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은 시 필사_선생님은 이 시를 이해하셨나요?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오랜만에 올리는 필사 후기.
현재는 11월 4일에 개강한 문학 필사 25기가 진행 중이다. 처음에는 꼬박 꼬박 한 기수 마치면 후기를 썼는데 어느새 이렇게 돼버렸네. 올해는 후기다운 후기는 하나도 안 쓴 것 같다.
지난 9월 10월 필사에 새로이 오신 분은 금요일에 2편씩 올리는 시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셨다. 시가 어렵고, 이해가 안 된다는 말씀이었다. "선생님은 왜 이 시를 선택하셨나요?", "이번 시도 의미를 알 것 같으신가요? 저는 왜 와닿지가 않을까요. 뭘 말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처음 참여자분이 궁금한 시는 이거였다.

「손의 심정」

태양이라 쓰고 눈부셔봅시다
달이라 쓰고 소원 빌어봅시다
집이라 쓰고 들어가 살아봅시다
어머니라 쓰고 미끄덩 태어나봅시다

안녕이라고 할 때는 다들
입 같은 걸 사용하지 않던가요
걸어갈 때는 심지어 뚜벅뚜벅 한다면서요
한숨도 심장이 뛰는 동안의 일일 뿐이라며
감사하라기에 확 삐쳐버렸습니다

깨닫고 난 다음에는 물론 낭떠러지겠지요
낙하의 속도 평화로운 어느 오후겠지요
오래도록 평화롭게 추락하기만 하겠지요

그래도 처음부터 입을 알고 있었던 척
불안이라고는 없는 저 반듯한 가슴을 보니
당장이라도 네 등분하고 싶은 기분입니다

손을 사용하는 심정이야
굳이 말해 무엇합니까

황성희, 『눈물은 그러다가 흐른다』(문학동네, 2021) 중에서.



어떤 분은 Chat gpt에도 물어봤다고 하셨고.ㅋㅋ
마지막이 나의 대답.


*
사실 시는 느끼는 것이지 '아는' 것이 아닌데, 시에도 분명히 메시지가 있으니까, 그게 궁금하다는 질문인 걸 알면서도, 한편의 속마음은 '그냥 읽으면 돼요', 다른 한 편의 속마음은 '사실 저도 잘 몰라요...' ㅎㅎ

그렇다고 필사 진행자로서 그렇게 대답할 순 없어 어느 날은 나도 그날 올린 시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김개미 시 두 편에 대해)

"저는 시를 어떻게 읽느냐면, 일단 메시지를 찾으려고 혹은 알려고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요. 느낌이 좋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가 첫번째고, 그래서 그런지 누군가 어떤 시가 좋다고 말해도 '지금 나'에게 감흥을 주지 않으면 그런가 보다 합니다. 
뭔가 알 것 같은 시도 있고, 
한 행 때문에 그 시를 사랑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어떤 표현에 꽂혀 대박이다... 흥분하는 때도 있어요.

<특별한 가을 되세요> 같은 경우 고양이와 함께 사는 여자를 재치있게 그렸다고 생각했고 고양이의 나른함에 평화를 연결지은 것,
"다채로운 건 대개 지옥에서 온다"는 한 행,
"특별히 더 특별한 가을 되세요"라는 인사가 좋았습니다.

저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데 이 시는 마음에 들었어요. 

<알래스카는 엎드려 자고>는 조금 길고 사실 "알래스카를 아프리카로 불러야겠어" 같은 표현은 소설에 쓰면 난리나는(?) 문장이죠. 설득력이 없다고 분명이 욕먹을 거예요.ㅎㅎ 인물의 대사로 넣어도 되지만, 만약 그렇다고 해도 조금 유치한 면이 없지 않죠.
그렇지만 이 시에서 알래스카, 아프리카는 장소(지명)이 아니고 동물이고, 화자와 동물, 둘만 있는 게 아닌 '너'를 등장시켜 애정, 그리움 같은 걸 느끼게 해준다고 생각했어요.
더구나"한국의 가을은 필사하고 싶을 만큼 아름답다니...
필사하는 우리가 큭큭, 웃을 수 있는 시구 아닌가...

저는 학교 때 시를 배운 게 다이고, 요즘은 읽기만 할뿐 따로 공부하지는 않습니다.(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하고 있지만요.) 그래서 그때그때 끌리는 대로, 마음에 닿는 대로, 그렇지만 조금은 신중하게 읽고 고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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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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