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반은 글 수정과 교정교열(맞춤법 보강하고 띄어쓰기까지)
저녁반은 흑백사진 특강이 있었다(이상봉 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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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한 선생님들의 고민.
'내 글은 낙서다' 맞네요. 계획이나 의도없이 나오는대로 늘어놓은 걸 글이랍시고. 전 어떤 짜임을 계획해서 글을 써 본적이 없어요. 번개같이 어떤 단어가 떠오르면 그냥 메모만 하기도하고 연관된 것 들을 늘어놓듯이 쓰지요. 그래서 다분히 감성적이고 길게 쓰고싶지 않고, 그저 내 감정의 배출구가 필요한 정도로. 특별히 해볼 땐 브레이스토밍이나 마인드맵을 짜보는 정도? 장선생님 글 읽으면서 남자작가들 글발의 무게 실린 힘을 알것 같습니다. '작정하고 글 쓰기!' 이래야 한다면 저같은 사람은 낙서나 일기도 시작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장선생님의 팁은 글을 쓰고자한다면 꼭 필요한 지식이 될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아요. 생각나면 즉흥적으로 쓰는 사람이라 의도와 다르게 드러날 때가 많음을 알고 있는 사람, 혹시 오해할 부분은 없지요?
우린 이래서 책 내는 목적 이상의 일을 하고 있다는 칭찬을! 그러므로 이 강좌가 끝나도 계속 한 편씩 써와서 서로 찢고 꿰매는 모임을 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 나만 얻어가는게 있어서 좋아하나?
글만 어려운 사람은 좋겠다. 난 사진도 없네! 그래서 하는 생각. 종이 질을 아주 고급으로 해서 서툰 솜씨 좀 숨기고 싶어요. 내 인생의 첫 책을 조금 포장하고 싶어져요. 두려움과 압박으로.
지금시간에 뭐하세요? 바깥에선 아직 집에 안 들어간 아이들의 노는 소리가 들립니다. 전 일주일만에 운동하고 와서 뻗었다가 간신히 저녁 먹고 다시 소파에서 버티기하고 있습니다. 반쯤 누운 자세면 카톡에 글쓰기 좋은 자세인거 아세요? 또 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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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OO 선생님, 선생님께서 쉽게 쓰라고 하셨지요. 문제는 그거였던 것 같습니다. 자기의 시선도 없이 어렵고 멋있는 글들을 모방하려다보니, 모든것이 순서없어 뒤섞여, 억지로 이어나가보지만 결국은 방향을 잃게 됐던 것 같아요.
제 입장을 확실히 하고 그냥 마음 가는대로 썼더니 48시간동안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가 그나마 조금이라도 쓴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낙서 수준이지만…. 조언 부탁드립니다
진지하게 사진을 찍을때면, 특히 다큐멘터리 작업에 임할 때 사진가는 주제에 반해 ‘꽂힌’ 상태가 된다.
그런 마음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첫 데이트 때처럼 설램으로 가득하다.
한 컷 한 컷 떨리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머릿 속은 온갖 생각들로 가득하지만 이내 긴장된 마음은 복잡한 사고를 지배하고, 사진가는 본능에 따라 셔터를 누른다. 뷰파인더를 통해 대상을 바라보고 사진으로서 관계를 맺는 사진적 행위는 세상에서 가장 오롯하고 완전한 시간들을 선물한다.
그런데 사진이 결국은 시각예술이기 때문일까 사진가의 머릿 속에는 사진적 행위가 가져다 주는 기쁨 외에도 훌륭한 결과물에 대한 부담감이 자리잡는다.
이러한 결과물에 대한 부담감은 알게모르게 커지는데, 심지어 사진가의 머릿속을 지배하기도 한다.
“이건 좀 멋이 없는데”, “어제 잡지에서 본 그 사진은 더 비참해서 자극적이던데” 그렇게 사진가가 주제가 가진 본연의 영롱함에 집중하는 대신 머릿속 환상을 모방하는데 정신이 팔리는 순간 작업은 어긋나기 시작하며, 사진은 우리 삶의 희노애락을 이야기하는 '좋은 사진'에서 인터넷에 하루에 수 천 장씩 범람하는 ‘멋진 사진’을 곁눈 질하고 매달리는 따라쟁이가 된다.
"의미를 찾기보다 기술에 집착하는 순간 그때부터 그림의 가치는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사랑은 사라지고 계산만 남습니다.” - 영화 <인사동 스캔들> 중
이어서 ,,,,,,,
이제 팬을 어떻게 잡아야하는지 감이 오는 정도랄까요 … 책은 만들 수 있을지 아직도 많이 불안하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써나가야하는 입장에서 이재은쌤의 글쓰기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과 같이 책을 쓰고 있는 쌤들의 경험담들이 너무 큰 도움이 됩니다. 많이 배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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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다듬기1
22세 대학 졸업반 김OO 님의 글
사진? 왜?
“사진? 왜?”, 방송을 전공하던 내가 처음 사진을 공부하고, 내 길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을 때.
내 선배, 동기들, 심지어 내 가족들도 의아해 하며 물었다. 하기야 남들보다 3년이나 일찍 대학생활을 시작해서 이것저것 간을 봤던 내가 또 방향을 틀어 사진을 공부한다고 하니 그럴만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게 주어진 선택들은 많았다.
처음 방송과 저널리즘을 공부하던 시기의 난 내가 세상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언론학, 법학, 윤리, 사회학 등 공부를 싫어하던 나와 어울리지 않는 학문들에 반해 즐겁게 공부했고. 미국에서 잠시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하던 시기의 난 인간의 생각을 모두 계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금도 욀 수 있을 만큼 꼼꼼히 책들을 읽어 나갔다. 지금 나는 중국학을 전공하고 있고, 이제는 공군장교로 임관을 앞두고 언론대학원과 사진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한다. (이력서로만 보면 참으로 뜬금없다.)
주변 사람들은 묻는다 “어떻게 하다 그렇게 간거야?”, 나도 나의 과거에 묻는다. “왜 그런거야?”.
팬을 손에 쥐고 이것저것 적어보지만, 언제나 결론은 한결 같다. 정말 즐거웠으니까.
현재의 나는 피곤해서 눈이 감기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다. 정말 즐거우니까. 당분간은 계속 그럴 것 같다.
'그러다 골병 날 수도 있다, 나이 먹고 후회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래도, 내 나이 22살이면 나이가 핑계고 나이가 벼슬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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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목인 '사진, 왜'가 잘 부각되지 않는 것 같다
2. 글 좋다는 수강생들의 의견
3. 이력 쓰듯 그동안 공부한 것을 늘어쓰고 싶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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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인생은 필름같다. negative(네가티브필름 - 부정적인 두가지 의미 )를 내가 원하는 빛에 노출시키고, 어두운 암실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거쳐 positive(우리가 보는 사진 - 긍정적인 두가지 의미)로 만들어나가는 과정. 그래서 우리는 어두운 방에서 우리의 삶을 들여다 보는 것을 development(필름현상, 발전 두가지 의미) 라고 하나보다.
-> 예전에 영어로 쓴 글. 이런 내용의 글인데 한글로 쓰기가 애매하네요… 위에 글처럼 그냥 각주 달면서 쓰면 될까요??
다듬기 후
인생은 필름 같다.
지금은 디지털 카메라가 일반적이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카메라에 필름을 넣어야했다. 촬영이 끝난 필름은 암실에서 현상하는데 이때의 필름을 '네거티브'라고 한다. 캄캄한 공간에서 내가 원하는 빛을 노출시키는 등 인고의 시간을 거치면 우리가 흔히 보는 '포지티브' 필름이 된다. 부정이 긍정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development라고 부른다. 필름현상 또는 발전.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 어두운 방에서(negative)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면서(positive) 조금씩 발전하는 것 아닐까.
-> 문장은 문장으로 말해져야 한다고 했다. 잘 쓴 영문이라면 직역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편하게 쓴 글이라면 한글로 잘 다듬어써야 하지 않을까.
글다듬기2
<제주 왕따 나무>
아주 추운 겨울날 여행길에 나선다.
여행은 늘 설레임과 설렘과 마주한다.
2% 부족하더라도 그것과 마주하는 기쁨은
더 없이 행복에 겹다.
그리고 그 나무를 볼 수 있는 행복이
살짝 들킨 것 같은 나의 표정들
하하~
생각만 해도 또 행복에 겹다.
시누이네가 산방산 아래에서 펜션을 하기에
연례행사처럼 찾아가는 그 곳이기도 하다.
그 곳 가까이에 그 나무가 서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바람과,
구름과,
그리고,
상흔의 예술자가 될 수 있는 나무아래에서
모든 것을 관조한다.
아픈 기억은 바람에 실려 보내고
간직할 것들은 구름에 둥둥 띄워
내 가슴 언저리에 올려 놓는다.
너무 시리도록 시려서
기억조차 희미해진다면
무엇으로 그곳을 대신하리
그리고 모슬포로 향한다.
나의 또 다른 나무들을 보기 위해
또 다른 설렘으로 액셀을
더 세게 밟는다.
형제 같이 서 있는 나무들이
여기 저기 보이면
내 심장은 그리움만큼이나 박동수가
빨라진다.
내가 사진을 하는 이유!
이런 설레임에 빠져들어서일지도 모르지.
그리움에 사무쳐 한동안 넋을 놓은 뒤
그 해후의 기쁨도 잠시 마치 연인이 헤어지 듯
슬픔과 아쉬움에 다음을 기약하며
모슬포항을 뒤로한 채
또 여행의 끝을 맞이한다.
-> '왕따나무'에서 부정적인 뉘앙스가 풍긴다는 의견이 있었다.
왜 사진하는 사람들은 홀로 떨어져있는 나무를 '왕따나무'라고 부를까?
글다듬기3
장OO 샘이 오전에 올리신 글을 다듬어 봤습니다.
글다듬기 수업할 때 장 샘 글은 안 하기도 했고
왠지 이번 주에도 안 가져올 것 같고(응?)
아주 조금만 다듬으면 좋은 글이 될 것 같아서요. '멀미'라는 제목과 딱!
전에 강종식 선생님이 다른 분들 글 수정 전->수정 후 보내줄 수 있냐고 물어본 적 있는데 겸사겸사 이번 기회에 참고하시라고 공개합니다..^^ 전과 후를 비교해보세요.
샘한테 허락 안 받았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ㅋㅋ 선생의 권한(?)으로 괜찮겠죠 뭐.ㅎㅎ
*
원본
Men In Red(맨인레드)
그의 입을 거치면 무수한 사람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한번도 마주친 적 없는 장삼이사도 마찬가지다. 늘 이야기의 결말은 '이 나라는 썩어도 너무 썩었어'이다. 현실이 정작으로 그런 셈이지만 대개들 적나라하게 입밖에 내지 않고 살아가지만 유독 그는 이런 일에 민감하다. 그 이유는 나름대로 짐작하길바란다.
대개 이런 식이다. 미국에서 유명 대학을 나오고 그곳에서 일을 하다가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 친구의 딸이 있단다. 비즈니스 영어도 잘하고 거래처 사람들과의 관계맺음에 뛰어나서 일 잘하기로 정평이 났단다. 서눌 하고도 강남에는 이런 인재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서 스카우트 제의를 심심치않게 받곤하는데, 좋은 조건에 구미가 당겨서 자리를 옮기면 처음에 제시했던 조건은 언제그랬냐며 약속을 지키지 읺는 일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이 나라는 사기꾼이 너무 많다나. 사실은 사실이다. 괜히 나까지 찔끔한다.
또 한 친구는 인천 하고도 중심가였던 신포동에서 정육점을 했단다. 워낙에 장사에 소질이 있고, 참을인자 열개는 가졌을 성 싶은 인격의 소유자여서 그 바닥에서 돈을 긁어모았단다. 그 사람 말에 의하면 정육점에서 고기를 가져다 쓰는 주변 식당과 외상 거래를 한다고 한다. 한달간 고기를 대주고 월말에 돈을 받으러 가면 미루기 일쑤도 심지어는 피하기도 한다나. 도둑놈들이 너무 많단다. 사실 그렇기도 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리고 맞장구를 칠 수 밖에 없다.
한때 그의 집은 인천에서도 손 꼽히는 부자였다고 한다. 그런 부자가 한 둘이겠냐 마는 IMF를 겪으면서 몇백억이나 되던 재산은 외환은행 주식 천주로 남았단다. 그때 휴지가 된 주식이 엄청 많았으니 그의 말대로라면 전 재산을 도둑맞은셈인 것이다. 늙그막에 들인 가정부도 다리뼈가 부러져 거동을 못하는 부친에게서 인감도장과 통장을 훔쳐 몇천만원을 인출하려다 실패하자 도망쳤다며 입에 거품을 문다.
내가 변호사라도 된다면 상담이라도 해주련만 월급받는 회사원 주제에 그럴수는 없고 그의 말을 잘 들어주고 적당하게 맞장구를 쳐주는 게 최선이다. 이런 일상에서 겪는 부조리를 척결(?)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이 시대에는 그런 영웅도 기대할 수 있으니 들은 이야기나 영화 이랴기를 해주게 된다. 이날도 최근에 본 영화 '우먼인골드'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오먼인골드'는 도둑이 관한 이야기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나치에 빼앗긴 예술품 환수법'(?)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치에게 빼앗긴 클림트의 유명한 초상화를 되찾는다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오스트리아 귀족의 후손인데 클림트가 그의 숙모의 초상화를 그렸고, 그 초상화는 집 벽에 걸려있었다고 한다. 나치가 오스트리아에 들어왔을 때 다른 귀중품과 함께 빼앗겼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분들도 있으니 스토리를 알려줄 생각은 없다. 이 영화의 주인공 처럼 개인이 먹고 살아가는 삶의 문제를 넘어서 가족 사회와 연결된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온갖 고난과 마주하게 된다. 사명감 같은 것이 생기게되고 때론 그것 때문에 목숨을 버리게되기도 한다. 사명감에 불타서 성과를 이루게되면 영웅이 탄생하기도 하고 개죽음에 이르기도한다. 누군가는 개죽음을 미화하여 또다른 의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결국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영웅이 되고 그리하여 정의로운 미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정치적인(?) 영화가된다. 나치의 만행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과연 미국이 그들을 욕할 입장일 수 있을까 생각하게된다. 누군가의 말에 의하면 '싱싱한 탄저균'을 각국에 우편으로 보내고 중동에서 전자오락을 하듯이 무수한 영민을 살상하는 그들의 민낮을 안다면 말이다. '우먼인골드'를 통해서 과거와 현재, 개인과 국가를 생각한다면 너무 나아간 것일까.
능소화 붉은 꽃이 무수히 떨어진 어느 집앞을 지나면서 상처한 두 남자가 벌인 수다의 단면이다. 오늘 하루도 무수한 이들이 두 사람에게 씹혔다. 붉디붉은 능소화 너머로 해가진다. 붉디붉은 해가.
다듬기 후
Men In Red(맨인레드)
그는 입을 열 때마다 무수한 사람들을 우수수 쏟아낸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인은 말할 것도 없고 내가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장삼이사도 마찬가지다. 이야기의 결말은 언제나 '이 나라는 썩어도 너무 썩었어'이다. 작금의 현실이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밖에 내지 않고 살아가지만 유독 그는 이런 일에 민감하다.
가령 이런 식이다. 미국에서 유명 대학을 나오고 그곳에서 일을 하다가 한국으로 들어온 친구의 딸이 있단다. 비즈니스 영어도 잘하고 거래처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에 뛰어나서 유능하기로 정평이 났단다. 서울하고도 강남에는 이런 인재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서 스카우트 제의를 심심치 않게 받곤 하는데, 좋은 조건에 구미가 당겨서 자리를 옮기면 태반은 언제 그랬냐며 처음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나라는 사기꾼이 너무 많다나. 사실은 사실이다. 괜히 나까지 찔끔한다.(응?)
또 한 친구는 인천하고도 중심가였던 신포동에서 정육점을 했단다. 워낙에 장사에 소질이 있고, 참을인 자 열 개는 가졌을 성 싶은 인격의 소유자여서 그 바닥에서 돈을 긁어 모았단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가져다 쓰는 주변 식당과 외상 거래를 했는데 한 달간 고기를 대주고 월 말에 돈을 받으러 가면 주인장들이 제 값 치르기를 미루거나 심지어 피해다니기도 했다나. 도둑 놈들이 너무 많단다. 기실 그렇기도 한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한때 그의 집은 인천에서도 손 꼽히는 부자였다. 그런 부자가 한 둘이겠냐마는 IMF를 겪으면서 몇 백 억이나 되던 재산은 외환은행 주식 천 주로 남았다. 그 당시 휴지조각이 된 주식이 많았으니 그의 말대로라면 전 재산을 도둑맞은 셈인 것이다. 늘그막에 들인 가정부도 다리뼈가 부러져 거동을 못하는 부친에게 인감도장과 통장을 훔쳐 몇 천 만원을 빼내려다 실패하고 도망쳤다며 입에 거품을 문다.
내가 변호사라도 되면 상담이라도 해주련만 월급 받는 회사원 주제에 그럴수는 없고 그의 말을 잘 들어주고 적당히 맞장구 쳐주는 게 최선이다. 일상에서 겪는 이런 부조리를 척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이 시대에는 영웅도 기대할 수 없으니 그저 내가 읽은 책이나 영화 이야기를 전할 수밖에. 이날도 최근에 본 영화 '우먼인골드'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우먼인골드'는 도둑에 관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의 '예술품 환수법'(?) 제정에 따라 나치에 빼앗긴 클림트의 초상화를 되찾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오스트리아 귀족의 후손. 클림트가 숙모의 초상화를 그렸고, 그 그림이 집에 걸려있었다고 한다. 나치가 오스트리아에 들어왔을 때 다른 귀중품과 함께 빼앗겼다는 것.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분도 있으니 스토리는 생략하겠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서 어떤 일에 가족 사회와 연결된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그때부터 온갖 고난을 겪게 된다. 사명감에 불타 성과를 이루면 영웅이 되지만 아닌 경우 목숨을 잃기도 한다. 누군가는 죽음을 미화하여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영웅이 된다. 이로써 영화는 '정의로운 미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며 정치적인(?) 면을 띠게 된다. 나치의 만행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과연 미국이 그들을 욕할 수 있는 처지인지는 모르겠다. 누군가의 말처럼 '싱싱한 탄저균'을 각국에 우편으로 보내고 중동에서 전자오락 하듯 무수한 영민을 살상하는 미국의 숨겨진 만행을 안다면 말이다. '우먼인골드'를 통해서 과거와 현재, 개인과 국가를 생각하게 됐다. 너무 앞서 간 건지도 모르지만.
빨간 능소화 꽃이 무수히 떨어져있는 어느 집앞을 지나며 상처한 두 남자가 나눈 수다의 단면이다. 오늘도 무수한 이들이 우리 두 사람에게 씹혔다. 붉디붉은 능소화 너머로 해가 진다. 붉디붉은 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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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제목이 참 좋아요. '멀미' 안에 이 챕터를 꼭 넣으셨으면 좋겠어요.
1.
'입을 거치면'이라는 표현에서는 "a->b가 된다." "달라짐이 있다"는 변화나 흐름의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이 글의 경우 "그는 입만 열면 무수한 사람들을 우수수 쏟아낸다" 정도가 어떨까 합니다.
2. 이 나라에 사기꾼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는 나까지 찔끔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요. 나도 사기꾼이라는 뜻? 누군가를 속여본 적 있다는 의미? 문장 끝에 "응?"을 넣음으로써 독자의 상상에 맡겨봤어요.
3. 부조리와 영웅이 나오는 문장.. 제가 수정한 것처럼 의도하신 게 맞나요? "영웅도 기대할 수 있느니"를 없으니,로 바꿨는데...
4. 몇 군데 조사를 삭제했습니다. 문장이 어떻게 다듬어졌는지 보세요. 맞장구라는 단어도 두 번 들어가있어 다른 표현으로 바꿨습니다. 입장은 한자어라 자제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 이것도 처지로 바꿨고요.
5. 사명감과 개죽음이 들어간 문장에서 선생님의 생각을 좀 더 자세히 펼치면 좋을 것 같아요.
6. 마지막에 능소화로 끝맺은 게 감성적이면서도 화려해서 좋습니다. 굿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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