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문화재단 _ 삐-클라쓰:짧은소설 쓰기(2022년 7월)
아래의 단어는 무엇일까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부평, 이야기, 글쓰기
호기심, 산책, 고양이
엔지니어, 70대, 키
선택, 자유, 고통
꿈, 맥주, 결혼
K장녀, 갱년기, 질문
MZ세대, ENFJ, 국어국문
그림, 읽기, 보기
생각, 겁, 덩치
길다, 늦다, 이루다
거북이, 청개구리, 모나리자
<삐-클라쓰:짧은소설 쓰기> 참여자들이 소개한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 3개’입니다. 단어만으로도 어떤 얼굴이나 성격, 색깔이 떠오르지 않나요? 마지막에 있는 ‘거북이, 개구리, 모나리자’는 누군가의 별명이에요. 행동이 느려서, 청개구리처럼 엉뚱해서, 아름다운 미소 때문에(덕분에) 주변 사람들에게 그렇게 불렸다고 합니다. 별명으로 하는 자기소개라니, 제법 근사하지 않나요?
어색함과 부끄러움, 다정함과 반가움으로 가득했던 그 날의 공기가 명지바람처럼 코끝을 맴도는 기분입니다.
2차시와 3차시에는 짧은소설을 보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2차시에는 로드 던세이니의 「불행교환상점」을 읽었습니다. 불행을 교환할 수 있는 상점에 우연히 들어간 남자는 자신의 ‘뱃멀미’를 타인에게 주고 ‘엘리베이터 공포증’을 받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무서우면 얼마나 무섭다고? 얕잡아봤다가 큰코다치는 경험을 하죠. 남자는 자신의 오판을 후회하고 불행에는 경중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작가는 죽음을 사고자 했던 사내도 있었다고 말하면서 불행의 상대성에 대한 사유를 던집니다.
3차시에 읽은 작품은 에이비드 욘손의 「이른 봄」이에요. 농한기의 한가한 어느 저녁, 부부가 술 마시면서 대화하는 내용입니다. 올해 농사가 잘됐느니 아니니 하는 말은 쏙 빼고 ‘네가 가라, 서커스단’, ‘네가 코끼리랑 공연하라구’ 어쩌고 하면서 울고 웃는데 그들을 따라 독자도 킥킥, 흐흐 즐기게 됩니다. 재치와 유머가 가득한 작품이에요.
마지막 4차시에는 우리가 쓴 짧은소설을 감상하고 소감을 나눴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가장 흥미진진했던 시간이었죠! 「언제쯤이면?」, 「아재냥과 칸나비스」, 「사랑하니까 헤어진단 말」, 「오후의 고백」, 「삼킬 수 없는 말들」, 「엄마의 병」,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 등을 완성한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축하 인사를 전합니다. 훌륭히 해냈고, 매우 멋지셨어요.
2022년 7월의 목요일 밤, 짧은소설과 함께 해준 참여자들과 매번 따뜻한 커피를 챙겨준 부평구문화재단 이슬기 선생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또 뵐 수 있기를 바라요. 계속 써요, 우리.
#수봉도서관 _ 쓰는 순간:단편소설 쓰기(2022년 6월~11월)
글쓰기는 내면의 바다를 헤엄친 뒤 그 속에서 건져 올린 것을 언어로 풀어내는 일입니다. 바다에 들어가려면 각종 잠수용품을 장착해야 하지만 ‘내면의 바다 탐험’에는 펜과 종이, 헤엄칠 마음만 있으면 돼요. 뭐가 보이시나요? 무엇을 건져 올리셨나요? 자, 그럼 사각사각 당신의 이야기를 써 보아요. 참, 쉽지요?
설마요!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용기 있는 도전이며,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시간이 필요하고, 꾸준한 공부도 중요해요. 그리고 문우가 있어야 하죠.
기다리던 봄이 왔네요. <쓰는 순간>을 함께 할 문우를 만나러 갔습니다.
6월에는 두 번에 걸쳐 단편소설을 감상했어요. 김영하 「아이를 찾습니다」, 조남주 「가출」, 박완서 「천변풍경」, 황현진 「여기 우리집 얼음통에」를 읽고 가족과 사랑, 고독과 삶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종교, 독서, AI
개복치, 책임감, 반성
만두, 만들기, 멍
장녀, 학생, 그리스도인
키, 눈, 녹차라떼
건강, 엄마, 며느리
배움, 성실, 일
강의, 산만함, 집중
여자, 말, 책
나, 본질, 봉사
설렘, 불안, 위안
가장, 직장인, 자유인
텔레비전, 어머니, 초등학교
역마살, 활자중독, 갱년기
육아, 건강, 책
동안, 스케치북, 가면
<쓰는 순간> 참여자들이 소개한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 3개’예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반짝반짝한 눈빛 때문에 우리의 자리는 금세 환해졌습니다. 다정한 만남에 귀 기울였던 그날의 물결이 가만히 밀려오는 듯해요.
7월에는 유혹하는 첫 문장과 단단한 문장 잇기, 소설의 플롯과 구조 등을 익혔어요. 소설의 시간과 시점 이해하기, 1인칭, 2인칭, 3인칭으로 써 보기, 직관적이고 사실적인, 암호 같거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은유적이고 반어적인 소설 제목 짓기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도 가졌고요. ‘기억하겠다’와 ‘잊지 않겠다’/‘하겠어요’와 ‘하지 않을 수 없겠어요’/‘결국’과 ‘기어이’, ‘끝내’와 ‘드디어’, ‘그예’와 ‘마침내’, 의미는 비슷해도 이중 어떤 걸 사용하느냐에 따라 글의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점도 공유했습니다.
8월과 10월에는 참여자들의 단편소설을 읽고 소감을 나누었어요. 창문에 부딪혀 죽은 새, 사라진 동네, 검은 숲에서 생긴 일, 시대의 사랑, 꿈을 좇는 아이, 슬픈 상처의 고백 등 경이롭고 진실한 이야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여러 번의 피드백을 거쳐 ‘마침내’ 멋진 단편소설 완성한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축하 인사를 전합니다. ‘내면의 바다 탐험’과 ‘집 짓기[作家]’를 정말 훌륭히 해내셨어요!
2022년 많은 날의 토요일에 <쓰는 순간>과 함께 한 참여자들과 최선을 다해 ‘쓰는 사람’을 지지해준 수봉도서관 이선미 선생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또 뵐 수 있기를 바라요. 계속 써요, 우리.
#인하대 문화예술교육원 _ 환경작가 리더양성과정 "우리가 에코라이터!"(2022년 10월)
나는 4반을 담당했다. 열한 명의 참여자가 모두 적극적인 건 아니었지만 성실히 배움을 이어간 몇몇 분을 의지해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환경 관련 스토리텔링 소개, 소설의 결말 상상하기, 칼럼이란, 패들릿 활용해서 글쓰기, 생태 시 읽기, 카드뉴스 만들기 등 10월 한 달간 부지런히 달려왔다.
환경축제 후기 피드백 시간. 듣기 좋은 말, 좋은 게 좋은 거지의 술수(?)로 시간을 때우고 싶지 않았다. 사고의 옳고 그름을 밝혔고 상투적인 비유를 지적했다.
너무 과했던 걸까? 주술 불일치를 고치는 것 정도로 소박한 목표(?)를 잡아야 했을까?
다음 날 단톡방에 장문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내 피드백을 받고 소위 멘붕이 왔다고 했다. 내가 글을 이것밖에 못 쓰나 하는 자괴감에 괴로웠다며 쓰는 일이 두렵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교수자인 나뿐만 아니라 함께 공부하는 수강생들의 피드백이 도움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고, 그래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음…….
나의 답글.
“실망스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셨을 것 같아요. 이것밖에 안 되나 하는 마음에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셨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원고를 보고 저와 4반 참여자분들의 피드백을 상기하며 글을 수정해 제출하신 것 정말 대단합니다. 배우고, 고민하고, 표현하는 모습에 진심으로 따듯한 박수를 보냅니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태도와 자세라고 생각해요. 글쓰기도 인생인데 아무렇거나 살아서는 좋은 글을 쓸 수 없잖아요. 한 문장 한 문장 쓸 때마다 틀릴까 두렵다고 하셨는데 그건 나쁜 게(?) 아니에요. 그만큼 내가 선택하고 욕망한 글쓰기에 애정을 쓰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가르치는 자의 직무를 등지고 싶지 않아요. 저는 제가 만나는 모든 분과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나는 생각한다. 나는 왜 쓰는가. 나는 왜 사는가.
환경작가 리더양성과정을 통해 또 한 번 질문하고 성찰한다.
좋은 글쓰기 선생님이 되고 싶다.
#제3회 학산백일장 심사후기
생태적 삶은 저에게도 익숙한 단어가 아니지만 사람과 자연이 함께한다는 주제는 멈춤과 비움의 가치가 의미를 갖는 시대에 특히 필요해 보입니다. 새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발끝에서 자라나는 식물을 바라보고, 꽃과 나무, 곤충과 동물도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알려준 글들이 많아 저도 한편 한편 읽어나가며 많이 배웠고 또 감동했습니다
수필은 거짓말보다는 진실을, 지식과 정보보다는 일상에서의 사유를 담고 있는 장르입니다. 잘 꾸민 문장보다 서툴더라도 생활이 담긴 글이 돋보이기 마련이죠. 호흡이 짧거나 길이가 너무 짧은 글은 숨이 가빠서, 또 그다음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아쉽게도 수상작으로 올리지 못했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조금 더 깊게, 오래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환경에 대한 실천을 자랑하거나 실천하지 못함을 반성하는 글보다 사람과 자연의 자연스런 공존을 어필하는 글에 좀 더 마음이 갔습니다. 작은 관심으로도 주변에서 얼마든지 멋진 자연과 생태공간을 찾을 수 있음을 알려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수상하신 분들에게 다정한 축하를 건네며 응모해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고생 많으셨다는 인사를 남깁니다.
https://www.haksanculture.or.kr/board/view.php?code=notice&cat=&sq=1366&page=3&s_fld=&s_txt=
2022년 #전태일문학상 심사후기
<한 여름 낮의 꿈>은 어색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이 눈에 띄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틀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움이 느껴졌어요. 개구멍이 '다른 세계'를 제시하는 것도 아니고, 청년노동의 관점에서 보면 이쪽과 저쪽의 처지가 별반 다르지 않음에도 아이스크림을 매개로 소통의 기쁨을 느끼며 잠시나마 힘든 현실을 잊는 상황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이곳의 컨베이어벨트를 벗어나더라도 끊임없이 또 다른 라인에게 서게 될 거라는 인식이 우울하고 서글플 법도 한데 '얼음 축구' 장면 때문이었을까요, 아주 체념하거나 절망하지는 않은 것 같아서 그 점도 반가웠습니다.
http://www.chuntaeil.org/b/notice/4351
#2022년 OO대 문예창작학과
2021년 1학기, 2학기, 2022년 1학기, 2학기 문예창작학과 학생들과 만났다. 2021년에는 온라인으로, 2022년에는 오프라인으로 강의했다. 4학기 중 3학기는 성적평가 방식이 너그러웠다. A+만 정해진 비율대로 주고 나머지는 교수자의 재량이었다. 2022년 2학기에 상대 평가로 바뀌었다. A+은 전제 수강생 중 몇 %, A는 또 몇 %, B+, B, C+, C를 '상대적으로' 평가해야 했다. 이런 방식은 평가가 익숙치 않은 나에게 굉장한 스트레스를 주었다. 모두 A+과 A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발표가 소극적이어도 열심히 들은 학생이 있을 수 있고, 현재의 소설은 별로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반영해... 아니,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개강 전 성적평가 방식을 공지했고, 학기 중에도 몇 번이나 강조했다. 소설 한 편 내는 걸로 끝이 아닙니다, 점수는 여러 방식으로 정량화됩니다...
100점 만점 중 발표 점수가 무려 30. 한 학기 동안 한 번도 말문을 열지 않은 학생에게, 자기 생각과 의견을 피력하지 않은 학생에게 30점을 줄 순 없었다. 자신 없어도, 떨려도, 배움과 나눔의 자세로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에. 창작품 평가 점수도 30이었다. 분량은 관계 없었고, 문장과 완성도를 본다고 사전에 알렸다. 10장을 써도 완성도가 미흡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었다. 몇 년 전에 쓰고, 그 당시에 합평받은 걸 다시 가져온 학생에게도, 상황과 처지는 이해하나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지각 결석 없이 출석률이 좋아도, 과제를 다 제출해도, 이런저런 변수로 점수가 오르락내리락 했다.
변수는 기말과제인 에세이 제출. 배점이 20점이나 되는 통에 막판에 순위가 많이 바뀌었다. '소설'만으로, '발표'만으로, '출석'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딘지 빡빡해 보였다. 기말 에세이는 나만의 작은 창이었다. 미처 보지 못한 학생의 이면을,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매번 다른 주제를 던졌는데 어떤 때는 '나의 과거'였고, 어떤 때는 '나의 역사'였으며, 이번에는 '나를 살게하는 무엇'이었다. 형식적으로 쓴 학생은 그게 눈에 다 보였다. 어떤 학생은 진심을 다했다. 내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생각을 어필했다. 그 당당함이 좋아서 피식 웃기도, 멋지다고 혼잣말 하기도 했다.
성적이의신청을 처음 받아봤다. 두 건이 왔다.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하기 전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제가 왜 이 점수를 받아야 해요? 항의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두 학생은 그저 궁금해했다. 무엇이 부족해서 이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알고 싶어했다. 나는 답장을 썼고, 마지막에 그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상대평가 방식으로 성적 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다른 학생들과 변별점을 찾아야 했어요. 지각 결석 없고 과제를 충실히 제출한 건 모든 학생들이 대부분 그랬죠. 합평작 제출에서는 분량보다 완성도를 강조하기도 했고요. 출석, 과제, 참여도 등이 모두 정량화된 점수로 반영되는 터라 성실성이 점수와 비례한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학생의 역량과 숨겨진 가능성, 발전할 수 있는 자질 등이 점수에 포함된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제 영역이 아니네요. 세 달 동안 얼굴 보고 수업하면서는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진심을 다해 강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아쉬운 결과를 주게 되어 미안해요."
이 글을 받은 학생이 이틀 후 내게 답장했는데, 읽으며 눈물이 핑 돌았다.
"교수님 답장 잘 읽었습니다. 성적 관련 답변에 관해서도 이해했습니다. 한 학기 동안 교수님 수업 들으며 소통하는 수업을 처음으로 경험해본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 수업 중에 많이 물어주시고, 들어주셔서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제 솔직한 경험의 말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평가와는 별개로 저는 좋은 수업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성적을 더 열심히 써야 하는 명확한 계기로 삼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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