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강좌 종강 후기

1인문화예술공간(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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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시, 12차시로 진행했던 온라인 줌강좌 두 개를 마쳤다. 지난 수요일, 목요일의 일이다. 

8차시는 <처음 쓰는 소설>이었다. 5명으로 시작해 3명이 남았다. 20대 남녀, 40대 여자, 이렇게 셋. 세 분의 인사를 구분 없이 적어둔다.

"듣길 잘한 것 같다. 제목이 '처음 쓰는 소설'이어서 정말 부담없이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가벼운 소설만 읽었는데 이 수업을 통해 다르게 보는 재미를 알게 됐다. 이제 내가 무겁다고 생각했던 작품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소설을 썼지만 완성한 적은 없었다. 이런 소설 수업도 처음 들었다. 많이 배웠고, 초고작을 합평 받진 못했지만 시작하고 여기까지 왔으니 연말까지 마무리하고 싶다." 

이 강좌는 매주 작품을 다듬고 수업 시간에 공개해야 했다. 그만큼 참여자들의 부담이 컸을 것이다. 각자의 사정을 밝혔지만 도중에 이탈한 두 분도 '쓰기'를 견디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 충분히 이해한다. 어제는 작품 이야기를 하고도 시간이 남아서 강원국의 글쓰기 중 일부, 문유석 판사의 '문학의 힘'을 소개했다. 

<처음 쓰는 소설>을 개강한 것은 수강생에게 '문장'을 알려주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참여자들 덕분에 1기를 무리없이 진행했고, 따뜻하게 마무리했지만 '첫 문장부터 퇴고까지'를 내세운 애초의 콘셉트는 과했던 게 분명하다. 쓰는 사람도, 지도하는 사람도 매주 긴장할 수밖에 없는 수업이었다. 2기를 개강한다면 커리큘럼을 대폭 수정하거나... 아니, 개강하지 말자. 

2020/10/13 - [마음만만소설만만/단편읽기,소설창작] - '처음 쓰는 소설' 개강 2020.10.7

'처음 쓰는 소설' 개강 2020.10.7

그동안 내가 하는 강의에 몇 번이나 '괜찮은 타이틀'을 붙이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소설창작교실, 단편소설읽기와쓰기 등으로 사실을 내세워 밀고 나가다가 지난해 인천을 앞에 붙여서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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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와 쓰기는 12차시 강좌였다. 기존에 배다리 요일가게에서 했던 대로 6주는 큐레이션한 단편소설을 읽고, 6주는 참여자들의 작품을 함께 읽고 평했다. 내년부터는 이 방식을 조금 바꿔 읽기와 쓰기를 분리해서 신청받으려고 한다. 격주로 읽기와 합평을 교차해, 한꺼번에 듣는 사람도 지루하지 않게 설정했다. 합평에 목마른 사람도 있고, 읽기만 원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다. 

"친구들은 아무도 소설을 읽지 않아요. 어쩌면 소설 읽는 나를 중2병이라고 생각할지 볼라요. 읽는 것도 그런데 제가 소설 쓴다는 말은 더 못하죠. 그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로 시작했는데 소설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여기 계신 분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왜 이야기에 빠져드는지 알 것 같아요. 이 수업 덕분에 삶을 깊이있게 보게 됐어요. 이번에 처음 소설을 썼는데 다음에는 조금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요."

"오늘 발표한 작품을 신춘문예에 내보려고 했는데 여기 계신 분들이 좋다고 말씀해 주셔서 그걸로 충분할 것 같아요. 안 내도 될 것 같아요."(응?ㅋㅋㅋ)

"집에만 있어서 답답하던 차에 이 수업을 듣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오늘이 끝이라니 너무 아쉽습니다. 빨리 다음 강좌 수강료를 입금해야겠어요."

"늘 시작만 하고 마무리하지 못했었는데 처음으로 완성해서 합평받았다는 데 의미가 커요. 역시 마감은 중요한 것 같아요."

"문장에 대한 나의 문제점을 알게 돼서 좋았어요. 길게 쓰는 것, 호응이 맞지 않게 쓰는 것 등."

"인물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서 신청했는데 원하는 걸 얻은 것 같아요. 저도 한 편 더 합평받고 싶었는데 연말까지 마감해야 할 게 있어서 못해서 아쉬워요. 다음 기회에 꼭 보여주고 이야기 듣고 싶어요."

"전에 선생님이 어떻게 지내냐고 물으니까 OOO님이 소설 쓰고 있다고 대답했잖아요. 그 말이 너무 좋았어요. 매주 목요일에 만나 이렇게 다들 글을 쓰고 있구나, 확인하는 것도 좋았고요. OOO님이 '여기 계신 분들이 모두 친구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는데 제가 어디 가서 20대와 친구가 되겠어요. 저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전에 '줌 강의가 체질'이라는 제목의 글을 포스팅하기도 했지만 그건 그때의 마음이고(그즈음 잠깐 '조증 상태'였던 것 같다-_-;;), 사실 쉽지 않았다. 강의 장소로 이동하지 않는 점은 편했지만 '수강생 심기 살피기'(?)는 오프라인에서보다 온라인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남자들은 표정 변화가 거의 없거나 리액션이 적어서 더 눈치를 봤다.(시간이 지나면서 그들도 나도 차차 나아진 듯했지만)

수업 시작 전, 울적한 기분을 주체할 수 없어서 모니터 앞에서 심호흡을 한없이 반복했던 날도 있었다. 강사인 나는 도망갈 수 없었으므로 아에이오우를 몇 번 하고 "안녕하세요" 인사한다. 상대도 "안녕하세요" 대답한다. 그러고 나면 금세 힘이 났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모여주었구나, 나를 기다려주었구나, 고마웠다.(딱히 나를 기다린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학생의 처지였다면 나는 몇 번이나 결석했을 것이다. 핑계는 많았다. 우울해서, 전보다 조금 더 우울해서, 오늘은 심하게 우울해서...

2020/10/17 - [마음만만소설만만/단편읽기,소설창작] - 줌 강의가 체질 2020.10.16

줌 강의가 체질 2020.10.16

소설 관련 줌 강좌를 3개 하고 있는데 하나는 목요일 오전에 하는 소설 읽기. 테마는 늙음과 죽음이고 참여자의 90%가 5-60대다.(1명 40대) 국내외 단편을 매주 한 편씩 읽고 90분간 토론하는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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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개강할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 홍보 글을 올렸고, 임박해서 모집이 됐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원하는 수업을 모두 열었다. 내 말투, 내 표정에 상처받은 분도 있을 텐데, 서운했을 때도 많았을 텐데 끝까지 '높은 출석률'로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다정한 마지막 인사’를 전한 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세수하고, 슈퍼 나가서 술 사왔다. 응답하라 1988 보면서 소맥 한 잔 했다. 요즘 핫하다는 꼬북칩 초코맛 곁들여서.

올해 마지막 강의. 울컥...까지는 아니고, 대견도 아니고, 그저 살며시 토닥토닥.(후)

겨울강좌 1,2월은 읽기만/봄강좌 3,4,5월은 읽기,쓰기로 열 텐데 그걸 다 합하면 50만원. 벌써 두 분이나 50만원을 척 입금해주셨다.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짐작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싫지는 않은 거겠지.

조금은 사랑받고 있다고 오해해도 될까. 

 

*어제 받은 메일 일부:)

"처음 수업을 들었을 때는, 읽기라도 열심히 하자는 목표였는데 선생님과 문우들의 열의가 너무 후끈(!)거려서 도저히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ㅎㅎㅎ 작품 고치고 제출하려고 노력할 때는 스트레스도 컸는데 며칠 지나고 나니까 그 긴장감이 그립네요.(중략) 좋은 곳에 등단하고 싶단 목표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조금 바뀌었어요. 핍진성, 선생님이 강조하신, 문장과 문장이 서로를 책임질 수 있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는 덤으로 올 수도 있겠지요. 감사했습니다. 건강히 잘 지내시면서 충전하시고 1월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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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_재은

1인문화예술공간(운영자 이재은) 글쓰기및소설강좌문의 dimfgo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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