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강좌에는 왜 ‘소설 합평’이 빠졌을까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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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콜빈 저,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그저 계속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지금 수준에 익숙해지기만 할 뿐 한계가 있다,
10년 이상 운전하면 회사에서 집까지는 눈 감고도 갈 수 있지만 카레이서는 되지 못한다,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다면 현재보다 높은 목표를 잡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개선해야 할 점을 찾아 집중적으로 연습해야 한다,
연습하고 또 피드백 받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한 계절쯤 합평 받는 걸 멈추고
본인 글을 다시 보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글쓰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일단 쓰라”고 말하는데
지금 내 수업을 듣고 계신(앞으로도 들을 것 같은) 분들은 실력이 뛰어나다.
소설이 뭔지 알고 있고,
이야기를 직조하는 능력, 인물을 형상화하는 능력도 훌륭하다.
한두 번 쓰고 말 분들로 보이지 않는다.
꾸준히 공부할 마음이 있고, 한 발 더 나아가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까?
어떻게 영향을 미쳐야 할까?

*
‘문장’의 의미 수준 높이기!

여기서 ‘의미 수준’이라는 것은
자기 문장을 생각하는 글쓴이의 판단을 말한다.

이 정도면 됐지,
사실을 정확하게 쓰면 되지,
주술관계도 명확하게 알고 비문이 뭔지도 알고
어떤 비유가 상투적인지도 알고
나름 은유도 잘 표현할 줄 알고
묘사도, 설명도 그럴듯하게 할 수 있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멀리 가기 위해, 또는 깊이에 천착하기 위해
한 번쯤 자신의 판단과 지지를 멈추고
타인의 권유에 시간을 내보는 것도 좋을 터.

*

가장 오래된 수강생은 2019년부터 3년째 수업을 듣고 있다.
이분이 올해 여름 강좌도, 가을 강좌도 계속 듣는다면 변화가 필요하고
뭔가 다른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소설을(글을) 쓰고 싶고 관심은 있는데
대학에 다시 들어갈 수도 없고,
대학원은 부담스럽고,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누군가 조언을 구하면
나는 문장부터 공부하라고 말할 것이다.

최종심에 오를만큼 소설을 완성할 줄 아는 수강생도,
글을 처음 배우는 수강생도
문장 공부는 유익하고, 꼭 필요하다.
*글쓰기나 소설쓰기에 관심 있지만 ‘초보자’라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번 강좌를 신청하세요!

아카데믹한 스타일(그게 뭔데?)로 강좌를 진행해 왔다고 여겼다.
절대로 허투루하지 않았다.(이런 뜻입니다^^;;;)

단편소설 깊이읽기 테마도 고심해서 짰고,
열심히 준비했다.

워크숍 할 때는 수강생들에게 발제도 시켰다.
어떤 대학원의 어떤 강좌만큼은 된다고 자부할 수 있다.
내가 교수도 아니고 대학원 커리큘럼에 대해 자세히 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과정을 밟고 다양한 교수님들을 경험하고 나니 알겠더라.

그렇게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
그런 방식은 응용해서 활용해도 좋겠다는 것.

이후 일반인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길고 짧은 강의를 하면서
역시 직접 해보는 것만큼 귀한 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2016년 배다리 요일가게에서 소설강의 시작할 때는 합평만 열심히 했다.
2017년 단편읽기 강좌를 개설했을 때는 신춘당선작, 신인상당선작, 수상작품집 읽기 등으로 다소 심심한 구성이었다.
내가 짠 판이 아니라 남이 짜놓은 판을 빌려온 것과 다름없었다.

‘큐레이션 읽기’로 방향을 바꾸면서 수강생들에게 호응을 얻었고
소수의 믿음과 응원 덕분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지역 재단 지원사업으로 무료로 진행하거나 적은 돈을 받고 강좌를 이끈 적도 있었지만
이제 ‘돈을 내고 듣는 강의’로 완전히 정착했다.
그만큼 책임감이 생기고 부담도 늘었다.

홍보할 때마다 최소 6명 이상 모이면 시작합니다-라고 적었는데
3명일 때 고민하다가
4명이 모이면 할 수 없지-하고 개강 확정 메일을 보냈다.
이후 신기하게 한두 명이 늘어 5명이 되고, 6명이 되고...

여름 강좌에는 몇 분과 함께 할 수 있을까?
결석 한 번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목요일은 소설”이라고 여겨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또 즐겁게 시작하겠지.

-아아니, 왜 결석을 안 해요?
내가 질문하면 수강생들은 눈을 말똥말똥.
(응, 뭥미?)

그러고 보니 올봄에는 신기한 일(?)도 있었는데
토요일에 결혼식을 올리는 분이
이틀 전 목요일에도 수업에 참석하고
예식 마친 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그다음 목요일에도 수업을 들었다.

-결혼식 준비로 바쁘지 않아요?
-대충 준비했어요.(쏘쿨!)

-다음 주는 신혼여행 가니까 수업 못 듣겠네요?
-아니요.(지각했지만 그날도 접속하심)


뭘 하든, 뭘 배우든 수강생일 때의 나는
X날나리였는데...
‘요즘 수강생’은 다들 이렇게 열심인 것인가...

아니지, 가만 보자...
선생이 괜찮고, 가르치는 방식이나 내용이 마음에 들 때는 나도 나름 성실하게 참여했구나!
지금 듣는 클래식 강좌도 그렇고...
그래, 이건 그린라이트야. 긍정의 반짝임이라고!

강좌 안내문을 보자마자 수강료부터 입금하는 분도 있고
이따금 메일로 다정한 글을 보내주는 분도 있고
종종 커피 쿠폰을 보내주는 분도 있고
이런저런 방식으로
괜찮다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름 강좌에 합평이 없다고 공개했지만(내용 보기)
어쩌면 중간중간 짧게 시간을 내어 수강생 글을 함께 볼지도 모르고
어쩌면 8월에 ‘창작 워크숍반’만 따로 개강할지도 모르겠다.


믿고 듣는 선생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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