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일기 2020.9.14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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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늙음과 죽음(2) 책읽기 동아리 모임에 관한 지극히 사적인-

 

 

 

지난 봄에 이어 늙음과 죽음에 관련된 국내외 단편소설을 읽고 있다. 목요일 오전에 총 8차시로 진행된다. 봄에는 요일가게에서 만나 두 시간 꽉 채워 토론하고 짧은 글쓰기를 했는데 가을에는 이 모임을 지원해주는 인천문화재단 측에서 온라인으로 활동하라고 권고해 zoom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 프로그램도 '온라인 방식' 덕분에 두 명이 늘어 총 일곱 분이 함께 하신다.

손보미 짧은소설에 이어 지난주에는 김수의 <젠가의 시간>을 읽었는데 다양한 의견이 많이 나와서 무척 흥미로웠다. 내가 따로 기록한 게 있지만 여기에 올리진 않고 참여자 중 한 분이 페이스북에 업로드한 글을 공개한다. (허락 받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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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연락드려 블로그에 올려도 되느냐고 여쭙자, "네, 제가 감사하지요."라는 답장이 왔다.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고맙다고 했더니 "인정받는 것 같아 좋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날아왔다. 그렇지. 함께 한다는 건 이렇게 소중하고 즐거운 일이지. 그런데 성함까지 밝혀도 되는지는 안 물어봤네. 장OO 선생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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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가의 시간

섹스는 스트레스를 없애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관계에서 오는 ‘결여’를 그 행위를 함으로써 많은 부분을 채운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착각이라는 표현을 하는 이유는 그 행위로 나를 나로 유지하게 해주는 감정들, 외로움, 따뜻함을 느끼고 싶은 욕구, 누군가와 돈독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안도감 같은 것들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다만, 채워질 여지를 주고 결여된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유보해 준다. 대개의 경우 ‘유보’해 주는 관계의 간격이 긴 사람도 있고 상대적으로 짧은 이도 있다. 서로 만나는 사람이 있거나 혼자 처리할 수 있는 경우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젠가의 시간(김수)는 젠가라는 게임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뺄 수 밖에 없는 시간에 대해 소아성애를 끌어와 결여와 유보의 경계를 잘 표현한 소설이다.

코로나 시대에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을 하나씩 빼야하는 ‘젠가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회의 안전을 위해, 개인의 일상을 온전하게 하기 위해 제거해야 할 일상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처럼 지켜야 할 것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은 무너지는 것에 대한 걱정도 적다. 상대적으로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사람은 일상에서 무엇 하나를 뻬기가 두려움일 수 있다. 심사숙고 하게 되고 망설이게 되고 아이에게 재촉받게 되면 초조하게 되고 쫒기게 되면 실수하게 되고 두려움에 어떤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될지도. 어쩌면 현재 정치상황도 누군가에겐 젠가의 시간일 수도 있겠다.

성적 환상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누구나 성에 대한 환상은 있을 것으로 본다. 할아버지의 경우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절의 느낌. 그 느낌이 성적 환상에 속한다. 나이 들면서 자신에게 젠가의 시간이 찾아오면 당황하게 되고 연애하듯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게된다. 자신의 몸에서 빠져 나간 부속품들, 온전한 자신이라고 느끼지 못하고 채워야 하는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그가 채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소아성애는 아니었을 것이다.

소설 젠가의 시간을 읽으면서 세상이 멈추자 일기장을 펼친 행위는 지혜롭다. 뜬금없이 당한 젠가의 시간 앞에 무엇을 유보하고, 결여된 것을 채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한다. 코로나의 시기는 분명 길어질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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