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운동
시간에 맞춰 뭔가 하는 걸 엄청나게 부담스러워 하는, 아니 끔찍하게 싫어하는 성격이다. 지난해 잠깐 헬스를 하다가 그조차도 그만두고 일 년 넘게 운동하지 않았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기를 느꼈고, 약간 강제성이 있는 프로그램을 끊어야 제대로 운동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이어트댄스 등록 후 첫 날 가보고 여차하면 환불 받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금방이라도 도망갈 사람처럼 뒷문 옆에 서서 앞사람을 겨우 겨우 흉내내며 어긋난 박자에 어긋난 동작으로 시간을 보냈다. 땀을 흘리고, 샤워하고 돌아오는데 꽤 기분이 좋았다. 두 번째 날 강사를 따라 동작을 배우는데 “그렇게 하시면 안 돼요”라는 잔소리가 내게 하는 말 같아 부끄럽고 불편했다. 겨우 50분을 버텼다. 3일차가 고비였다. 갈지 말지 고민하느라 1시간 넘게 소파에 앉아 있었다. 정말이지 운동은 너무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불받자니 자존심 상하고 안 가자니 돈이 아까웠다. 운동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나이. 억지로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힘들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 “한번에 고작 6천원을 낼 뿐인데 강사와 스무 명쯤의 사람들이 나를 기다려준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나에게 어떤 질문도 하지 않고 간섭하지 않고 그저 함께 운동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내멋대로 오해하면 어떨까?“ 하는 기특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긍정 회로를 가동시킨 내가 대견했고 기특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는데 운동이, 그러니까 다이어트댄스가 너무 재미있어진 거다. 월요일이면 새 작품을 배우고 수요일에 한 번 더 익히고 보충하면서 한 곡 한 곡 알아가는 기쁨이 있다. 금요일에는 강습 없이 50분 내내 뛰는데 사람들과 둥글게 원을 만들어 손도 잡고 얼굴도 본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게 이렇게 좋은 거였구나… 3주차에 운동복도 샀겠다, 같은 센터에 다니는 엄마 덕분에 샤워용품과 수건 안 가지고 다녀도 되겠다, 수강료도 나름 합리적이고… 이렇게 좋은 일이! 지난주에는 로제의 ‘아파트‘ 댄스를 배웠는데 제법 신났다. 꾸준히 해야지.
2. 독서
올해 사람들과 같이 읽은 책들
로베르트 볼라뇨, 칠레의 밤
단편집,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단편집, 침실로 올라오세요, 창문을 통해
단편집, 난 여자들이 예쁘디고 생각했는데
단편집, 붐 포스트 붐
마르케스, 족장의 가을
단편집,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현대문학 단편선, 스타니스와프 렘
현대문학 단편선, 윌리엄 트레버
마거릿 애트우드, 스톤 매트리스
단편집, 복수의 여신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윌리엄 트레버, 밀회
윌리엄 트레버, 비 온 뒤
셜리 잭슨, 제비뽑기
조이스 캐롤 오츠, 밤, 네온
앨리스 먼로, 디어 라이프
3. 낭독
올해 사람들과 온라인/오프라인 낭독으로 읽은 책들
조지 손더스,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잭 하트, 퓰리처 글쓰기 수업
신영복, 담론(중간까지)
수잔 손택, 우울한 열정
조르주 페렉, 사물들
마리아 투마킨,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
넬리에저 스턴버그,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중간까지)
김상욱,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김개미 시집, 작은 신
대니 샤프로, 계속 쓰기:나의 단어로(지금 읽는 중)
4. 온라인 필사
2024 주제별 필사라는 타이틀로 2개월 간격으로 진행.
(한 기수에 보통 6-8명 참여)
문학필사 20기: 1-2월 사랑과 이별
문학필사 21기: 3-4월 읽고 쓰기
문학필사 22기: 5-6월 모험과 여행
문학필사 23기: 7-8월 일과 땀, 꿈
문학필사 24기: 9-10월 멋진 묘사들
문학필사 25기: 11-12월 늙음과 죽음(진행 중)
5. 온라인 글쓰기
*9월 23일에 100일 글쓰기 시작. 매수 관계 없이 매일 네이버 카페에 올리기. 오늘 48일 차 글을 올렸다.
*10월 6일, 두 명의 친구들과 시작한 ’우리 엄마(들)‘. 구글 문서 공유. 매수 관계 없이 일주일에 한 개 올리기. 현재까지 다섯 꼭지 썼다.
*약속하지 않았다면 이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함께 할 친구들이 있어서 무척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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