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에는 이렇게 적었다.
"미리 공지한 대로 여름 강좌 테마는 환상 문학이에요.
4차시의 읽기 중 두 번은 국내 작품, 두 번은 해외 작품을 읽습니다.
다른 장르도 그렇지만 환상 문학 역시 광범위하고 용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꼭 정의를 해야 하나, 할 수 있나 하는 질문도 나올 수 있겠죠) 범주가 달라질 거예요.
일단은 '생활 속 환상'이랄까요,
SF, 마법, 괴물 등의 상상력을 배제하고 소프트한 형태로 환상을 가미한 작품 위주로 골랐습니다.
첫 시간에 읽을 작품은 김성중, 황정은 소설 두 편이에요.
나온 지 꽤 됐지만 2000년대 환상소설을 말할 때 두 작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해 선정했습니다.
또 그 작가냐.... 하고 지겨워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첫 시간이고, 인사 겸 긴장해소 겸
편하게 다가가려는 마음인가 보다, 하고 이해해 주세요.
이미 읽으셨어도 재독 혹은 삼독 과정에서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되길 바라봅니다."
그리하여,
국경시장과 오뚝이와 지빠귀를 읽었다.
가기 전에 환상문학에 대해 잠깐 찾아봤는데([환상문학이란 무엇인가?], 이규현)
"범속하거나 진부한 이야깃거리로는 관심을 끌기가 어렵다. 반면에 쉽게 해독되지 않거나 해독할 수 없는 경이롭고 초자연적인 요소는 놀라움의 감정을 야기할 뿐 아니라 균형을 깨뜨리거나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이야기는 언뜻 듣기에 황당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진실인 것 같을 때 깊은 즐거움의 충격을 준다."
"즉, 최소의 길이로 최대의 이야기 효과를 내야 한다는 점과 합리성을 좁은 테두리를 넘어서야 한다는 점은 우리의 논의 대상인 환상적인 짧은 이야기를 콕 집어서 가리키는 듯하다. 실제로 근대의 환상문학은 단편소설에 의해 시작되었고 이 장르에서 꽃피었다."
"환상적인 이야기는 불가능하지만 욕망하는 것이기에 환상을 촉발하며, 적어도 독자가 주인공과 똑같이 환상에 빠져 있는 동안에는 현실의 무게를 갖는다."
"환상적인 것은 현실과 소망 또는 꿈 사이에 자리한다."
"현실의 삶의 테두리 안으로 갑작스럽게 침입하는 신비"
"환상적인 것은 인정된 질서의 단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일상의 한결같은 적법성 한가운데로 뜻하지 않게 출현하는 현상이지, 현실 세계가 오로지 불가사의하기만 한 세계로 완전히 대체되는 현상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환상문학은 독자에게 현실이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며 이 문제들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대답을 내포하게 마련이다."
작품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다.
처음 나왔을 땐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별로였다, 구어체 문학이라고 불릴 만큼 구어를 많이 넣는 문장이 마음에 안 든다, 멋부린 문장도 실망이다, 인물이 왜 '그것'으로 바뀌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독자는 화자에게 누구보다 관심을 갖기 마련인데 그가 추구하는 것이 고작 여자들과의 몇날 밤? 좀 더 형이상학적인 것을 보여줬어야 하지 않나? VS 이런 스토리가 신선해서 좋았다, 이름이 특이한데 왜 이렇게 지었을까, 이 작가의 다른 것과 비교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판타지인데도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슬펐다, “기억은 존재의 본질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환상에 치중하다보니 작가가 현실을 피상적으로 그리거나 인물들이 사건을 만들어내는 데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나 하는 부분이었다.
'판타지'라는 풍선은 확실히 매력적이며 흥미롭다. 풍선을 붙잡거나 올라타려 애쓰지 말고 바라만 보면서 '저 너머'의 세계를 이해해야 할까. 현실에 발 딛지 않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풍선에 비친 이야기가 현실의 거울이라고 믿으면서?
다음 주에는 사람이 눈사람으로, 식물로 변하는 소설을 만난다. 왜 바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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