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쓰기> 개강 후기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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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쓰기 강좌는 늘 수요가 있다는데
그동안 강진이나 백승권 작가처럼 자서전 관련 책을 낸 사람들이 강의했다는데
자서전 강의가 처음인 내가 갔다, 지난 9월 말에 개관한 노무현시민센터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운 좋게 앉았을 땐 조금 졸고
안국역에 내려서는 조금 걸었는데
벌써 창덕궁에 한복을 입고 온 사람들이 있었다
나들이 온 사람들 사이로 혹은 앞으로 걸으며
자기 삶을 기록하려는 이들을 만나러 갔다

내가 사는 지역을 밝히고
아무래도 먼 거리라
저에게 구두와 핸드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운동화 신고 에코백을 들고 왔어요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 자세를 지적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양해 말씀드려요
앞자리 몇몇 분이 괜찮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주셔서 금세 따듯해졌다

첫 시간은 아이스브레이킹과 브레인스토밍,
긴장 풀고 친밀감 맛보기
자서전은 이런 뜻이에요,
빈칸에는 어떤 표현이 들어갈까요?

나는 시간을 재고 그들은 시간을 느끼고 “가을, 하면 생각나는 단어를 3분 동안 적어보세요.”
어려워요
저는 실력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저 생각하는 것뿐인데
내가 생각하는 게 바로 나인데, 왜 자신을 낮출까?
서운한 자기한탄
안 됩니다!
자기고백에는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없어요

용인에서 올라오신 84세 남성분이 최고령자인 듯
1학년 5학년 아이 둘을 등교시킨 뒤 일찍 집을 나서 조금 걷고 카페에서 차도 한 잔 했다는 40대 초반 여성분이 가장 어리신 듯

충남 홍성에서 오신 분
수원에서 오신 분
청계천 길을 사십 분 넘게 걸어오신 분
반차를 내고 오신 분(11월은 매주 화요일마다 반차 내고 참석, 11월 말 퇴사)
월수금 산에 가는데 마침 화요일 강좌여서 시간 내신 분

60세를 맞아 자신을 차분히 기록해보고 싶다고 하신 분
미국 사는 딸이 이런 거 해보라고 소개하며 참여비를 내주셨다는 분
친구와 술 마시다가 “너는 꿈이 뭐야?”라는 질문에 “작가”가 툭 튀어나왔고, 본인보다 부모님의 삶을 남기고 싶은 욕심에 참석하신 분 등등

어떤 인연으로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된 걸까
기쁘고 뭉클했다
강의실 컨디션이 좋았던 것도 신나는 일이었는데
밖은 가을이었고 아침이었고 환했고
안은 깔끔했고 아늑했고
또 배움과 자기표현의 열기로 가득했고

함께 식사하자는 담당 직원의 제안을 다음으로 미루고 지하철을 타서는
웬일인지 또 꾸벅꾸벅 졸았지만
행복한 꿈을 꿨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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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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