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요일가게 다괜찮아
2020.3.12 오후 7-9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나보코프 문학 강의] 중
‘좋은 독자와 좋은 작가’
“책을 읽을 때는 세세한 부분들을 알아차리고 귀여워해줘야 합니다. 책에서 하찮지만 햇빛처럼 밝은 요소들을 사랑스럽게 쓸어모은 다음이라면, 일반화라는 달빛을 쬐는 것은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기성품처럼 진부한 일반화부터 시작한다면,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니 책을 이해할 실마리를 잡기도 전에 책에서 멀어질 것입니다.”
“시간과 공간, 계절의 색채, 근육과 마음의 움직임. 천재적인 작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진실이라고 돌아다니는 전통적인 개념으로 이것들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법을 터득하지요.”
“평범한 독자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것과 똑같은 생각이 기분좋은 모습으로 위장된 것을 알아보고 좋아하거든요. 그러나 진짜 작가, 새로운 행성을 만들어내고 잠든 남자를 모델로 삼아 그 갈비뼈를 열심히 주무르는 사람, 이런 작가는 기존의 가치관을 마음껏 사용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새로운 가치관을 스스로 창조해내야 합니다.”
“좋은 독자는 상상력, 기억력, 사전, 약간의 예술적 감각을 지닌 사람이죠.”
“우리는 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 다시 읽을 수 있을 뿐입니다. 훌륭한 독자, 중요한 독자, 활동적이고 창의적인 독자는 책을 다시 읽는 사람입니다.”
“책은 먼저 머리에 호소합니다. 머리, 두뇌, 찌릿찌릿 신호를 전달하는 척추의 꼭대기에 있는 그것은 책을 읽을 때 사용하는 유일한 도구입니다. 반드시 그래야 합니다.”
“문학은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치며, 네안데르탈의 계곡에서 커다란 회색 늑대에게 쫓겨 뛰어나온 그날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문학은 소년이 뒤에 늑대가 없는데도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친 날 태어났습니다. 그 가엾은 어린 친구가 거짓말을 너무 자주 했기 때문에 결국 진짜 짐승에게 잡아먹힌 것은 아주 우연한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높게 자란 풀밭 속의 늑대와 터무니없는 이야기 속의 늑대 사이에 흐릿하게 반짝이는 매개체가 있다는 것. 이 매개체, 이 프리즘이 바로 문학이라는 예술입니다.”
“작가를 각각 이야기꾼, 교사, 마법사로 보는 관점입니다. 뛰어난 작가는 이 세 가지를 조합할 줄 알지만, 그중에서도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그를 뛰어난 작가로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마법사입니다.”
“현명한 독자는 마법을 흠뻑 느끼기 위해서 마음이나 머리가 아니라 척추로 천재의 작품을 읽습니다. 글을 읽을 때는 반드시 어느 정도 초연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틀림없이 찌릿찌릿한 느낌이 오는 곳이 바로 척추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감각적인 동시에 지적인 기쁨을 느끼며, 예술가가 카드로 성을 쌓는 모습, 그 성이 아름다운 강철과 유리의 성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
*
어슐러 크로버 르 귄 [밤의 언어] 중
‘글쓰기에 관하여’
“소설가는 내면으로부터 글을 쓰지요. 인생의 거의 모든 시간 동안,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예술가는 사실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진실에만 신경을 씁니다. 사실은 외부에서 얻는 거지요. 진실은 내면에서 얻는 겁니다.”
“타인에게, 여러분이 아는 다른 사람에게, 여러분의 실제 감정이 어떤지, 진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완벽하고 정직하게 말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는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일단 그들을 신뢰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얼버무린 부분이, 잉크가 번진 부분이, 빼놓은 부분이, 실제로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데도 채워 넣은 부분이, 온갖 흠집이 이곳저곳에 보이는데도, 결국 오케이 사인을 내리고, 다 끝났다고 말하는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새 지도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이번에는 더 잘하려고, 보다 진실한 지도를 만들려고 애쓰는 거지요. 이런 모든 일을, 매번, 홀로, 완벽히 혼자서 해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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