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하늘의 적 관람 후기(인천시립극단, 부평아트센터)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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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반차를 내고 나를 만나러 와(서울->인천), ‘맛집’에서 우렁 쌈밥을 먹고 영화 <보통의 가족>을 보고 한 시간쯤 길 따라 걷기도 하다가 연극 <하늘의 적>까지 보고 집에 왔다.

우연하게도 <보통의 가족>과 <하늘의 적> 모두 텍스트는 해외의 것. 보통의 가족은 원작 소설이 있는데 헤르만 코흐의 <더 디너>, 2013년 2014년 2017년에 스페인을 비롯 다른 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어졌고,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이 네 번째로 제작. 소설은 스페인에서 실제 있었던 여성 노숙자 살해 사건을 모티브로 쓰인 거라고 한다.(영화에서는 고등학생들에 의해 남성 노숙자가 죽는다) 여러 국제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만큼 탄탄한 내용을 갖고 있다.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변호사 ‘재완’(설경구)과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는 자상한 소아과의사 ‘재규’(장동건).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로 자녀 교육, 시부모의 간병까지 모든 것을 해내는 ‘연경’(김희애)과 어린 아기를 키우지만, 자기 관리에 철저하며 가장 객관적인 시선으로 가족들을 바라보는 '지수'(수현)
서로 다른 신념을 추구하지만 흠잡을 곳 없는 평범한 가족이었던 네 사람. 어느 날,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사건을 둘러싼 이들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그리고 매사 완벽해 보였던 이들은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데… 신념을 지킬 것인가 본능을 따를 것인가 그날 이후, 인생의 모든 기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네이버 영화소개에서 퍼옴)

긴장감 있는 이야기에, 엎치고 매치듯 뒤바뀌는 인물들의 변화가 흥미로웠는데 영화 시작하자마자 연출 너무 촌스러운 거 아냐? 너무 옛날 방식 아냐? 감독 공부 안 하나? 요즘 영화 안 봐?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연기는 나만 어색했나? 배우가 아니라 역시 연출력 문제인가?
감독이 허진호라는 건 영화 끝나고 나서 알았다. 지난주에 엄마랑 군산 가서 ‘8월의 크리스마스 앞(?)’에서 열심히 사진 찍으며 옛 영화를 추억했는데 그 영화 무려 1998년작. (그사이 감독의 필모 리스트를 보니 내가 본 게 별로 없네.ㅋㅋ) 모르겠고, 이 영화는 배우도 감독도 아닌 ‘각본’이 9할을 채운 듯.(이런 경우가 ‘이야기의 힘’이 발휘되는 좋은 사례에 해당하는 거겠지.)

참, 보통의 가족, 제목 너무 별로다. 모순인 거 모르지 않지만 그 의도가 적절하지 않고 끔찍하게 표현됐다고 생각함.

https://m.blog.naver.com/artspr/223602085432

인천시립극단 제92회 정기공연 <하늘의 적>

현대인의 건강 전도사 ‘식혈인(食血人)’ 이야기! 인천시립극단이 올가을 92번째 정기공연이자 두 번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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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연극. 보기 전엔 몰랐는데 보고 나니 우리나라 <하늘의 적> 포스터 너무 별로다. 얼굴 없는 셰프가 들고 있는 저 스테인리스 그릇은 뭐냐? 이건 음식이 아니라 피에 관한 이야기인데. 사실 식인 얘기는 종종 있었지만 이건 그런 이야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사람 혈액을 마시고 122세까지 산 남자의 사연(또는 사건)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젊어지고 오래 살고 싶은 욕망, 과학과 의학의 발명(과 발견), 자연의 것(하늘, 신)과 인간적인 것, 사실과 허구(믿음과 배반) 등을 다각적으로 품고 있기 때문이다.

“2017年、ジャーナリスト인 데라토마리 미츠루는 채식 요리로 유명한 요리사 하시모토 카즈오에게 취재를 요청했다. 계기는 아내 유코였다. 데라토마리는 난치병을 앓고 있었고, 유코는 그를 위해 하시모토가 제안하는 식이요법을 배우고 있었다. 당사자인 데라토마리는 건강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약물 부작용, 건강식품 사기, 가짜 의료에 대한 취재 경험이 많았기에 흥미가 있었다.

유코가 깊이 빠져들고 있던 하시모토에 대해 조사를 하던 중, 데라토마리는 전쟁 전 독자적인 식이요법을 확립한 하세가와 우타로라는 의사를 알게 되었다. 데라토마리는 하세가와와 하시모토의 외모가 매우 닮았다는 점에 관심을 갖고, 한 가지 가설을 세우고 취재에 나섰다. 그는, 프로필에 많은 의문이 남는 하시모토가 하세가와 우타로의 손자이며, 채식의 뿌리는 거기에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시모토는 그것을 듣고 부정했다. 사실 하시모토라는 이름은 가명이며, 자신이 바로 하세가와 우타로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의 나이는 122세가 된다. 데라토마리는 믿지 않았지만, 하시모토는 19세기부터 시작된 자신의 기구한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하시모토의 장수 비결은 식사에 있었다. 그의 불로불사의 건강법은 데라토마리의 병을 치유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식이요법은 분명 인간의 도리를 벗어난 것이었다.”(공연 소개 일본어 번역)


연출가 이대웅을 전혀 모르지만 인천문화예술회관 공연 정보에는 “개성 있는 미장센과 위트 있는 표현으로 각광받고 있는”이라고 소개돼 있다. 이번 연극에도 그런 특출함을 십분 살렸겠지?
이따금 연극을 보러 가면 무대 구성과 활용을 유심히 보는 편인데 이번 극무대는 특히 좋았다. 배우들이 메인으로 쓸 공간을 앞에 두고 뒤는 크게 3분할로 나눴다. 양옆은 소실점을 향해 가는 사선 모양으로 벽을 세우고(벽 위나 아래에 스크린을 설치해 활동감을 더하고) 가운데는 360도 회전판을 두었다. 회전판 위를 피자 조각처럼 다수로 나눠 여러 개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장면을 그럴 듯하게 표현함은 물론 조명으로 깊이감을 주었다. 극중 주인공의 나이가 122세. 19세기 말에 태어나 21세기 초를 살고 있기에 시간과 공간의 ‘깊이’가 여느 연극보다 더 중요했는데 그런 점을 잘 살린 무대라고 생각했다.
(연극 보고 집에 와서 일본에서는 어떻게 공연한 걸까 너무 궁금해 구글 저팬을 이십 분 넘게 뒤져 정보를 찾아냈다. 사진으로 보니 일본의 무대는 블랙톤에 소품이 훨씬 구체적이고 다채로웠다. 반면 우리 무대는 기본 화이트톤. 사진만 보고 섣불리 말할 건 아니지만 나에게는 ‘블랙톤’ 연극이 훨씬 맞았겠다는 생각...(응?) 좀더 진지하고 우울한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시작 5분 전에 착석했더니 곧 배우들이 나와 연기를 시작했다. 방송국에서 촬영 준비를 하는 모습. 나는 그게 자, 이제 연극 시작합니다 같은 포고 없이 시작한 ‘연극’이란 걸 알았는데 친구는 ‘진짜’ 방송국에서 촬영 나온 줄 알았다고.ㅋㅋ 이렇게 시작하는 연극은 처음이었고, 오프닝처럼 엔딩도 멋졌다. 열일곱 명의 배우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무대 여기저기에 발걸음을 찍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한두 명씩 나와 한 줄로 서서 인사하는 수평 구도에서 벗어난 것만으로 관람의 즐거움은 배배배배가 되었다.
(연극이 끝난 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마에카와 토모히로가 무대인사를 했다. 오오, 극작가 얼굴까지 보다니 개이득)



전체적인 구성이 ‘기자에게 직접 자기 얘기를 들려주는 액자 형태’라서 주인공은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젊을 때의 자기 모습을 관객과 함께 보는데 그런 연출이 관객을 극에 더 몰입하게 한 것 같다. ‘자신이 사람 피를 먹고 122세까지 살았다고 주장하는 남자’를 믿지 못하는 기자가 관객의 대표가 돼 ‘못 믿겠어! 진실을 말해줘!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라고 하는 거니까. 그러나 솔직히 이번 연극에서 기자 역 맡으신 분 연기가 가장 별로였다... 발성도 잘 안 들리고 동작도 늘어지는 것 같고... 의도한 건지 모르지만 왠지 밋밋했달까. 전체적으로 배우들이 좀 더 선명하게 부각됐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따지고 보면 연극에 문외한. 개인적인 감상에서 나온 의견.

또 하나, 주인공이 조폭에게 위협받을 때 배우들이 남장 여자였는데 남자 배우가 부족해서 그리했던 거겠지만 재미있었다. 조폭의 클리셰에(복장, 말투, 폭력) 조폭 아닌 듯한 행동 묘사가 더해져(동시에 어깨를 들썩이며 실소를 내뱉는다든가)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너무 무거운 연극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연출가의 의도.

참, 이대웅 연출가 인터뷰 중에 인상적이었던 말. 인터뷰어가 다작이 주는 이로움이 있는지 묻자 이대웅이 답한다. “뭐랄까 공연할 때 필요한 근육이 잘 만들어진 것 같아요.”(공연 분야의 재능을 타고났다는 말) 오, 근육! 시인이나 소설가도 ‘시 쓰는 근육’, ‘소설 쓰는 근육’ 같은 말을 하곤 해서 예술하는 사람은 다 비슷한가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떤 뜻이냐면 소설가의 경우 날마다 읽고 쓰지 않으면 ‘소설 근육’이 생기지 않아 창작에 몰두하기가 어렵다는 것. 2박 3일 여행 다녀와 책상에 앉으면 왜 이렇게 앉아 있기가 힘들지? 문장이 왜 이렇게 안 써지지? 하는 것처럼. 10박 12일 해외 패키지라도 갔다 왔다 치면, 내가 뭐 하는 사람이었지? 내가 이전에 소설을 썼다고? 그걸 어떻게 썼지? 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회복에 몇 달이 걸리기도 함.ㅠㅠ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적었는데 개인적인 기록으로 편하게 쓴 거니까 대충 여기까지. 헷


人生という、死に至る病に効果あり。
“인생이라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 효과가 있다.”

*일본 공연 무대 사진은 여기에서 확인하세요.
https://www.ikiume.jp/koremade_33.html

イキウメWeb

www.ikiume.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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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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