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관련 줌 강좌를 3개 하고 있는데 하나는 목요일 오전에 하는 소설 읽기. 테마는 늙음과 죽음이고 참여자의 90%가 5-60대다.(1명 40대) 국내외 단편을 매주 한 편씩 읽고 90분간 토론하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겠고 내내 즐겁다.
8주 코스인데 이제 두 번 남았다. 인천문화재단 예술동아리 강사지원을 받는 프로그램으로 참여자들은 무료. 읽기 커리큘럼은 내가 많은 시간을 들여 큐레이션했는데 좋은 소설이 참 많아서 끝도 없이(!) 이어갈 수 있을 것 같고 이런 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른 하나는 소설읽기와쓰기. 12주 일정으로 배다리에서 했던 오프라인 강좌를 온라인으로 옮겨온 것이다. 6주는 읽고 6주는 참여자들 작품을 합평한다. 참여자 9명 중 내 수업을 한 번이라도 들은 분이 다섯. 다른 넷은 아마도 온라인이라 신청하신 것 같다.
대구, 전라도, 서울 등지에서 접속하는데 넷 중 셋이 8-9세 자녀를 둔 여성. 며칠 전 6차시를 마쳤는데 다른 수업도 마찬가지지만 정말 출석률이 좋다.
마지막은 처음 쓰는 소설. 소설의 첫 문장부터 함께 하는 강좌다. 매 시간 적극적인 대화를 하므로 인원이 많으면 안 될 듯하여 5-8로 계획했다가 5명으로 개강했는데 여덟은 어림도 없겠다 싶다. 다음엔 4-6명까지로 수정해야 할 듯.
인천에서 셋, 서울과 부산에서 접속하고 60%가 모르는 분. 검색하다가 찾았다고 했는데 그 기간이 딱 추석연휴였다.(제사 지내고 컴 켰더니 “소설강좌 신청합니다”하는 메일이 와있더라) 황금 같은 휴일에 세 분이 “소설을 배우겠다고” 거금(?)을 입금하셨다^^
시작 10분 전부터 대기하면서 참여 수락 누르고 19:00 땡하면 비디오, 오디오 켜고 인사한다. 간단한 안부 묻는 데 2-3분 쓰고 바로 수업 시작. 온라인 수업은 칼 같은 면이 있다. 정 떨어지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사담 나누려고 돈 낸 거 아닐 테니까. 강의는 강의니까 확실하게 한다.ㅎ 19:00 시작해서 21:00 끝내는 걸 목표로ㅋㅋㅋㅋ
전에 한번은 오후 9시에 파견사업 줌 회의를 잡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20:59에 끝낸 적 있는데 너무 미안했다. 엄청 서둘렀거든. 안 그래도 말 빠른데 속사포ㅎ
온라인이랑 오프라인이랑 어떤 게 더 좋냐고 참여자 분들에게 물어봤었다. 오프라인에서 함께 한 적 있는 분들은 둘 다 좋다고 대답한다. 반면 온라인에서 처음 만난 분들은 “온라인 강좌였기 때문에” 신청하신 분이 99%이기 때문에 줌 강의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일단 타지역 신청자 비율이 3-40%는 되는데 “지역에서 이런 강좌를 찾을 수 없었다”거나 “아이들 때문에 나가기가 쉽지 않은데 온라인이라서 좋다”고 한다. 아이들은 늘 엄마가 곁에 있었음 하겠지만 옆방에서 공부(!)하는 엄마를 두 시간 정도는 얌전히 기다려주는 것 같다.^^
어제는 강의 끝난 뒤 카톡방에서 한참 대화가 이어졌다. 책 추천이나 못다 한 작품 이야기 등등. 오늘 어떤 분에게 메일을 받았는데 “수업 중에 듣게 되는 다양한 관점에 매 수업이 기대돼요.”가 그 중 한 문장.
예전에 대학원 선생님이 “강의하는 건 재미있니?” 물으셔서 “저는 너무 재미있는데 사람들도 재미있어 하는진 모르겠어요.” 했더니 “너가 재미있으면 그들도 그럴 거다. 다 전해지게 돼있고, 그게 잘하는 거다.” 하셨는데 그 말씀은 진리.
매 주 만남이 반갑고 사람들 이야기 듣는 것도 좋다. 내가 너무 즐거워하니까 그들도 못 이기는 척 말도 많이 하고 웃어주는 듯? ㅋㅋ
나는 많이 게으른 편이고 술 먹고 노는 시간은 안 아까워해도 이동하는 시간은 아까워하는데(길에서 시간 버린다는 느낌이 강해서) 그런 의미로 온라인이 좀 체질 같기도. 물론 상황이 좋아져서 오프라인 수업 하게 되면 룰루랄라 갈 거다.
그러고 보니 어제는 “겨울 강좌 오프라인으로 하게 되면 연락주세요”라는 메일을 받았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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