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2기-3차시(사진보고글쓰기/문장증식하기)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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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두 여자가 있다. 한 여자는 앞에서 책을 보고 한 여자는 등을 지고 있다. 내가 처음 봤을 때 등을 지고 있는 여자보다는 공중에 떠 있는 수납장과 책으로만 보였다. 그러면 등을 지고 있는 여자는 무엇으로 봤냐고 물으면 나는 나무 또는, 마네킹으로만 보였다고 말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잘못 본 것인데 나의 뇌에서는 ‘저거는 여자사람이 아니고, 나무 아님 마네킹이야!’라고 단정을 지었던 것 같다. 내가 사진의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나의 뇌에서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옛날에는 사람이 손수 움직여야 하는 이동식 책방? 서점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을 것이다.


여자가 책을 본다. 책 안쪽 차례와 머리말을 살핀다. 여자는 책을 고르는 중이다. 여자가 손을 뻗으며, 다른 책을 고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여기는 광장 모퉁이. 서점이나 도서관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자가 책을 집을 수 있는 건 다른 여자의 등짐이 책장이기 때문이다. 나무책장을 끈으로 이어, 어깨에 짊어진 여자는 손님이 책을 고를 때까지 발뒤꿈치를 붙이고 서있는다. 고개를 살짝 돌려 손님의 의중을 살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모직코트에 장갑까지 낀, 어느 추운 날. 오후 긴 볕을 이용해 그들은 책을 내주고 받는다.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재미있다. 사진의 가운데 작은 책걸이를 등에 진 젊은 여인의 시선은 등에 짊어진 책을 신경 쓰는 듯도 하고, 도로를 향해 있다. 젊은 여인의 등짐에서 책을 뽑아든 것 같은 여인은 젊은 여인보다는 나이가 들어 보이는데 소녀의 등 뒤에서 책을 보느라 아래로 시선을 두고 있다. 두 여인과 멀리 떨어진 채 도로 위를 걸어오고 있는 두 여인은 이 두 여인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시선을 각기 다른 곳에 두고 있는 것 같다. 묘하게도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제각각인 것이 책을 등짐으로 진 서가나...


때는 겨울이다. 저녁나절 햇빛이 두툼한 외투를 걸치고 목도리며 장갑을 끼어야 할만큼 춥지만 종아리와 발목을 드러낼 정도이고 보면 유난히 추운 정도는 아니다. 그저 예측 가능하고 익숙한 추위일 것이다. 가운데 두 젊은여인은 머리 모양에 정성을 들인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오른쪽 위에 있는 두 나이든 여인들처럼 모자를 쓰거나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왼쪽 여인은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며 책을 펼치고 있다. 눈이 부실 법도 하건만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책을 읽기보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탐색하며 빌려 갈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할 것이다. 책장을 등에 진 여인은 두 발을 가지런히 놓은 것이, 책을 고르는 시간이 길다는 걸 알고 있는 듯하다. 책장은 2단인데 위로 조금 얇은 책, 아래로 무게 중심을 고려한 두터운 책을 넣어 놓았다. 아래쪽의 두터운 책이 더 많이 빌려간 것으로 보아 이곳의 겨울은 길고 어둡고 즐길거리가 많지 않은 기다림의 연속인 겨울이다. 건물은 성당일까? 식료품점일지도 모르겠다.


두 여인의 마주한 각도가 인상적이다. 한 여인은 여유롭게 책장에 시선을 맞추고 글을 읽는다. 처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어려울 만큼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 여인의 좌측 팔 가까이에 젊은 여인이 단아한 자태로 등을 돌리고 서 있는데 얼굴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여인의 책 읽는 시간을 애써 무시하려는 듯 자신의 시선의 흥미를 찾고 있다. 여인은 중년의 여인의 책을 고를 동안 시간을 흘려보내야 한다. 하루 종일 다량의 책이 꽂힌 나무로 만든 2층 책꽂이를 등에 지고서 거리를 걷는다. 2층 책꽂이에는 그 책의 무게를 감당해주는 두 개의 어깨끈이 나무양쪽에 붙어있는데 그 끈의 폭이 넓지 못하여 그 여인의 두꺼운 코트 사이로 파고드는 일이 잦다. 그 젊은 여인은 가냘프다. 그러나 중년의 여인은 가냘픈 여인이 하루 종일 짊어지고 다녀야하는 무게 따위는 상관없이 책을 읽고 있는 중년여인은 책읽기에 빠져있다. 그날은 추웠고 거리의 사람들은 두꺼운 코트를 입고 있다. 햇빛은 밝았으며 그림자는 길게 드리워지는 오후로 향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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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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