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일기 2020.9.13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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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소설 강좌에 관한 지극히 사적인-

 

 


*
오프라인으로 개강하려다 개강 일주일 전 온라인으로 바꿨다는 얘기는 전에 했고,
개강할 때 7명, 개강 후 2차시에 2명 늘어서 9명이 됐다는 얘기도 했고,

어떤 어떤 분들이 수강하고 계시냐 하면,
9명 중 4명이 전혀 모르는 분이다.
그들 모두가 ‘온라인’이어서 참여 신청.

그 중 3명이 서울, 대구, 전라도에 계시고
또 그 중 3명은 큰 아이가 9세 8세 7세...
아이 엄마로, 직장인으로 바쁘게 지내시는 분까지...

작년 말에는 집앞 문화원에서 글쓰기를 배웠는데
코로나로 중단돼서 온라인 수업 찾으셨다는 분,
직장 때문에 지방에 내려와있는데 서울에서 두세 번 소설 클래스 들은 적 있다는 분,
읽기는 좋아하지만 글을 써본 적은 별로 없어서 이번 기회에 배워보려고 신청했다는 분...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수업은 뭐가 다를까.
한 사람도 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도록
의견을 말하도록 애쓰는 건 똑같다.
잘 들어주고 긍정하되, 그들의 의견을 무조건 인정하진 않으려고 한다.

엊그제는 어떻게 소설을 읽는지
일반 독자와 공부하는 우리는 어떻게 비슷하고 다른지,
감정이입과 분석하며 읽기에 대해 말했는데
끝나고 반성했다.
끼어듦의 타이밍이 적절했나 하는 의문이 뒤늦게 들었다.

또 수업 끝날 때쯤 
“마지막으로 한 마디씩 소감을 말해주세요. 첫 참여소감도 좋고 오늘 수업에 대한 소감도 좋고 소설에 대한 내용도 괜찮습니다.”
그러곤 한 분 한 분 성함을 불렀는데
수업 끝나고 
“어? 내가 그 분을 호명했나?”
한 분 빼놓은 것 같아서 안절부절ㅋㅋ
따로 카톡을 남겨야 하나? 생각하다가
다음 시간에 잠깐 언급하기로 했다.
(이렇게 예민하고 꼼꼼하고 걱정 많고 세심하고 소심합니다ㅜㅜ)

한 분이 잠깐 졸아서(정말 잠깐... 30초)..읔
안타까우면서 내 수업이 재미없나? 자책하기도 하고.

1-6차시는 단편소설 읽고 토론하는 시간.
매 주 두 작품을 읽으니 자연스럽게 비교가 돼서 어느 게 더 낫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두 작품 모두 훌륭하다는 걸 알리고, 기술적인 부분 위주로 봐야 하는지, 흥미 위주로 봐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그 중간을 잡아 즐겁게 수업할 수 있을까...(응?)

지난번엔 좀 외롭고 쓸쓸해서(?) 내 이야기를 많이 했다. 네, 그랬지요...
주차 사건! 범퍼를 박지도 않았는데 닿은 것도 아닌데 경찰 신고 어쩌고 협박했던 그 남자!
이 얘기가 그날 수업 중에 가장 재미있었다는 누군가의 평(?)이 있었고.ㅋㅋㅋ

시작 전에 지난 일주일, 혹은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해외 직구한 캔버스화가 도착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아이 돌보느라 정신없었다
그중에
-생일이면 책을 선물해주는 친구가 있어요. 얼마 후가 생일이라 고심 끝에 고른 책을 보냈고, 친구가 잘 받았다고 연락했는데(두 달 만에 연락한 거라고 하셨다) 그 사이 병에 걸려 치료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친구는 침착하게 말하는데 선생님이 펑펑 울었다고..

산다는 것, 
일상을 유지한다는 것....
유지란 또 뭘까...


그러니까 지난주에는 뭔가 정말로 쓸쓸해서(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쌓이고 쌓여서 몇 건이나 됐다) 이런 꼰대 발언까지 했다.
“종종 이메일로 강의 문의를 받습니다. 애써 길게 답장했는데 그다음에 연락하지 않는 사람이 있어요. 그게 왜 그렇게 서운할까요.”
당연히 후회했다

그때 내가 머릿속에 떠올렸던 분에게 이틀 후에 답장이 왔다. 두 달 된 아이가 있어서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답변 감사드린다고, 다음 강좌나 다다음 강좌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아, 나라는 인간은 왜 이렇게 경솔하고 진중하지 못한가...

어제는 어떤 분에게 지금도 참가할 수 있냐고 메일이 왔기에 남은 합평일자를 알려줬는데 자신은 초보라서 기초강좌 들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나는 깊게 고민해보지도 않고 10월 중에 개강을 시도해보겠다고 말해버렸다. 왜 그랬을까.
사실 목요일 강좌도 운이 좋아 최소인원을 넘긴 거지, 개강 며칠 전만 해도 폐강되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ㅎ


지난주에 어떤 분이 ‘문제적 인물’에 대해 질문했다.
“문제적 인물에 대한 개념에 대해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문제적인가... 제 생각에는 우리가 앞으로 읽게 될 윌리엄 트레버의 소설 속 인물, 즉 ‘가정법으로 말하는 사람’도 문제적 인물일 수 있어요. 살인자나 특이한 인물만 문제적인 건 아니죠.”


이건 강의일기지만
요즘 나의 일기를 살짝 덧붙이자면
나는 날마다는 아니지만 거의 날마다 술을 마시는 혼술 마니아인데
원래는(?) 센 술을 좋아했다
최소 소주, 아니면 보드카 위스키 고량주...
그런데 올해, 아니 언젠가부터 맥주가 좋아지기 시작했고 흔한 라거가 아닌 에일 맥주를 선호한다. 
편의점에서 3개 만원, 혹은 4개 만원하는 맥주.
지난 여름강좌 종강 때는 정말 특이한 수제맥주를 많이 마셨는데 수강생 중 맥주 덕후가 계셔서 서울 어디선가 맛있는 수제맥주를 잔뜩 사오셨다. 행복했음...

한동안 넷플릭스 보다가 왓챠로 넘어갔다가 다시 넷플릭스, 일주일 전인가 다시 왓챠로 갈아타면서 우연히 ‘와카코와 술’이라는 일본 시리즈물을 알게 됐는데 이게 완전 혼술 친구인 거다. 술맛을 아는 혀를 타고 난 26세 와카코. 그 분이 맛있게 먹고 마시는 걸 보고만 있어도 술이 꿀떡꿀떡 넘어간다. 술집 풍경도 너무 좋고 나 원래 일본 음식 최애라서 안 먹어도 대리만족.. 그러고 보니 혼술 할 때 냉장고를 부탁해 보는 것도 좋아했어서... 요리에 관심 있나? 맛있는 음식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

아무튼 그러면 안 되는데(늘 나를 인정하지 못함) 
일드 보면서 술 마시고 자는 게 요즘 일상(지난주가 피크) 
시즌 3부터 왓챠에서 볼 수 있는데 시즌4 에피소드까지 봐버렸으니..아 이젠 술 끊고 글을 쓰자....흐흐흐

수제맥주 리뷰는 며칠 전에 써보려다가... 술꾼 같기도 하고 사진도 후져서 말았는데 수제맥주 전문점은 모르니까 편의점 맥주 위주로 말해보면

에일의 정석(3캔 9,900원)
골목대장(4캔 10,000원)
한강(위와 동일)
강서(소맥에 굿! 깜놀-가격은 위와 동일)

첫 맛은 진하고 그 무거움이 금방 잊히는 가벼운 맥주를 선호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진 가벼운 라거도 별로고
진하고 진한 에일도 싫고
향 있는 술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님.

아무튼.. 강서 맥주에 소주 타 마셔 보곤 맛있어서 깜놀! 역시 소맥도 에일이구나...하는 깨달음?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술맛이야 기분 탓 분위기 탓이 정말 크니까..
또 다른 사례. 어느 날 한강은 좀 진하군? 했는데 며칠 후 골목대장 2캔 마시고 마셨더니 완전 맛났음.

아니 강사일기가 아니라 혼술일기가 돼버린 것 같은데 어차피 이 블로그 방문자도 몇 없으니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뜬금)
얼마 전까지 저와 글쓰기 강좌를 함께 했던 그룹 임팩트의 김태호가 커버한 10센티-폰서트 추천합니다. (클릭해서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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