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함께읽기] 1.사유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728x90
반응형

9.7. 읽은 작품

1. 최인훈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2. 최인석 '혼돈을 향하여 한 걸음'

3. 헤르타 뮐러 <숨그네> 중 '짐싸기에 대하여'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언제부턴가 소설가의 일상이 궁금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많이 찾아읽기도 했는데. 글쓰는 모임에 나가면서부터 안 궁금해졌어요(많이 전해들어서 그런가봐요). 이 소설은 걷기를 통한 의식의 흐름(연상)기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유행이 지난 느낌이랄까. 직업이나 일상에 대해 말할 때 자기모멸이나 희화화가 빠지면 신비성이 강조되는 느낌이에요. 그런 데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내가 아는 사람이 이런 글을 썼다면 그건 재미있지 않을까 싶네요. 결국 우리가 소설에서 바라는 건 내러티브 아닐까요. 이런 걸 읽으면 '그래서 뭐?'하게 되는 게 독자의 자리,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동물원에서의 이동, 동물의 배치를 작가가 어떤 식으로 구성한 건지 궁금해요. 실제의 동물원을 그대로 묘사했을까요? 되풀이되는 문장이 많았어요. 그게 마지막의 '탑돌이'랑 연결되는 것 같아요. 띄어쓰기를 파괴한 문장도 의미가 있겠죠. 그게 이 소설의 핵심인 것 같아요. 결국 사람을 동물에 빗대어서 이야기한 것 아닌가. 사자는 이중으로 읽혔어요. 동물 이름이랑 죽은자. 자신의 인생을 대의에 바친 인물에 대한 내용이 나와서 그랬나 봐요. 이 작품을 필사했는데 그러면서 더 자세히 읽은 영향도 있었어요. 좋았습니다.


:사유는 어디에서 나오는지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혹은 사유를 쓰는 방법이랄까요. 자기 안에서만 찾기보다 다른 데서 끌어와 자기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많았던 것 같아요. 역사,TV, 책, 문화, 종교 등등의 것을 현재의 생각과 섞는 거죠.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면, 이번 여름 라다크 여행에서 거의 메모를 하지 않았어요.(못했어요) 거대한 풍경 속에서 경외의 감정 외에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그게 답답하고, 때로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아요. 뭔가를 끌어낼 생각을 못했던 거죠. 그래서 작가들은 많은 책을 읽고, 전시나 공연을 보고, 수많은 경험을 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사유를 드러내는 방식에는 직접적, 간접적 두 가지가 있지 않을까요. 이 작품은 직접적인 서술로 쓴 것 같아요. 반면 이따 함께 볼 <숨그네>는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사유를 섞고 있죠. 묘하게 매력적인 형식이에요. 


사유는 밑줄 치는 것이다.

사유는 철학적인 것이다.(공부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글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

사유는 질문하는 것이다.(질문을 던지는 힘이다)




-혼돈을 향하여 한 걸음-

:선생님은 자기 얘기를 소설에 잘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정말 선생님 얘기예요. 실제로 최 샘 아버지의 연인이 소리 하는 여자였거든요.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요. 돌아가시고 9년 후부턴가 보고싶다고 하고, 그리울 때가 있다고 말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 읽은 작품인데 이번에 다시 읽으니 마음 아팠어요. 선생님한테 왜 본인 얘기를 안 하세요?라고 따지듯 물은 적도 있는데(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나는 내 얘기 소설에 다 썼다'고 하셨죠.) 이 소설은 진짜 선생님 자신이에요.


죽음, 그러니까 가족을 잃은 슬픔에 대한 제 경험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저는 할머니가 키우다시피 했습니다) 큰애를 임신 중이었고, 만삭이었습니다. 뱃속에 있는 아기 핑계를 댔지만 실은 두렵고, 할머니의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별로 울지도 않았고요. 1년 후에 혼자 인도를 갔는데 12시간을 타야하는 슬리핑버스를 타고 어떤 평원에 도착했어요. 절이었나? 뭐 그런 걸 보러 갔던 것 같아요. 해바라기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는데 할머니 생각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때 처음 눈물을 흘렸어요. 아버지, 혹은 할머니가 죽은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내 존재의 일부분이 죽는 거죠. 관계성.


할아버지가 쓰던 방을 손주가 쓰는 것, 그에 대한 섭섭함의 토로에 동감합니다.

소년과 소녀를 등장시킨 소설적 장치가 좋았고요.


:소설에서 덜컥 다가온 죽음이 나오는데 저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생각났죠. 내가 미워했던 사람이 갑자기 죽었을 때 용서할 수 없는 심정과 용서해야 하는 마음이 교차하잖아요. 묘한 감정이죠. 

아버지에게 벗어나고 싶어서 집을 나오고, 원하지 않는 대학을 갔어요.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보다 아버지에게 벗어나기 위한 것만을 생각하며 살았죠.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덜컥 죽음으로 찾아왔어요. 용서라기보다 수용적 태도를 갖게 되더라고요. 간암 말기로 발병 3개월만에 돌아가셨는데... 오빠랑 동생은 아직도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아요.


엄마,아빠의 죽음을 다루는 소설을 언젠가는 쓰고 싶어요.


:예전에 한번 읽은 것 같은 익숙함이 느껴졌어요. 글은 되게 길지만 하고 싶은 얘기는 1,2장에서 다 한 것 아닌가...

"사람은 땅에 묻고 상징은 땅 위에 세우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어요. 쉽게 나올 수 있는 표현이 아니죠. 아버지의 북과 성우 등에 난 혹을 연결시킨 것도 좋았습니다. 성우는 아버지를 통해 '혼돈 속의 질서'를 이해한 거죠. 질서 안에서 살면서도 혼돈의 욕구가 있지 않았을까요. 비로소 억누름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었다고 해도 좋겠지요. 죽음을 논리적으로 잘 줄세운 느낌이에요.


:중편소설인데 가독성이 좋아 후루룩 읽었습니다. 소리에 대해 설명한 부분은 소설이나 예술로 바꿔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깊이가 있어요. 어떤 것에 몰입한다는 것, 일상이 아닌 부분에 집착하고 의미를(어쩌면 자신의 의미) 찾는 이야기는 문학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죠.


:뚜벅뚜벅 정직하게 쓴 소설 같아요. 1970년대풍 미워도 다시 한번.ㅋㅋ



-숨그네-

언어, 사물에 대한 사유가 좋았습니다. 눈에 대한 묘사와 그걸 활용해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펼쳐내는 장면은 특히 압권이고요.(24-25쪽 낭독하고 간단히 이야기 나눔)




728x90
반응형

'소설,글쓰기강의 > 소설, 에세이,자서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소년 오디오 문학극장  (0) 2017.09.12
포스트잇 글쓰기  (0) 2017.09.09
2017년 가을, 나의 발걸음  (0) 2017.09.06

이미지 맵

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소설,글쓰기강의/소설, 에세이,자서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