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소설수업.
지난주에는 헨리 제임스 <제자>와 줌파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을 읽고 토론했다.
부득이하게 불참하신 참여자가 이런 메일을 보내왔고, 아래는 내 대답 전문.
"두 작품 모두 중편에 해당했는데요.
줌파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의 경우 인상적인 장면이 분명 존재했는데
중편 치고는 사건이나 여파 등에 있어서 소소하다는 감상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단편이 되기에는 소설에서 다루는 시간이 길기에
중편 분량이 적합하다는 생각도 했는데요.
(중략)
중편 소설에 알맞는 소재나 사건, 특징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저도 중편으로 다루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이번에 소개해주신 작품 외에도 좋게 읽으신 중편 몇 편 더 소개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안녕하세요.
중편소설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지난 목요일 수업을 꼭 들으셨어야 했는데...^^
지난 두 작품을 예로 들면
제자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구성으로,
그저 좋은 사람은 처음-중간-끝의 구성으로 되어 있어요.
단편도 그렇지만 분량이 꽤 되는 중편은 내가 뭘 쓰고 싶은지를 정하고
그다음으로 구성을 고민해보면 좋겠다는 말씀 드립니다.
처음-중간-끝으로 하고 싶다면
(줌파 라히리 소설에 처음과 끝은 매우 짧고 나머지는 전부 '중간'에 해당됩니다.
말씀하신 대로 사건이 '소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시작을 어떻게 할지(어떤 사건, 어떤 시간으로 할지)
결말은 어떻게 할지 고민한 뒤
나머지를 중간 부분에 쓰시면 될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사건이 많고, 시간도 훌쩍 훌쩍 건너뛴다면
헨리 제임스 소설의 흐름을 참고하면 좋을 거예요.
총 8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1,2장은 발단/3,4,5장은 전개/6장 위기/7장 절정/8장 결말입니다.
3장에서 제자와 처음 대화하고
4장은 1년 후
5장은 다시 2년의 시간이 지난 뒤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짧은소설이나 단편소설도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할 때가 많아서
일단 시작했다가 다음 이야기를 진척시키지 못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저만 그런가요 ㅋㅋ)
분량이 중편 이상이라면 시작하기 전에 밑작업(!)을 확실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중편에 어울리는 이야기나 소재'는 잘 모르겠네요.
특징을 꼽자면 작가가 그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인 것 같아요.
쉽게 말해, 단편은 '마음'으로도(?) 얼마든지 한 편의 글이 가능하잖아요?
그런 시도가 중편에서는 좀 어렵죠...(그렇게 장편까지 써나가는 작가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서사가 약하면 지루하니까요...)
제자나 그저 좋은 사람의 경우 주요인물은 있지만 주변에 가족들도 톡톡히 제 역할을 합니다.
중편을 고민하신다면 인물도 좀 더 다양하게 넣고, 그들에게 입체적인 성격을 부여해주세요.
참고할 만한 중편은... 글쎄요, 딱히 생각나지 않는데
우리나라에서 '중편'이라 함은 그래도 동아일보 신춘문예가 가장 권위(!)가 있으니
최근작을 읽고 분석해보는 게 가장 빠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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