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명의 응모자가 67편의 원고를 보냈습니다. 짧은소설 세 편을 보낸 분도 두 명이나 있었죠. 적게는 5매에서 많게는 200매까지(200자 원고지 기준) 길고 짧은 소설이 도착했습니다. 오랫동안 문장을 벼르고 이야기를 지은 솜씨가 뛰어난 작품이 많았지만 15매에서 30매 사이의 소설을 공모하고자 한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는 작품은 심사에서 제외했습니다.
‘심사’라고 썼지만 그 표현은 좀 과합니다.
만났고, 읽었고, 여러 층위로, 여러 감정으로 공감했습니다.
슬며시 마음에 다가온 작품이 있어, 먼저 나누고픈 작품이 있어, 그 작품에 좀 더 큰 동그라미를 쳤을 뿐입니다.
빤한 말 같고, 거짓말 같겠지만 응모작의 수준이 고르고, 호감 가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시와 희곡과 자기소개서와 편지와 게임 시놉시스와 보고서의 형식을 소설 양식과 혼용한 실험적인 것도 다수 포함됐어요. 재미있는 스토리, 독특한 이미지, 경쾌한 문장을 갖춘 짧은소설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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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곳과 나이, 직업군도 다양했습니다. 중학생, 대학생, 군인, 직장인, 교사, 주부, 작가, 프리랜서 기자, 자유기고가, 강사, 겸임교수 등이 응모했죠. 가깝게는 제가 사는 인천에서부터 서울과 일산, 경북, 제주를 돌아 멀리 독일에서 참여하신 분도 계셨어요.
아코디언북 프로젝트에 담을 짧은소설의 색깔은 무엇인지, 어떤 감각을 내세워야 하는지 두고두고 고심했습니다. ‘처음이니까…’, ‘자기만의…’, ‘신선한…’, ‘날카로운…’, ‘눈에 띄는…’, ‘순진하지 않은…’, ‘끌어올린…’
어떤 작품은 꽁트식 유머보다 깊이, 어떤 작품은 완성도보다 재치, 어떤 작품은 재치보다 사유, 어떤 작품은 사유보다 도전, 때때로 미완의 아름다움, 그리고 가시 품은 완결성을 간직하고 있는 소설을 수상작으로 선별했어요. 그 순간에는 최선이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그때의 떨렸던 마음을 두고두고 되새길게요.
수상작 10편은 무지개처럼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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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 메일을 받을 때마다, 거기 적힌 글을 읽을 때마다 오므라들었습니다.
저는 그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소설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저도 그들처럼 ‘글쓰는 사람’이고, 이었고, 그래서 아팠고, 좌절했고, 싸웠고, 노력했고, 주저앉았고, 일어났고, 포기했고, 작심했고, 달렸습니다. 정말로 그랬어요. 종이로 된 편지였다면 봉투에 소중하게 담아두었겠지만 온라인 메일이라, 혹 실수로 삭제할까 봐, 따로 만들어둔 폴더에 그들의 메시지를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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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은 문장들이 있었어요.
“멋진 취지를 담은 공고문을 보고 용기를 내어 원고를 보내 드립니다.”
“인터넷에서 제1회 아코디언북으로 제작할 짧은 소설을 공모하신다는 것을 읽고 참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타성에 젖은 문단에 신선한 바람을 넣어주신 여러분의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런 내용, 이런 플랫폼을 기다렸습니다.”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글이라는 것을 써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무언가를 직접 정성껏 쓰고, 그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에 이 글을 쓰는 내내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길 기대하며 글쓰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장을 마련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먼저 감사드립니다. 좋은 기획에 참여하고자 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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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가는 이벤트가 아닌 ‘본심이 담긴 프로젝트’였는지 반성해봅니다. 귀한 작품을 받아놓고 제대로 보지 못한 건 아닌지 두렵습니다. 제가 과연 이런 걸 해도 되는 사람인지 부끄럽습니다. 앞으로 2회, 3회 계속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잊지 않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짧은소설을 써내려간 그들의 손길, 마음만만 소설만만을 눈여겨 봐주신 그들의 눈길, 만국시장 플리마켓을 방문할 그들의 발길을요.
심사위원 3인을 대표하여, 소설가 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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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을 모은 아코디언북은 10월 14일 배다리 헌책방거리
만국시장 '플리마켓'에서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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