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생각도 안 했고
하고 싶다는 생각도 안 했다.
그런데 하라고 했을 때 거절하지도 않았지ㅋ
배다리 소설창작교실 수강생들이 적극 밀었다.
사회자만 정하고 헤어지면서
“작가님! 우리 단체 카톡방 만들어요.”
네, 대답하고 만들지 않았다.
대신 포스터를 제작했고
그게 다였다(?).
질의응답 형식으로 한 시간을 끌고 갈 수는 없을 것 같아서
고민 끝에 강연을 하기로 했고, 제목은 ‘소설을 읽자’
지난달 이스마엘 카다레 작가와의 만남에 참석했을 때
나는 작품이 궁금했다기보다
작가의 아우라(!)를 느끼고 그가 특별한 말(?)을 하길 기다렸는데
통역 문제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내가 작품 전편을 꼼꼼히 읽지 않은 탓인지-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고
조금 실망까지 해서
내가 대단한 작가는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아는 한에서 소설이나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었다
15분 예상하고 준비했다가 자료 보완하면서 양이 점점 늘어서
무려 30분간 하게 됐고...
7시가 되기도 전에 공간이 꽉 차
정시에 인사하고 강연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좀 떨다가 금방 적응해서
아주 신나게-
약 팔러 온 사람처럼-
소설이 왜 재미있는지 아시나요,
소설 속에는 이런 게 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 창조적으로 살 수 있어요,
흐흐,
마지막 멘트는 이걸로 딱!
“내년 3월부터 다시 소설 수업(읽기+쓰기) 합니다. 오세요, 요일가게로!”
아무튼 종강 뒤 3주 후를 북토크 날로 잡았는데
아무런 연락 없이 2주가 흘렀고
1주 전쯤 사회를 보기로 한 샘에게 연락이 왔다.
“드레스코드도 있으면 좋잖아요. (뭐 그렇게까지... 우리끼리 할 건데...) 연말이고 하니까 빨강 어때요? 재미있게 입고 오세요. (재미있는 옷이요? 빨강으로요?) 음식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 뭐 그런 것까지...죄송하게시리) 그래도 한국 정서는 그게 아니죠. 다들 배고플 텐데 그냥 보낼 순 없죠. (아 번거롭게 뭘...) 그럼 30분 강연하고 30분 질의응답하고 사인회 순서로 진행하면 될까요? (네네)”
배다리 수강생들이 다 했다.
음식, 술, 책갈피, 포스터(?), 책 속에서 고른 문장을 프린트해서 가져오시기까지. 책도 많이 사주셨음은 물론.
요일가게 주인장인 청산별곡 님은 둥글고 안락한 느낌으로 자리 세팅을 해놓고, 프로젝터를 설치해놓고, 석유를 빵빵하게 채운 난로를 두 개나 틀어놓으셨다.
요일가게 옆 카페에 말해놓았다면서 ‘북토크 참여자’임을 알리고 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게 배려했고, 북토크가 다 끝난 뒤 뒤처리까지 하셨다.(감사해요 모두들😍)
소설창작교실 참여자, 단편소설 읽기모임 참여자, 예전 글쓰기수업 참여자, 예전 책만들기수업 참여자 선생님들이 연락도 없이 오셔서 깜놀+감동. 인터뷰로 인연 맺은 사진가 샘과 예술회관 직원 샘도 참석.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던 이설야 시인과 아는 언니의 친척인 임재희 소설가 님까지.
북토크 할 만한 작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를 낮추는 버릇이 몸에 배어서.ㅜㅜ
하지만 당일이 되자 사인도 쓱쓱 해주고
씩씩하게 강연도 하고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오셨느냐고 농담도 하고(속으론 눈물)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손도 잡고...(또 눈물)
기다렸다는 듯이 해치웠네?
안 했음 어쩔뻔.
엄마는 술을 조금 마셨지만
나는 운전해야 해서 참았다가
집에 오자마자 선물 받은 와인 깠다.
그건 2015년 산이었고 내 등단년도ㅎ
선물 받은 조각 케이크에 꿀꺽꿀꺽 (엄마랑 나눠서) 한 병 비우고 꿀잠.
엄마는 내 책이 너무 어려웠고(재미없었다는 뜻)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한다.
어떻게 읽었는지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나한테 물으면 내가 화낼 것 같았다고 ㅋㅋ)
알고 싶었다고.
함께 있던 분들이 이런 저런 소감을 말하면
“그래요?” 눈을 똥그랗게 떴다가
누군가 읽기가 어려웠다고 하자
동지 만났다는 듯
“저도요!”
리액션 짱 우리엄마...
부모가 해준 것도 없는데다
할 줄 아는 것도 없다고 여겼던 애가
여기까지 온 게 참 대단하고
딸로서는 빵점인데
여자로서 존경한다고,
늘 내게 했던 말을 사람들에게 터트린 엄마.
따듯한 난로 앞에서
내게 소설 수업 들었던 20-60대 수강생들에게 둘러싸여
주목 받았던 엄마.
그리고 엄마의 결론 “넌 소설보다 강연이 낫더라. 강의하는 건 쏙쏙 이해가 되던데.”
(흑흑)
“내 딸 사랑받는 모습 보니 좋더라.”
(그렇죠 그렇죠)
*
살기 위해 썼습니다.
쓰면서 살았어요.
내게 소설은 삶보다 생.
생활하다가 아닌 살다. 살아있다. 살아간다.
살게 됐으니 이제부터(?)
독자를 배려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독자? 독자 너 어디있니?ㅎㅎ)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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