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듣는 온라인 수업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무/유료 강좌 몇 개를 신청했다. 모 대학 평생학습관과 서울심리지원 센터에서 하는 것도 있고, 내가 사는 지역의 도서관과 평생학습관에서 진행하는 것도 있으며, 민간기관에 돈을 내고 듣는 것도 있다. 나머지 하나는 지역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하는 1인방송 관련 강의다. 총 6개. 모 대학 평생학습관에서 하는 것(학기별/총15주)을 제외하면 모두 이번 달에 끝난다.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 #혐오에 대하여 #동아시아 현대미술 #1인 방송(유튜브 콘텐츠 제작) #북큐레이션 #토요 마음공부

 

 

6개 중 1개는 네이버밴드로 진행하고 나머지는 모두 줌zoom인데 강사마다, 기관마다 특징이 있다.

 

대학에서 하는 강의에는 열 명 정도가 참여하는데 첫 시간부터 10분 이상 비디오를 켜둔 사람이 없었다. 교수님이나 조교도 그걸 '지적'하지 않았다. 교수님은 첫 시간에 한 번, 그리고 다음 번에도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하긴 하지만 오프라인보다 참 힘들다"고 하셨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잘 듣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운을 뗀 뒤 PPT 자료도 없이 머릿속에 든 지식을 자근자근 풀어내셨다.

 

첫날에는 뭔가 너무 민망해 거의 나만 비디오를 켜고 있었다. 처음엔 조교가 함께 있었지만 어느 순간 조교도 비디오를 끄고... 두 번째도 비슷한 상황. 나랑 교수님만 비디오 켜고 있었는데... 나도 슬쩍 껐다. 정말 열심히 듣는 수업 중 하나고, 컴 앞에 꼼짝 않고 앉아 집중하고 있는데도 '비디오를 끄는 게' 조금 더 홀가분해서 그게 그렇게 되더라.

 

 

 

개강 3주 후에 평생교육단에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평생교육단 구성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온라인 개강 이후 어느덧 3주가 지나갔습니다. 진행 초반의 기술적 오류 및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강생 여러분을 직접 만나 강의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교강사 여러분 또한 화상 수업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강의 환경으로부터 비롯된 물리적, 심리적 거리 극복을 위하여 큰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이에 수업 진행에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 온라인 강의실에서는 가능하면 카메라를 켜주십시오.

일부 수업의 경우, 수강생 전원이 카메라를 꺼두고 수업을 듣습니다. 이럴 때 선생님은 수강생의 반응을 볼 수 없고, 유대감을 느끼기가 힘들어져 수업 진행이 몇 배는 힘들다고 말씀하십니다. 물론 공간을 보여주기 곤란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간단하게 필터를 적용해서 배경을 가릴 수 있습니다.

 

2. 이따금 존재를 드러내 주세요.

화면을 볼 때 수동적인 태도를 지니게 되는 것은 당연한 습관입니다. 그러나 온라인 강의를 들을 때, 화면을 통해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거나, 다른 수강생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도로서 더욱더 학습 효율을 높여줄 것입니다.

 

3. 채팅창과 음소거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세요.

마이크 음소거 기능은 예기치 않은 소음이 수업을 방해하는 것을 미연에 막을 수 있는 유용한 기능입니다. 수업이 한창 진행될 때는 마이크를 꺼두고, 선생님과 소통이 필요한 경우에는 켜주세요. 갑자기 끼어들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채팅창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질문을 남기기에도 좋으며, 직접적인 개입 없이 적절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모두를 위하여 모두가 노력하는 한 학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평생교육단에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외에도 좋은 의견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메일 혹은 사무실로 공유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문자메시지를 받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다음부터는 교수님과 나만 남더라도 비디오를 켜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나처럼 생각하신 분이 계시더라. 참여자의 반 정도가 비디오를 켰던 것 같다.^^

 

네이버 밴드로 진행하는 ‘동아시아 현대미술’은 참여자 모집 인원이 100명이었다. 교수님은 강의하고 참여자들은 채팅으로 소통한다. 토론이 아닌 지식전달 위주의 강의라 밴드 플랫폼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줌으로 하는 경우 비디오 꼭 켜주세요 하는 분도 있고, 가능하면 켜주세요 하는 분도 있고,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비디오 중지한 사람을 무시하려는 듯한 강사도 있다. 솔직히 말해 끄고 있는 게 편하긴 하지. 재미없는 프로그램의 경우 표정 관리가 잘 안 되고, 내가 나의 ‘썩소’를 마주하고 있기 불편하니까. 비디오는 무조건 켜는 게 ‘예의’, 그렇지 않으면 ‘싸가지’가 되는 걸까? 그런 면에서 위의 메시지 내용은 세련되고 적절한 것 같다. 이분법으로 단정 짓지 않고 ‘참여 팁 공유’ 형식으로 전달한 방식이 인상적이다.

 

북큐레이션은 종강했고(열심히 참여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돈 내고 한 프로그램인데 유일하게 안 맞았음ㅜㅜ), 마음공부 3월 교육도 끝났고, 혐오 토론과 동아시아 미술은 1회 남았고, 1인방송은 2회 남았다. 다양한 강사님과 만나면서 내가 진행하는 강좌도 돌아보게 됐다. 말투와 속도, 질문하기와 의견 듣기, 정보전달과 소통 방법 등등. 강의 준비를 성실하게 해왔지만 말투가 느리니 지루하고, 질문이 많은 강좌는 긴장감이 높아져 피곤하기도 하더라.

 

내 수업의 경우 모두 비디오를 켜놓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고, 채팅창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소설읽기든 창작워크숍이든 참여자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이 많아 적극적인 소통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소수 인원(6~8명)과 함께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는데 어쨌든 감사하다. 내가 반성해야 할 것은 수강생들이 말할 때 추임새 넣는 것. 끼어들어서 내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닌데 뭔가 ‘소리’를 내서 그들이 멈칫하게 만든다.-_-;;;; 예전부터 그랬을 텐데 요즘 새삼 반성. 가능하면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주자! 멘트는 나중에 하자!

 

온라인 방식이 아니었으면 이런 경험을 할 수 없었을 거다. 때때마다 교육 장소에 가야 했다면 여섯 개는커녕 하나도 제대로 듣기 힘들었을 터.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코로나의 변화 속으로 들어간다. 이 변화에 적응해 나도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좀 더(?)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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