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토요일에 1시간이나 방송된다고 한다.
내 목소리가 나가는 건 30분 정도.
음악 3-4곡 추천하라고 해서
1. Boom Boom Bole 영화 <지상의 별처럼> ost 중에서
2. Damien Rice-Delicate
3. 이승환-물어본다
4. 못-Cold blood
골라갔는데 1은 제외되고 2,3,4 채택.
첫 곡과 마지막 곡은 PD님이 고른 도시의 아이들-소설 속의 연인, 시인과 촌장-사랑일기.
어젯밤 늦게 질문지를 받았는데 질문이 무려 열일곱 개.
그 중 몇 개만 소개한다...
1. 이재은 작가님을 잠시 소개해드리면, 서울 출생이시고, 2015년 중앙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올 여름, <비 인터뷰> 등의 단편으로 심훈문학상을 수상하셨고, 11월에 드디어 첫 소설집이 출간됐습니다. 궁금한 게 많지만, 첫 소설집이 나온 소감 먼저 여쭤볼까요?
따듯한 말이든 따끔한 말이든 제가 세상에 내보인 이야기를 읽고 소감이나 느낌을 전해주는 독자가 생긴 것이 무엇보다 기쁩니다. 그런 기쁨과 동시에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첫 마음의 느낌도 큽니다. 등단 5년 만에 책을 냈는데 그동안은 나 자신을 소설가보다 등단작가라고 인식하고 있었거든요. 첫 소설집을 통해 ‘그래 너, 소설 한 편 썼지’가 아닌 ‘너 소설 쓰는 사람이지’라는 인정을 받은 것 같아서 -스스로 격려하는 마음도 있고요- 두루두루 신기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2. 가장 처음으로 사인을 해서 책을 드린 분은 누구였을까도 궁금한데요?
출판사에서 택배가 도착한 날은 토요일이었는데 오전에 강의가 있었어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 중 하나인 ‘일상의 작가’를 진행하고 있었죠. 쉬는 시간에 휴대폰을 확인했더니 택배사에서 온 메시지가 있었고, 문앞에 책을 놓고 간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어요. 그날 오후에 서울에서 약속이 있었고 원래는 바로 이동하려고 생각했지만 실물 책이 너무 궁금해서 집에 들렀습니다. 서울에서 만날 친구들을 위해 4권의 책에 사인을 한 것이 첫 서명입니다, 그들은 저와 오랫동안 소설을 공부했고, 지금 활발하게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소설가 친구들입니다. ‘파를’이라는 문학모임으로 관계를 맺어 왔는데요, 그들에게 가장 먼저 책을 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3. 등단했을 때의 상은 그 상대로 의미가 있고, 이번 문학상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질 텐데, 어떠셨습니까?
돌이켜보면 두 상 모두 기적 같았습니다. 당선 전화를 받았을 때 신인문학상은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으로 떨려서 어쩔 줄 몰랐고, 올 여름에 받은 심훈문학상은 우물에 갇혀 허우적대고 있는 저를 끌어올려준 것 같았어요. 한 손 한 손 줄을 당겨서 끌어올린 게 아니라 휙 하고 잡아당긴 듯한 행위로요. 신인상은 ‘(그들이) 나를 살렸다’로, 심훈문학상은 ‘(그들 덕분에) 이제 살았다’로 말할 수 있겠네요. 여기서 그들은 표면적으로는 심사위원이지만 그들의 선택뿐만 아니라 어떤 행운의 기운도 포함되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6. 소설집과 같은 제목인 단편 <비 인터뷰>에는, 실제로 인터뷰를 하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실제 모티브가 된 인터뷰가 있었을까요?
소설 속 인물인 소년 비, 규만, 비의 아버지 모두 실제 제가 만났던 사람을 떠올리면서 썼습니다. 인물들이 움직이는 상황은, 즉 공간이나 줄거리는 제가 만들어낸 허구지만 인물의 성격과 에피소드는 실제 인터뷰 경험에서 가져왔어요. 술을 입에 대는 초등생, 현수막을 거는 중년 남자, 통신기사로 일하는 30대 가장 등이요. 초등생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어떤 날 어떤 자리에서 물컵에 소주를 조금 섞어 마시는 초등생을 봤습니다. 소년만의 비밀은 아니었고 옆에 있던 아버지가 소년을 동조하고 있었는데요, 저는 그 부자를 못 본 척하면서도 슬금슬금 훔쳐보고 있었죠. 소설 속에는 소년의 음주를 한껏 과장해서 서술했는데 어느 날 내가 정말 술 마시는 소년을 본 걸까 의심스럽기도 하더라고요. 기억과 사실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거죠. 어쩌면 그게 소설의 매력이고, 또 소설을 쓰고 읽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의 즐거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0. 2015년 중앙신인문학상에 당선됐을 때, 소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주앉은 사람의 빈 잔을 보면서도 누군가 채워주겠지, 내가 아니어도 되겠지, 그 시간이 꽤 길었다.’...
등단이 이르신 편은 아닌데, 소설을 써야겠다, 언제 어떤 계기로 마음먹으신 걸까요?
어떤 계기가 있었거나 언제 어느 순간 소설을 쓰려고 마음먹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까 잘하든 못하든 나는 소설을 쓸 수밖에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고, 잘하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포기할 수 없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운명 같은 단어로 퉁칠 생각은 없고요, 뭔가 붙잡지 않으면 삶을 놓고 싶을 만큼 어려운 시절이 많았어요. 제가 일방적으로 소설에 매달린 건지, 소설이 나를 지켜주기도 한 건지는 모르지만 운명이나 재능의 유무를 떠나 시간 속에서 보이지 않는 끈이 만들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 소설과 내가 연결된 거죠. 일단 연결이 됐으니까 끊어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어떻게든 끝까지 가보려고 합니다.
13. 이번 소설집에서 꼭 들려주고 싶은 구절이 있으시다면, 어떤 구절일까요?
어떤 부분이 좋을까 고민했는데, 이야기 전체가 아닌 몇 문장을 고른다면 감성을 자극하는 것에 그칠 것 같아요. 인터넷서점 광고에 나올 법한 말랑말랑한 글을 억지로 찾아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비 인터뷰에서 규만 아저씨가 소년 비에게 ‘깃발은 자신감이다, 비’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는데요, 이 한 문장을 전하는 걸로 대신하겠습니다.
*
녹음이 끝난 뒤
PD : "심훈문학상은 언제 받으신 거예요?"
나 : "여름에 연락 받았어요. 8월에."
PD : "저희 작가분이 심훈문학상 기사가 하나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큰 상 받으셨는데 인터뷰 안 하셨어요?"
나 : "아, 네..... 그렇게 큰 상은 아니고요......" 우물쭈물(부끄러웠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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