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재미있진 않지만 거슬리는 게 없어서, 부담없이 챙겨 보는 예능 중 하나가 <텐트 밖 유럽-로맨틱 이탈리아 편>이다.(다른 하나는 삼시세끼 라이트)
지난주 텐트 멤버들은 카프리 섬에 들어갔다. 아, 거기!
지난해 서유럽 패키지에서 카프리 섬은 ‘선택관광‘ 중 하나였는데 ’선택‘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그걸 하지 않으면 대체 그날 어디서 뭘 하란 말인가? 라는 느낌으로, 그저 최초 여행 상품가를 저렴하게 할 목적으로 옵션으로 넣어놓은 형태인 게 분명했다. 단체 버스 타고 항구로 이동, 배를 타고 다시 푸니쿨라로 섬에 올라가야 했고 거리 때문에 일정이 긴 데다 지역 특성상 어디서 시간 떼울 만한 것도 없었기에 ’카프리 섬 투어‘는 그냥 무조건 해야 하는 상품이었다. 물론 인솔자나 가이드가 엄청 자랑을 해대긴 한다.(헐리우드 배우들의 최고 휴양지 중 하나예요, 여길 언제 또 오시겠어요…)
그러나 패키지 특성 상 번갯불에 콩 볶아먹는 느낌으로 후루룩후루룩. 인솔자를 따라 전망대 비슷한 곳에 올라갔다가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자유시간을 어슬렁거리며 보내고(명품숍이랑 기념품숍이 즐비했는데 ‘가격‘ 때문에 구경할 엄두조차 내지 않았으므로 그저 느림보 걸음을 걸을 수밖에) 미팅 장소에 갔다. 그때 누군가 인솔자에게 아쉬움을 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동굴 안 가요? 티비에서 보니까 멋있던데. 난 그거 보려고 왔는데.”
동굴이 있다고? 섬이 이게 다가 아니란 말인가? 어디에 숨겨진 절경 같은 게 있나?
이번에 ’텐트밖’ 보면서 그때 그분이 말한 동굴이 저거구나 했다. 그러니까 그 동굴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일 년 중 100일 정도만 열린다나? 예능을 집중해서 보지 않아(?) 그 동굴이 왜 생겼는지 연유는 모르나… 텐트밖에서 본 바, 그곳의 매력은 동굴 안의 물빛! 구멍으로 비쳐들어오는 빛이 푸르디푸른(이 세상의 것 같지 않은) 물색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다들 그 색을 보기 위해 거기 간다고.
이런 생각을 했다. 저건 진짜가 아니다. 자연이 만들어낸 현상(거짓말)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인간은) 저게 ’진짜인지 아닌지’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감동. 새로움. 낯섦. 고개를 들면 모두 올려다볼 수 있는 ‘보통’의 하늘이 아닌, 그 계절에 으레 볼 수 있는 산과 바다의 모습이 아닌 다른 것. 영원불변의 ‘고정‘이 아닌 변화의 아름다움. 바로 여기, 지금 우리의 눈에 낭만적으로, 신비롭게, 기이하게 느껴지면 그뿐. 그 황홀함을 만끽하면 된다.
그러므로, 그야말로 우리의 삶은 ‘순간’으로 이루어진 것 아닐까. 낯선 것에 대한 감동… 감동… 감동… 미묘하고 섬세한 차이를 아는 것이 우리를 ’남다르게‘(안심되게) 살게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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