭고 괴로운 글쓰기.
쓰는 것도 가르치는 것도.
수업받는 사람은 가르치는 나보다 더 속상할까? 힘들까?
그럴까?
배우는 마음이 가르치는 마음보다 어렵다고 할 수 있을까?
가르치는 사람도 어렵다. 매번 어렵다...

너나 잘하지, 하는 말을
내가 나한테 가장 많이 한다.

죽을 수 없어서 가르치는 것도 있다.
(사람들한테는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좋아요!라고 말한다)

외로워서 만나고 싶은 것도 있다.
(사람들한테는 얼굴 보니 너무 좋네요!라고 말한다)

내가 잘 나가는 사람이어야(?) 사람들이 내 수업에 더욱 귀 기울이지 않을까
하는 속물성은 마음챙김으로도, 명상으로도 사라지지 않는다.
늘 부끄럽지만 아닌 척 한다.

배려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배려'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말투도 조심하려고 애쓰는데
태생에 사랑이 부족해서 버거울 때가 많다...(이거 종강 후기 맞냐)


참, 이번에 처음 수업을 들은 20대 초반 여자분이 "엄격하지 않아서 좋았다"고
인사했는데 '엄격'이란 말 오랜만에 들어서 또 풋, 했다.
엄격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의 권위를 예상했던 거겠지.

자신감과 권위는 다른데
내게는 자신감이 있나. 있었나.
잘 표현했나. 불편을 주진 않았나.

*

온라인 세상으로 바뀌면서 '뒤풀이' 문화가 사라졌다.

나때는 소설 수업 끝나는 날마다 술 마셨다. 9시에 끝나면 9시부터 매주 술집에 갔다.
대개 선생님도 함께.

배다리에서 수업할 때는 종강 날마다 술 마셨다. 그냥 헤어지기 아쉬우니까.

온라인 종강은 손 흔들고 끝이다.
여기서 더 서글픈 건 단톡방.
단톡방 나가기-이거 어떻게 해결 안 되나?
한 번에 '팍!'하고 없어지는 걸로?

단톡방 만드는 거 너무 싫다.
단톡방 사용 종료하는 게 세상에서 젤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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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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