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것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집니다. 혼밥, 혼술, 혼영은 잘 아실 거예요. 혼자 먹고 혼자 마시고 혼자 영화를 보죠. 혼여(혼자 여행가기), 혼놀(혼자 놀기)의 조합도 있네요. 만들기 나름, 붙이기 나름, 줄이기 나름입니다. ‘혼족’의 세상. 1인 가구의 비율이 해가 갈수록 늘더니 1인용 물건과 식품이 쏟아져 나오고, 1인 식당, 1인 노래방도 일반화 됐습니다. ‘1’, ‘홀로’, ‘혼자’의 이미지는 더 이상 외톨이, 쓸쓸함, 외로움의 아이콘이 아닙니다. 확장되는 1인의 세계를 <큐레이션 콕콕>에서 짚어봅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에는 수의 신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인공 뱅상은 어릴 때부터 숫자 1에 담긴 뜻을 배우기 시작하고, 어느 날 숫자 1에 관한 모든 것을 알게 됩니다.
1은 인간이 살고 있는 우주를 뜻한다. 만물이 우주 안에 있고 통일성 속에 있다.
1은 만물의 시작을 나타낸다. 그것은 빅뱅이나 나뉘기 전의 유일한 대륙이다.
1은 만물의 끝인 죽음을 나타낸다. 죽음이란 단일한 것이 단일한 것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1은 고독의 자각을 상징한다. 인간은 누구나 홀로 세상에 왔다가 홀로 떠난다.
1은 <자아>에 대한 자각을 상징한다. 인간은 저마다 하나밖에 없는 존재다.
1은 오직 하나의 신이 존재한다는 믿음이기도 하다. 만물을 통합하는 하나의 우월한 힘이 존재한다는 믿음인 것이다.
1에는 이토록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뱅상은 몇 년 동안 1의 다양한 측면에 관해서 공부했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2의 의미를 배울 수 있었다.
통계청 조사와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인가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약 24%, 그 중 절반 이상이 40대 이하라고 하네요. 그들 중 42%는 하루 두 번 혼밥을 먹고, 약 18%는 하루 세 끼를 혼자 먹습니다. 10명 중 7명은 ‘혼자 살기’에 만족하고, 남성보다는 여성의 만족도가 더 높습니다.(위키트리. 2017.2.24.)
지난해 12월, 가천대신문은 1인 문화에 대한 학우들의 생각을 알아봤습니다. 총 328명이 설문에 참여했는데, ‘긍정적이다’라는 응답이 42.1%, ‘상관없다’가 30.5%였습니다. 부정적인 의견은 30%도 되지 않았네요. 구체적으로 이유를 밝힌 한 학생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습니다. 혼자 사는 유명인의 하루를 다루는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1인분도 주문 가능한 1인 식당 등, 이제 ‘혼자’는 삶 속에서 형성돼 독특한 흔적을 남기는 하나의 문화가 됐습니다.(가천대신문. 2016.12.9.5)
중국집에 전화해서 “1인분도 되나요?”라고 묻는 것이 어쩐지 죄송스럽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1인 가구 400만인 현재, 오히려 이제는 중국집이 싱글들에게 러브 콜을 보낸다. 배달 음식 전단지에 꼭 빠지지 않는 단골 멘트와 함께. '1인분도 정성껏 배달해 드립니다.' 바야흐로 싱.글.대.세.시.대. 그래서 만들었다.[이것은 1인용 음악입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들을 수없지만 ‘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는 매주 토요일, 특별한 상황에 혼자 있는 사람들, 그 순간에 필요한 음악을 틀어줬습니다.
서초구는 1인 가구를 위한 문화교실을 운영하고, 1인 가구로 구성된 동아리에 활동비를 지원합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벽걸이용 미니 드럼세탁기의 매출은 해마다 증가하고, 은행은 혼족 마케팅인 ‘일코노미’ 전략을 폅니다. 1인과 이코노미(economy)가 결합한 신조어라고 하네요. 선거판도 1인 가구를 겨냥해야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큰손 된 혼족’이라는 표현도 등장합니다.
‘포미족’이라는 용어도 1인 시대와 관련 있군요. 건강(For health), 싱글족(One),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 의 알파벳 첫머리를 딴 For me!, 한글로는 ‘포미족’이네요. 평소에는 알뜰한 소비를 실천하지만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에는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는 소비자를 일컫습니다. 눈치 보지 않고, 나를 위해, 나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 사는 거죠.
‘독거청년’이라는 말은 중국에서 나왔네요. 어쩔 수 없이 1인가구가 된 노인층과 달리 스스로 선택해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청년 1인가구를 말합니다. 데일리팝의 기사는 독거청년의 생활환경이 아닌 고독에 초점을 맞추고 있네요.
독거청년은 인터넷을 보거나 핸드폰을 만지고, 밥을 먹는 등 생활의 대부분을 혼자하기 때문에 보통의 젊은 청년보다 더 고독함을 더 느낍니다.
“누구도 그들과 대화를 하지 않고 그들 또한 사람을 찾아 소통하길 거부하며 그것이 좋은 일이든 좋지 않은 일이든 모든 일을 마음속 깊이 담아두는 만큼 화려한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아도 마음만은 화려한 세계와 멀리 떨어져있는 것이다.”
‘1인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의 문제’에 무게 중심이 쏠린 것 같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가혹한 생활과 심리적인 압박으로 자기감정을 감추고 주도적으로 소통을 하지 않아 우울증을 앓거나 자살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청년 1인가구의 문제는 사회적 이슈이며 사회가 인식하고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꼬집고 있습니다.
‘혼자 온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깃발 아래 무려 300여명의 시민이 모였습니다. 지난해부터 지난 3월까지, 광화문 광장에 혼자 간 사람들은 ‘이상한 연대감’을 느끼며 ‘혼자가 아닌 혼자들’과 함께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는 사람들과 깃발 밑에 있는데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할지 참 뻘쭘하셨죠? 우리 같이 ‘혼자 온 사람들’ 깃발에 모여 뻘쭘함을 없애 보아요!’
촛불집회에 같이 갈 친구를 구하지 못한 이예슬 씨는 ‘욱’하는 마음에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듭니다. 그래도 혼자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기우, 혼자인 사람들이 깃발을 따라 왔고, 제각각인 혼자들을 끌어안았습니다. 단체 이야기방을 만들고, 여행도 다녀온 그들은 ‘혼자들의 촛불’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만들 예정이라고 하네요. “혼자인 듯 혼자이지 않은 혼자들. 각자의 생각을 인정하는 이들의 느슨한 연대.” 재치 있고, 울림 있는 기자의 멘트를 곱씹어봅니다.(한겨레신문. 2017.3.17.)
다시, 뱅상의 깨달음으로 돌아가 볼까요?
1은 <자아>에 대한 자각을 상징한다. 인간은 저마다 하나밖에 없는 존재다. (…) 뱅상은 몇 년 동안 1의 다양한 측면에 관해서 공부했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2의 의미를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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