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에 담아온 글을 화면에 띄워놓고 그 자리에서 글을 고쳐나갔다.
선생님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 이런 글쓰기 수업을 원했다고 했다.
2시간 강의가 4시간이 되고(오후반 수업이 6시에야 끝났다)
저녁반에서는 한 편의 짧은 글을 2시간 반 동안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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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시간 30분 동안 고친 글.
원본
미인대회
여름이다.
바람 한 점 없고 햇볕만 쨍하니 그늘에 앉아 있어도 후덥지근하니 불쾌지수가 꽤 높을 듯하다. 장마가 온다더니만 감질나게 살짝 비 맛만 보여주고 멀찍이 물러났다.
시원한 계곡이나 바닷가에 놀러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언뜻 대천 해수욕장에 갔었던 옛날 생각에 피식 웃음이 일었다.
대학 2학년 때였다.
친구가 대학 동아리 Youth JC에 가입하자고 권하였다. 아무런 동아리에 가입하지 않고 있었던 나는 Youth JC가 뭐하는 건지도 모르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식으로 가입을 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사업이 있었고 뭐 어쩌고 하는 것들이 내 취향하고 맞지 않아서 가입만 했을 뿐 활동을 전혀 안하고 여름방학을 맞이하게 되었다.
Youth JC에서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MT를 간다 하는데, 썩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친구가 혼자가기 싫다고 자꾸 강권하는 바람에 마뜩치 않게 따라 나섰다.
버스를 서너 시간 달려 대천 해수욕장에 도착하였다. 저녁을 해 먹고 밤이 되었다.
회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며 이것을 달라 저것을 달라 하면서 부지런하다.
뭔 일인가 싶어 물어보니, 매년 MT를 하면서 여장 미인대회를 하는 것이 오랜 전통이라고 한다.
재미있겠다 싶어서, 우리 팀에서 날씬한 1학년 남학생을 선택하여 입술에 루즈를 바르고 옷 속에 휴지 뭉치를 집어넣어 가슴을 만들고 허리를 졸라매고 치마를 입힌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입술은 과도하게 빨갛게 칠하고 눈두덩이는 시퍼렇게 칠해서 흡사 누구에게 한 대 얻어 맞은 듯한 모습으로 분장을 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우스꽝스럽기만 하지 여자처럼 예쁘거나 한 모습은 없었다. 우리 모두 키득키득 입을 가리고 웃고 있는데, 선배 중 하나가 ‘암만 잘 봐 줄라고 해도 산적도 이것보다는 낫겠다’라고 외친다. 모두들 참고 있던 웃음보가 빵 터져서 대굴대굴 구르면서 웃고 난리다. 어느 정도 웃음이 사그라들었을 즈음 선배가 갑자기 내 팔을 잡고 끌고 가더니 나를 분장시키라고 한다. 내 동의를 받는다거나 하는 것도 없고 완전 깡패처럼 시끄럽다고 입을 막고 모두들 달려들어 나를 분장시킨다고 난리다.
애고....될대로 되라 싶어 가만히 있었더니 루즈를 바르고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고 머리에 두건을 씌우고 커다란 안경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렸다. 치마는 맞는게 없어서 와이셔츠로 치마처럼 묶었고, 하이힐은 발이 맞지 않아 맨발로 나가게 되었다.
여장 미인대회는 관중 앞으로 워킹을 하고, 사회자의 인터뷰를 하고, 다시 되돌아 워킹을 하면 끝나는 간단한 과정이었다.
나보다 앞서 워킹을 나간 서너명은 예쁘게는 꾸몄지만 인터뷰가 평범했다. 나는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하는지 애매하고 걱정스러웠다. 그러다 너무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왕 망가지기로 한거 완벽하게 망가져 보자는 생각이 들어 파격을 감행하기로 했다.
관중 앞을 가벼운 워킹으로 건너간다.
나를 분장해 준 우리 팀의 환호가 귀어 들어와 박힌다.
거기까지는 평범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자가 인터뷰를 하려고 하는 순간.......
내가 컨셉을 바꾸어 버렸다.
갑자기 옛날 나를 버리고 떠나버린 배신한 애인을 거기서 만난 것처럼
‘어머....OOO씨 아니에요?’
‘여기 뭐하고 있어요?’부터 시작해서 사회자가 말을 하지도 못하게 혼자서 완적 속사포를 쏘아댔다. 사회자는 이건 아닌데 싶어서 ‘아니...그게 아니구요..’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
관중들은 쩔쩔매는 사회자가 재미있는듯 배를 잡고 웃고 난리다.
끝 마무리는 옛 애인의 뺨을 한 대 때리고 되돌아 나오는 워킹으로 끝냈다.
관중들은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환호를 한다.
결국 미인대회 우승을 하게 된다. 이름 하여 미스 JC가 된 것이다......ㅋ.ㅋ.ㅋ
미술대회 말고는 무슨 대회에 나가 본 적이 없는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미인대회, 그것도 우승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는 기억이기도 하고, 재미있는 추억거리에 입가에 웃음이 배어 나온다.
여기까지 이야기 하면 사람들은 상품으로 무엇을 받았냐고 꼭 질문을 한다.
상품은 카세트테이프 한 개였는데, 이용이라는 가수가 낸 첫 앨범으로 ‘바람이려오’라는 노래로 공전의 히트를 치던 때였다. 테이프를 누군가 들어보겠다고 가져가더니만 그것으로 영영 이별이었다.
미인대회에 출전한 기념으로 친구가 사진을 한 장 찍어 주었다.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 고향집에 가게 되었다.
밤이 되어 큰 어머니 두 분과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수박을 먹고 있었다.
내가 여자로 분장한 사진을 부모님 앞에 꺼내 놓으면서,
‘엄마, 내 여자친구인데 이쁘지?’
어머니는 사진이 잘 안 보이는지 멀찍이 놓고 보시더니 아무 말도 안 하시고 큰 어머니에게로 넘긴다. 사진을 받아 든 큰 어머니도 아무 말도 안하시고 또 다른 큰 어머니에게 사진을 건넨다.
큰 어머니는 ‘에이....귀신같다’라는 퉁명스러운 한 마디와 함께 아버지에게 사진을 건넨다.
사진을 받아 든 아버지는 전등불에 자세히 비추어 보시더니 갑자기 껄껄 웃으신다.
‘이건 우리 애 구먼.....’
‘잉? 어디봐’
어머니, 큰 어머니가 사진을 나꿔 채 가셔서는 전등불에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어이 없다는 듯 하하하 웃으신다.
‘얼굴이나 몸매는 괜찮았는디 다리가 뭇 생겨서 아무 말도 뭇했지 호호호~’
사실 그랬다.
사진에는 화장을 하고 커다란 안경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려서 언뜻 봐서는 누군지 알아보기 어렵게 되어 있었는데, 문제는 다리였다. 워킹을 하면서 다리 근육이 울퉁불퉁하게 나온 것은 어떻게 감출수가 없었기에 속임수가 들통 난 것이었다.
수정
여름이다.
바람 한 점 없고 햇볕만 쨍하다.
그늘에 앉아 있어도 후텁지근한 것이 불쾌지수가 꽤 높을 것 같다.
장마가 온다더니 감질나게 살짝 맛만 보여주고 멀찍이 물러났다.
시원한 계곡이나 바닷가에 놀러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대천 해수욕장에 갔던 추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대학 2학년 때였다.
친구가 'Youth JC'라는 동아리에 가입하자고 권했다. 어떤 동아리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었던 나는 'Youth JC'가 뭐하는 데인지도 모르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식으로 들어갔다. 여러 프로젝트가 있고 뭐 어쩌고 하는 것들이 내 취향하고 맞지 않아서 가입원서만 썼을 뿐 활동은 전혀 하지 않고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Youth JC'에서 여름 MT를 간다는데,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친구가 혼자 가기 싫다고 하는 바람에 마뜩치 않게 따라 나섰다. 버스로 서너 시간 달려 대천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저녁을 먹으니 밤이 되었다.
회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며 이것을 달라 저것을 달라 하면서 부지런을 떤다.
뭔 일인가 싶어 물어보니, 매년 MT 때 여장 미인대회를 여는 것이 오랜 전통이라고 한다.
우리 팀에서 날씬한 1학년 남학생을 골라 입술에 루주를 바르고 옷 속에 휴지 뭉치를 집어넣어 가슴을 만들고 치마를 입히고 허리를 졸라맨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입술은 과도하게 빨갛고 눈두덩은 시퍼래서 흡사 누구에게 한 대 얻어맞은 모습이 되었다.
아무리 봐도 우스꽝스럽기만 하지 여자처럼 예쁘거나 한 모습은 없었다. 모두 입을 가리고 키득대는데, 선배 중 하나가 "암만 잘 봐주려 해도 산적도 이것보다는 낫겠다."라고 외친다. 참고 있던 웃음보가 터져 다들 대굴대굴 구르면서 웃고 난리다. 어느 정도 웃음이 잦아들었을 때 선배가 갑자기 내 팔을 잡아끌더니 나를 분장시키라고 한다. 뭐? 완전 깡패처럼 시끄럽다고 입을 막고 모두들 달려들어 나를 분장시킨다고 난리다.
애고.... 될 대로 돼라 싶어 가만히 있었더니 루주를 바르고 분을 바르고 머리에 두건을 씌우고 커다란 안경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렸다. 치마는 맞는 게 없어서 와이셔츠를 치마처럼 둘렀고, 하이힐은 발에 맞지 않아 맨발로 나가게 되었다. 여장 미인대회는 워킹을 하며 관중 앞을 지났다가 사회자와 인터뷰를 하고 돌아오면 되는 거였다.
나보다 앞서 워킹을 나간 서너 명은 예쁘게는 꾸몄지만 인터뷰가 평범했다. 나는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하는지 애매하고 걱정스러웠다. 이왕 망가지기로 한 거 완벽하게 망가져 보자는 생각에 파격을 감행하기로 했다.
관중 앞을 가벼운 워킹으로 건너간다. 여기까지는 평범해야 한다.
우리 팀의 환호가 귀에 들어와 박힌다.
사회자가 인터뷰를 하려고 하는 순간.......
내가 콘셉트를 바꾸어 버렸다.
갑자기 옛날 나를 버리고 떠난 애인을 만난 것처럼
"어머....OOO씨 아니에요?"
"여기서 뭐하고 있어요?"부터 시작해서 사회자가 대꾸도 못하게 혼자서 완전 속사포로 쏘아댔다. 사회자는 이건 아닌데 싶었는지 ‘아니...그게 아니구요..’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관중들은 쩔쩔매는 사회자를 보고 배를 잡고 웃고 난리다.
끝은 옛 애인의 뺨을 한 대 때리고 되돌아 나오는 워킹으로 마무리했다.
뜻밖의 상황에 관중들은 환호했다.
그렇게 나는 미인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된다. 이름하야 미스 JC가 된 것이다...
미술대회 말고는 무슨 대회에 나가 본 적이 없는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미인대회, 그것도 우승이라니........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상품으로 무엇을 받았냐고 묻는다.
상품은 카세트테이프 한 개였는데, 이용이라는 가수가 낸 첫 앨범이었다. 누군가 들어보겠다고 가져갔는데 그것으로 영영 이별이었다.
시골 고향집에 가게 되었다.
여름밤, 평상에서 큰 어머니 두 분과 아버지, 어머니와 수박을 먹고 있었다.
미인대회 출전 사진을 부모님 앞에 꺼내 놓으면서,
‘엄마, 내 여자친구인데 이쁘지?’
어머니는 사진이 잘 안 보이는지 멀찍이 한 번 보시더니 아무 말도 안 하시고 큰 어머니에게로 넘긴다. 사진을 받아 든 큰 어머니도 아무 말 없이 또 다른 큰 어머니에게 사진을 건넨다.
큰 어머니는 ‘에이....귀신 같다’ 퉁명스럽게 한마디 하며 아버지에게 사진을 준다.
사진을 받아 든 아버지는 전등불에 자세히 비춰 보더니 갑자기 껄껄 웃으신다.
‘이건 우리 애구먼.....’
‘잉? 어디 봐’
어머니, 큰 어머니가 사진을 낚아채서는 전등불 가까이 놓고 들여다보며 어이없다는 듯 하하하 웃으신다.
‘얼굴이나 몸매는 괜찮았는디 다리가 뭇 생겨서 아무 말도 뭇했지. 호호호~’
사실 그랬다.
화장을 진하게 하고 커다란 안경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려서 언뜻 누군지 알아보기 어려웠는데, 문제는 다리였다. 워킹을 할 때 울퉁불퉁한 종아리는 어떻게 감출 수 없었기에... 울퉁불퉁한 여름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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