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샘은 감기가 심하게 걸렸다고 했다.
2차시 연속으로 강의하는 날이었고
이제 강의 막바지였고
수업 당일 아침에 못 온다는 문자가 와서 연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수강생 두 명 중 한 명이 결석했다.
시작 5분 전에 도착했는데
시간이 지났는데도 문 샘이 오지 않는다.
그때 울린 문자 메시지.
"택시 타고 가고 있어요."
천천히 오시라는 답을 하고 여행 후유증으로 넋놓고 앉아있었더니
문 샘이 커피를 사오셨다.
살까 말까 망설이다 귀찮아서 그냥 앉아있었는데 이렇게 매번 얻어먹게 되네..
오늘은 점심도(무려 한정식을!!) 대접받았다. 몸둘 바를 모르겠다...
문 샘이 가져오신 원고지 730매 남짓의 글을 함께 보면서
애초에는 문장과 문장과 문장을 수정할 생각이었으나
우리는 글이 아닌 이야기에, 과거에 빠져들었고
문 샘은 시나브로 촉촉해졌다.
선생님의 글에 나오는 김민기의 노래 '아름다운 사람'을 함께 들을 때는 나까지 뭔가 울컥...
정확한 문장이, 맞춤법이, 띄어쓰기가 다 무슨 소용인가...
책이 뭐 그리 대단한가.
삶이...
살아온 시간이...
살아낸 시간이...
어쩐지 축축 처졌다.
어깨 너머로 자꾸자꾸 내려앉는 지난 여행의 기억들.
나는 누군가에게 한번이라도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된 적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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