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만해백일장 심사를 했다.(연속 2년까지 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미리 원고를 접수받은 상태에서 심사를 진행했는데, 올해는 현장에서(동국대에서) 열렸다.
참여자들은 11시부터 2시까지 글을 쓰고
심사위원들은 1시부터 대기, 원고가 넘어오는 대로 받아 바로바로 검토했다.
대개 운문 참가자가 더 많았지만 어제는 산문이 더 많았다고 한다. 매해 고등부 산문 참가자의 열기가 뜨거운 건 변함 없고.
어제 접수된 고등부 산문은 570여편. 당연히 심사위원도 다수 배정돼 소설가와 평론가 12명이 '고등부 산문' 심사를 맡았다.
시상식은 5시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고등부 산문'의 수상자 선정이 늦어져 겨우 그 시간에 맞춰 명단을 넘겼다. 수상권에 든 작품 중 장원과 우수상, 장려상 등을 고르는 게 쉽지 않았다.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대학일반부 등 심사위원들이 서른 명 가까이 됐고... 시상하는 동안 무대 뒤에 앉아 있으라고 해서 1시간 내내 박수친 듯. ㅎ
동명이인이 무대에 올랐다가 한 명이 내려가는 등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지만 수상자들의 밝은 얼굴을 가까이서 보는 동안 몇 번이나 뭉클했다. 마스크 너머로도 그 놀람과 행복이 다 보였다!
시상 후 단체사진 찍고 뚱뚱이 할머니인가? 유명하다는 족발집에서 막걸리 마시고 2차로 맥주 마시고... 또 살짝 3차를 하고 집에 옴.
나도 글쓰자. 열심히 쓰자.
*만해백일장 심사소감
-글제를 선택하는 능력, 글제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정말 중요하겠다. 이를 테면 올해 글제는 '꿈과 근심', '번개와 무지개', '동물병원', '침묵의 시간', '사막의 밤에 문득'이었는데 이걸 꿈 때문에 근심이 생겼다는 내용으로, 동물이 아파서 동물병원에 데려갔다는 스토리로, 번개가 친 뒤에 무지개가 떴다는 식으로 쓰면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다. 동물병원에 사람이 간다든가, 도시의 사막화 현상을 표현한 작품이 차라리 인상적이었다.(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는 뜻)
-참가자들은 최소 3장에서 최대 10장 정도 분량의 글을 제출했다. 원고량이 너무 적거나 많은 것이 호불호의 기준이 될 수 없고, 완결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건 두말 할 필요도 없지만 분량이 적으면 쓰다 만 것 같고 그렇더라. 반대로 분량을 채우느라 이야기를 너무 늘인 산문은 지루하게 느껴졌다. 구체성은 좋으나 핵심이 없어서 이건 단편소설의 한 부분 아닌가? 하는 글은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짧은 글일수록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니까.
-목표 분량을 정하고, 내용을 떠올린다음 그걸 어떤 구성으로 전달할 것인지 기술적인 전략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만해백일장은 참가자들이 원고지에 글을 쓰는데 원고지 사용법을 제대로 지킨 학생이 거의 없었다. 주최측에서 왜 원고지를 고집하는지 모르고(다른 백일장은 어떤지도 잘 모릅니다...) 학생들도 특별히 사용법을 익히고 오는 것 같지 않았다. 원고지 사용법을 지키는 것이 심사에 고려 대상은 아니었지만 이왕이면 백일장에 참가하기 전에 원고지에 써보는 연습을 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용을 읽는 눈도 있지만 글씨를 보는 눈도 있으니까.
-윗글과 관련, 필체가 어지러운 학생의 글은 정말 눈에 안 들어오더라. 글자 크기가 너무 작다거나... 그런 원고는 손으로 원고지를 들어올려 코앞에 갖다대고 읽어야 했는데 피곤했다... 백일장 준비도 힘든데 필체까지 연습해야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 필체를 바꾸긴 어려우니 글씨라도 크게!!! 써주면 좋을 것 같다.
-다른 심사위원들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내가 읽은 작품에서는 수준미달의 어이없는(?) 작품이 거의 없었고, 다들 치열하게 준비하고 애썼음을 알 수 없었다. 만해백일장이 제법 규모가 있고 인지도도 높다고 하는데(2022년 42회 행사는 1260여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그런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생생한 현장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했다.
만해백일장 사이트 가기(지난 수상작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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