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7.23 : 어제는 괜히 섭섭하여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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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10:20쯤 도착했는데 참여자가 딱 한 분 계셨다.
10:30 시작이니까 아직 여유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내 기분 탓인지 ‘사람들이 왜 이리 늦게 오지?’, ‘강의가 재미 없나?’ 하며 쪼그라들더라.
10:30에 마이크를 잡고 일어났을 때는 여덟 분이 자리에 앉아 계셨고 늦게 온 분 포함 어제 출석자는 열두 명.
시작 직전 도서관 담당자에게 OOO 님이 참여를 포기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어선지, 결석이 너무 많다고 혼자 생각해선지, 모두에게 사랑받는 강사가 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인지 조금 섭섭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한 주간 잘 지냈느냐고 안부를 묻지도 않고 내 이야기를 했다. 나의 강의관(응?)에 대해 물어본 사람도 없는데 줄줄.

말인 즉슨,
-글쓰기는 어려우므로 (무책임하게) 쉬워요! 말할 마음이 없고
-무조건 잘 썼어요, 좋아요, 말하지 않을 것이며
-최선을 다해 교육자료를 준비하고 있음은 물론
-앞으로도 여러분이 뭔가 얻어갈 수 있게, 배워갈 수 있게 도와드리겠다는 것.

우리는 평생 배우면서 살아야 하고
여러분은 그 기회를 잡아 귀한 시간을 내 여기 오는 것인데
어렵다고 포기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저는 여러분의 수준을 낮게 잡지 않고 알려줄 수 있는 만큼 알려주고 있어요.
제가 봄에 디자인을 배웠는데 나이도 제일 많고 진행 속도도 빨라 따라가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저는 지금 강사로 여기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서툰 초보자일 뿐이에요.

사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기관의 강의가 정말 어렵고 그래서 나도 이따금 기운 빠진다는 고백까지…
힝. 다시 떠올려도 우울하네.

그런데 오늘 아침 sns에서 모든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주길 바라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고
모든 사람이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은 자존감이 높다는 글을 보았고
아… 내가 그런 건가, 했다.
하지만 정말 그렇다기보다 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많이 쓰는 성격인 것 같다. 쉬운 말로는 눈치이고 긍정적인 말로는 배려. 이걸 뭉뚱그려 ‘자존감’의 높낮음으로 말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내가 못나서 이런 고민을 하고, 스트레스 받고 있다는 생각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건 사실.
열심히, 잘 따라오고 있는 분들 보면서 즐겁게 하는 게 맞는데도 인원이 조금씩 줄어드니 도서관 담당 선생님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거참
그렇지만 소설 쓰기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어서 자기들 부담 때문에 안 나오는 걸(포기한 걸) 내가 어쩔 수 있나 싶기도 하고 그야말로 오락가락.

더 쉽게? 더 재미있게? 더 실용적으로? 어떻게?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느냔 말이다. 어떤 글쓰기도 단기간에, 쉽게, 마냥 신나게 배울 수 없다고요.ㅜㅜ

어제 어떤 어르신 왈, “선생님 책을 읽어봤는데 어렵더라고요.”
“어떤 거요? 1인가구 그거요?”
“아니요, 비 인터뷰.”
“아… 그게 좀 그렇죠. 우리 엄마도 어려워서 못 읽겠다고 했었어요.”
음… ㅜㅜ

소설이 어렵죠! 문학인데 당연히 심오하죠!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이니까요!

어제 또 어떤 20대로 보이는 여자분이
“핸드폰으로 소설 써도 되나요,” 물어서
헉, 말도 안 돼! 소설을 어떻게 핸드폰으로 써? 놀라곤 자세 운운했는데(그래도 문서 파일 열어놓고 써야 하지 않을까요? 전 제가 쓴 글을 핸드폰에 옮겨 놓고 다시 읽어보긴 합니다)
저녁에 친구에게 말했더니 자기가 가르치는 고등학생들 중 핸드폰으로 쓰는 애들 제법 많다면서 너의 그 말이 어쩌면 “소설은 당연히 연필로 써야죠.” 라고 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얘기를…ㅜㅜ 못 산다 정말.

어제는 소설의 시점에 대해 강의했고
1인칭으로 쓰기, 2인칭으로 쓰기, 3인칭으로 쓰기 실습했다.

3인칭으로 쓰기 전에 각자 이름을 하나씩 짓게 했는데, 그것들은 다음과 같다. 미자(50대 후반 여자), 윤희, 타블로, 창이, 옥진, H, 현수(평범한 10대 학생), 여름, 이치(이치를 깨닫다 할 때의 그 이치), 영옥, 연아(6세 여자아이),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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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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