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은 작품
1. 김애란_'물속 골리앗'
2. 하성란_'그 여름의 수사'
3. 엠마누엘 카레르_<콧수염> 일부
장:그 여름의 수사는, 주인공을 따라다니며 현장을 보는 느낌이었다. 총체적인 묘사라고 할까? 재미있었다.
'리듬감'이라는 표현이 5번 나오는데
109쪽 사람의 몸속에는 저마다 사명감이라는..(엇박자의 리듬감)
116쪽 기차의 리듬감
117쪽 버스의 리듬에 맞춰
122쪽 배의 리듬감
135쪽 '다른 박자로 옮겨 탔다'
-> 리듬으로 삶을 잘 그려냈다. 통과의례를 거쳐 다른 내가 됐다는 사고...
삶에 볼 수 있는 다양한 리듬. 책을 읽기 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김:전보 내용이 정말 재미있었다. 그걸 다 옮겨적어보니 그것 자체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더라.
콧수염은 피해망상의 묘사가 너무 가슴아팠고. 주변에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는데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솔직히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토록 실감나게 소설로 접하니 그들의 힘겨움이 몸소 이해되는 느낌이었다. 콧수염이 있다/없다는 내용으로 이렇게 소설 한 편을 완성할 수 있다니 작가란 존재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고:물속골리앗은 작가가 주로 다루는 소재에서 벗어나지 않는 내용이다.(부모의 부재라든가, 재건축 같은)
아버지의 방에 물 담은 봉지를 둔 것은 압도적인 세팅이었다. 장마 속 타워크레인이 십자가 모양으로 서 있었다고 표현한 거라든지...
엄마가 떠내려가는 모습이나 아빠의 환상을 본 것(아빠에게 수영을 배운 것 등)을 적절하게, 기술적으로 잘 엮어냈다.
슬프거나 아프진 않았고 잘 썼다는 느낌?
김애란 작가의 작품에는 따듯하고 건강한 정서가 있다. 부모에 대한 끈끈함, 정을 기반으로 세상과 싸워나가는 거라고 할까? 쿨한 작가(?)들은 부모에 대한 배반을 수시로 그려내는데 그런 부정이나 전복, 전이가 아니라 '정'을 잊지 않는다.
하성란 작품도 마찬가지로 부모에 대한 이야기다. 제도를 배반하지 않고 위트, 유머, 실화를 빗대어 썼다.
여성성의 포용이나(할머니의 구멍) 죽음과 사랑이 들어간 성장소설의 폭넓은 시선이 좋았다.
나:심리묘사/상황묘사/인물묘사/장소묘사/냄새, 맛, 접촉... 특별히 이 소설에 특출난 묘사가 집중돼 있다기보다 소설에 두루 쓰이는 묘사기법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구체적 작품을 통해 돌아보자는 의미가 크다. 하성란의 이번 작품은 2008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실렸고, 그렇다면 10년 전 작품인데 전혀 낡았다거나 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작품 속의 배경은 70년대 말 혹은 80년대 초반인데 경쾌한 문장 때문인지 복원된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신선하고 재미있다. 화자가 어린 여자아이라 그런지 하성란의 다른 작품에 비해 산뜻한 맛이 있다. 문장이나 묘사는 역시 탁월하다.
김애란은 구성이나 플롯보다 어떤 상황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이 작품 역시 '장마'라는 재해를 차분하게 묘사하면서 시간순서대로 써내려간 인상이 강하다. 이런 스타일을 배제하고 플롯이 두드러지는 작법을 택했다면 전혀 다른 소설이 됐겠지.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 살릴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은 중요하다. 그걸 아는 것도 재능이겠지.
콧수염은 위대하다. 뒷부분만 던져줬는데 책을 찾아 작품 전체를 읽어오신 분도 계시고, 감사하다.
다음 시간에는 '설명'이 잘 된 소설 세 편을 함께 읽겠습니다.
10월 26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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