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고들 하지 않나?
또 어떤 사람들은 그런 주장을 비판하면서 오히려 찍느라 눈앞의 풍경을 놓친다고도 한다.
전자와 후자 중 어느 쪽에 더 마음이 가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앞쪽. 멋진 풍경이 보이니까 찍는 거다. 찍으면서 보는 거다. 감탄과 기록을 동시에 하는 거다. 기록은 기억보다 오래 지속되므로 오히려 ‘사진‘을 추억의 재료로 간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않을까.

평소 ’웃는 인간’이 아닌 나는 사진 찍을 때 더욱 표정이 굳는다. 광대뼈와 큰 얼굴이 콤플렉스여서 웃지 않는 얼굴을 더 선호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호’의 만족은 지극히 주관적일 뿐 내 주변 사람들은 그걸 멋으로 여겨주기는커녕 “표정 좀 어떻게 해봐.”“뚱하게 그게 뭐냐.“”좀 웃어라 웃어.” 단호하게 요구하기도 한다.

엄마와 여행을 가면 나는 ‘엄마 전속 사진사’가 된다. 엄마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표정도 밝으며, 포즈도 잘 취할 줄 안다. 새로운 곳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곳곳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건 더없이 기쁜 일.  

패키지 여행 중 하루에 100장의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그중 엄마가 담긴 게 2-30장은 되지 않을까 싶다. 혹은 더 되려나? 대충 그 정도라고 하고, 열흘 여행했다 치면 얼추 200-300장. 중복되는 사진 지운 다음 괜찮은 것만 골라도 150여장은 되고도 남지.(헉!)

그걸 장소별로, 일차별로 정리해서 엄마에게 건네고 엄마가 당신 마음에 드는 걸로 선별해 간직하는 흐름이어야 되는데… 지난 8월 북유럽에서 찍은 엄마 사진을 아직도 주지 않았다. 정리를 안 한 것이다.ㅋㅋㅋ

더 황당한 건 엄마도 왜 안 주냐고 나를 닦달하지 않는다. 엄마는 귀국 후 바로 여행 이야기를 블로그에 쓰기 시작했는데 본인 모습은 없이, 거의 풍경. 또는 내 뒷모습?

여기서 생기는 의문. 그렇게 안 궁금해할 거면 현지에서 왜 그렇게 열심히 모델이 됐지? 나는 왜 그 사진을 찬찬히 다시 보며 셀렉하지 않지?
결국 사진은 그때 그 순간을 즐기는 하나의 방식일 뿐일까? 아무것도 안 하면 심심하니까.

엄마와 나는 블로그를 하니 사진 위주 짧은 후기라도 남기는데, 다른 사람들은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을 어떻게 활용하고 또 간직하는지. 나중에 보면 된다지만 과연 언제? 내가 실시간SNS를 하지 않아서 이런 의문을 품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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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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